" 멋.........져.....! "
무언가에 홀린듯 마냥 맥이 쫙- 풀려버린 몽홀한 표정의 소녀는 카츠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서있었다.
괜시리 영 심기 불편한 느낌을 감지해낸 카츠기의 표정 역시 썩- 불안하기 짝이 없다.
" 뭐, 뭐야....? "
잠시 몇 발자국 뒷발자국 치는 카츠기를 향해 소녀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오며,
" 어머나~! 나, 낭군님. 이 가엾고 연약하고 아리따운 소녀를 구해주시어 감사하옵나이다! "
" 에, 뭐, 뭐라고? "
" 이곳 멘도에서 날고 긴다는 무사들이 모두 소녀의 지킴이 자리로 지원해왔었지만! 낭군님 처럼 이렇게 근사한
실력을 지녔던 자는 그 누구도 없었사옵니다! "
" !?? "
쉴새 없이 나불거리는 소녀의 수다에 카츠기는 물론 이를 지켜보던 코타로 일행 역시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 존함이 어찌되시온지? "
" 뭐? 이름은 왜 묻는거야? "
" 소녀의 목숨을 구해주신 대단한 은인인 몸이시온데 당연히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욧! "
" 그다지 구하고 싶어서 그런건 아닌, "
카츠기의 건성 가득한 대답에도 불구, 소녀는 단번에 가로채어 맞장구를 쳐댄다.
" 어머나~~! 부끄럽게 생각치 마세용~! 무사님의 날렵한 움직임에 금방이라도 숨이 막혀버리는지 알았사와요~!
이 정도면 제 신변보호를 전담할수 있는 검사에 거뜬히 뽑히실 거에요! "
" 에에? 시, 신변보호? "
" 그럼요! 제 부친에게 직접 말씀을 올려서 꼭 성사시켜드릴 것입니다! "
순간 기겁을 하는 카츠기. 소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줄기차게 떠들어댄다.
" 이, 이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
" 낭군~~니~~임! 여기서 소녀의 자택은 가깝사옵니다! 지체할것 없이 지금 바로 함께 향하시죠! "
" 뭐, 뭣이! 이, 이게, 웁! "
어느 틈엔가 갑자기, 고로가 재빨리 둘의 사이를 파고 들더니 큼지막한 손으로 단숨에 카츠기의 입을 틀어막았다.
고로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 하이고! 아씨, 상대를 제대로 찾으셨구만요! 이래뵈도 이 분이 에도가와 현에서 제일가는 칼잡이 카츠, 뭐더라? 아! 아!
카츠기 이올시다! "
카츠기가 발악을 해대자 고로가 눈깜짝할사이에 카츠기의 귀쪽으로 입을 가져다 댔다.
" 이봐! 행색을 보아하니 저 녀석, 굉장한 부잣집 딸 인것 같은데 잠자코 따라가다 보면 어마어마한 대접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다들 배고파 쓰러지기 일부직전이니까 따라가 봅세! "
" 에에엑? "
이리저리 몸을 비비 꼬아대는 카츠기 앞에는 어느 샌가 뛰어들어온 코타로 까지 자리잡고 있다. 카츠기는 기절초풍이 라는
둥 안달복걸 해대는 표정으로 코타로를 향해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뭔가 이해했다는 마냥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코타로.
옷 매무새를 가지런히 털어넘기더니 공손한 어조로 소녀에게 입을 열었다.
" 그렇습니다. 아씨. 이 분은 에도가와 현 제일의 검사로 현재는 에도 쪽으로 여정을 떠나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저희는 바로
카츠기님의 몸종들이구요. 함께 따르겠습니다. "
코타로의 똑부러진 말투에 카츠기는 다시한번 기겁을 해대며 눈이 휘동그래졌다. 코타로는 고개를 돌려 '한번만 봐달라' 식의
앙증맞은 표정을 넌지시 카츠기에게 보냈다. 기다렸다는 듯 얼씨구나- 카츠기의 입을 더욱더 힘껏 틀어막는 고로의 처방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곧 상황을 파악한 아미 역시 소녀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웃음을 꾹 참으며 쿡쿡거렸다.
" 끼야호! 모두들 좋아요! 저의 집은 저쪽이니, 곧장 가자구요! "
팔짝 팔짝 날뛰어 대는 발랄한 소녀의 앞걸음에 맞추어 카츠기와 코타로 일행은 상 다리 휘어질만한 끼니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겨갔다.
