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추위는 사실 가을에 시작된다.
스산하고 으슬으슬한 날씨 말이다.
냉기는 온기로 눌러줘야 앞으로 다가올 긴긴 추위를 무난히 이겨낼 수 있다.
그래서 영양가 높은, 게다가 쉽게 식지 않는 돌솥에 밥을 지어먹는 게 몸에 좋다.
하지만 직접 해 먹기가 쉽지 않으니 맛집을 찾아가 보자.
▶재방문 의사 200% 흑석동 ‘거구장’
흑석동 중앙대병원 입구 골목에 있는 꽤 유명한 고깃집이자 영양돌솥밥 전문점이다.
낮에 가면 대부분 돌솥밥을 먹고 있다. 손님층도 노인부터 20대까지 다양하다.
이 집 음식이 전 세대를 만족시키는 이유는 깔끔하고 정성스러운 맛 때문이다.
돌솥에 하는 밥에는 밤, 대추, 팥, 콩, 은행 등 익숙한 열매들이 푸짐하게 들어있다.
반찬을 보면 그 집의 내공이 보이는데, 조그맣게 보이는 조기구이가 이렇게 실하고 맛있을 수
있다는 걸 거구장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게장, 김치, 젓갈, 미역무침,
파김치, 고추 멸치 볶음 등 모든 반찬이 촉촉하게 빛난다.
맛도 더 이상 깔끔할 수가 없다.
돌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두었다가 먹는 누룽지 한입에 속이 개운해지는 것도 즐거움.
친구와 둘이 먹었는데, 다음엔 누구든 기운 차려야 하는 어르신을 모시고
재방문해야겠다는 결심이 단단히 일어섰다. 모든 메뉴는 2인 이상만 주문 가능하다.
가격은 영양돌솥밥 1만5000원, 한우생등심 1++ 3만8000원, 한우 차돌박이 1+ 2만5000원,
소갈비살 1만6000원, 생삼겹살 1만5000원이다.
위치 서울시 동작구 흑석로 101-7 운영 시간 11:00~22:00 *일요일 휴무, 주차 안됨
▶먹다가 감동 넘침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돌솥추어탕’
돌솥에 잡곡밥이 나왔는데, 일단 쌀이 맛있다.
게임은 사실 끝난 것이다.
추어탕은 별도의 작은 솥에 담아 테이블 불판에서 끓여준다.
주인이 테이블을 오가며 끓는 상태를 돌봐준다.
돌솥의 밥을 그릇에 옮겨 담고 물을 부은 다음 뚜껑을 절반만 닫아야 한다. 완전히 덮어버리면 끓어 넘친다.
그 정도로 뜨거운 밥이 나오는 것이다. 보글보글 끓으면 산초, 제피로 간을 하고 헐헐 식혀가며 먹는다.
속이 뜨끈해지는 게 몸이 사르르르 풀린다. 뜨거운 밥에 깨끗한 반찬,
막 익은 추어탕을 먹으니 몸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천연조미료만 사용한 양념장, 100% 정수된 물, 생물 미꾸라지만 사용하니 정성까지 엿보이기도 한다.
이 집 테이블에 앉는 자체가 행운이다.
가격은 돌솥추어탕 9000원, 돌솥통추어탕 1만 원, 공기추어탕 8000원, 추어튀김 7000원인데,
특이하게도 수제돈까스(7000원)도 판매한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길 54 운영 시간 10:00~20:00(또는 21:00), 월요일 10:00~15:00
▶비빔밥 하면 거기지 ‘전주선비빔 더현대서울’
비빔밥의 원조는 전주. 전주선비빔은 전주를 기반으로 하는 비빔밥 브랜드 중 하나인데,
비빔밥이지만 콩나물, 당근, 무채, 해조류, 버섯, 어묵, 지단 등 순한 양념 구성으로
군더더기 없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비빔밥의 맵기 조절을 적당하게 완성해 입맛에 따라서는
다소 슴슴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얌전한 풍미가 장점이기도 하다.
물론 매운 걸 원한다면 주문할 때 상의하면 된다.
돌솥비빔밥은 전주돌솥비빔밥(9500원)과 낙지돌솥비빔밥(9500원)
두 가지. 친구는 전주돌솥을, 필자는 낙지돌솥을 먹었다. 맛은 과하지 않았으나
양은 많은 편이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전주돌솥에는 계란찜이 함께 제공되는데, 그 양 또한 한 가득이었다.
된장찌개, 장아찌 등 반찬들도 오랜 세월 익숙한 맛들이라 편안한 곳이다.
위치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파크원 B1 운영 시간 10:30~22:00
▶돌솥밥 콜렉션 ‘모랑해물솥밥 정자역’
모랑은 김이 모락모락 난다는 우리 말이다.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해물솥밥부터 낙지불고기, 매운 낙지, 불고기, 버섯, 곤드레, 소고기콩나물, 전복,
장어, 굴 등 입맛 다시게 하는 인기 식재료들이 모두 솥밥으로 변신해서 나온다.
가격은 1만 원에서 1만3000원,
전복이나 장어는 2만2000원이다.
이 집 돌솥밥의 특징은 재료가 푸짐하다는 점.
해물솥밥을 먹었는데, 굴, 중간 새우, 작은 새우, 꼴뚜기 등 먹어도 먹어도
계속 나오는 해물들로 놀랄 정도였다.
모든 솥밥에 버터에 들어가 향기가 고소하고 밥맛이 부드러우며,
솥밥에서 달궈진 바닥 밥이 누르면서 오묘한 맛을 낸다.
김치와도 잘 어울린다.
이곳에선 전, 떡갈비, 튀김, 불고기 등을 곁들임 메뉴들과 지평, 배상면주가,
배다리 등 인기 좋은 막걸리 리스트가 따로 있다.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97 푸르지오2차 2층 운영 시간 11:00~21:00 *일요일 휴무
[글과 사진 이영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03호 (21.11.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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