으리으리한 규모의 벽담 둘레로 하여금 마당에는 상당한 크기의 수분대와 화분들이 즐비해있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하인들의 광경은 고로의 예상대로, 소녀의 본가가 보통 일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코타로의 본가 만큼과도 전혀
뒤쳐지지 않을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는지 카츠기와 코타로 일행은 조심스레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 자아~! 여러분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버지께 어서 말씀을 올리고 올테니깐! "
신이 난 소녀는 금새 폴짝이며 안채로 들어갔다. 쭈볏쭈볏 서있는 카츠기와 코타로 일행, 오만상이 찌들어진 카츠기가
잠자코 있을리 있나.. 코타로에게 조용히 쏘아 붙인다.
" 이봐, 꼬맹이..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언제 저 계집의 호위 무사로! "
" 쉿-! 정말 미안하게 됐다구요! 하지만 당신도 배가 고픈건 어쩔수 없잖아요. 이 정도 크기의 집이라면 찹쌀경단을 한 부대로
삼킬수 있을듯 한데.. "
" 뭣이 어째?!!! 이것들이! "
투덜거리는 카츠기를 향해 그 옆에 자리하던 아미가 말을 이었다.
" 걱정마세요, 쿠가모토. 사정을 얘기하고 정중히 거절하면 그냥 보내줄테니까요. 금방 전에 아씨를 구해줬으니.. 그래도
한 끼 정도는 대접을 받을수 있지 않을까요....? "
아미의 나긋한 목소리에 왠일인지 입이 쑥 들어가버린 카츠기.
" 에... 그, 그건 그렇지만... "
그러자 뭔가 게슴츠르한 눈빛으로 가만히 카츠기와 아미 쪽을 흘려보는 고로가 끼어들었다.
" 얼레? 아미 아씨가 말하니까 금방 주둥이 다물어지네! 어쩐지 예전부터 매번 저러던데... 오호라.. 뭔가 좀 수상한 냄새가... "
" 엑? 뭐라 지껄이는 거야! 곰탱이! 너 정말 팔이라도 한쪽이 달아나봐야 제 정신을! "
" 쉿! 카츠기! 부군이라는 사람이 나오고 있어요. "
코타로가 숨을 죽이며 조용히 안채쪽으로 손가락을 가르키자 곧 소녀와 함께 먹색 빛깔의 짙은 도복을 갖춰입는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근엄과 무게감으로 가득찬 얼굴의 남자는 카츠기와 코타로 일행을 발견한 모양인지 몇번 시선을 찍어
대고 서서히 안채로부터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남자의 수하들로 보이는 검사들이 하나둘씩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 이 자들이냐? 히로미? "
" 네! 아버지! 가운데에 서 계신 분이 바로 절 구해주셨던 분이에요! "
소녀가 단숨에 카츠기의 얼굴쪽을 가르키가 남자는 한걸음 한걸음 좁혀 카츠기 쪽으로 섰다.
" 갑작스럽지만 일단 딸 내미를 구해준것에 대해 감사를 드리겠소. 서양인들이라면 체격도 평탄치 않았었을텐데..
아무쪼록 감사합니다. "
강인한 풍채를 뒤로한채 예의를 갖추어 카츠기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는 사내에게, 시종일관 껄렁거리는 말투가 습관적인
카츠기도 엉겹결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 아, 뭐.. "
고개를 다시 제 위치로 돌린 카츠기의 앞에 좀더 가까이 다가선 남자.
육중한 저음대의 목소리와 함께 먹 빛깔의 검사복 특유의 무게감을 절묘하게 감싸오는 듯한
인상도 강렬했지만...
특히
좀 전의 말괄량이 같은 행색은 어디로 갔는지, 금방 안채에서 단장을 맞추고 나온듯한..
아미 못지 않은 백자기를 연상케하는 깔끔한 피부에 우물의 청기를 그대로 담은것 같은
또랑거리는 양 눈하며 적당한 크기와 위치로 자리잡은 이목구비의 정돈됨이
'미인' 이라고도 일컫을 만한 얼굴의 소녀의 모습이 가히 인상적이였다.
" 마즈오가에 온걸 환영하오. 나는 마즈오 토마, 이 녀석은
나의 외동딸인 마즈오 히로미 입니다. "
이 예기치 않은 급작스런 대면에 카츠기와 코타로 일행의 당황스러움은 역력했지만
여전히 카츠기를 바라보며 풋풋한 미소를 끊지 못하는 마즈오 히로미의 얼굴과는..
어쩐지 그럴싸한, 조화로운 경관을 이끌어내는 듯 하였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가부키 더 사무라이! 제목보는순간 가부키쵸의 여왕이라는 노래와, 사무라이 디퍼쿄우라는 만화가 생각이 났네요^^ 글자색을 굳이 꼭 지정할 필요가 있을까싶네요. 건필하세요^^ ㅎㅎ
등장시키고자 하는 주요인물들이 많아서 일부러 색 지정 했는데 역시 없는게 낳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