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요즈음 나는 내가 살아온 숱한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활동이 왕성한 40대 초반부터 바뀌어버린 내 삶에 새삼 놀라워하면서
인생의 결정적 전환에 방점을 찍은 조상의 가르침에
무한한 감사와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다행을 떠올려 본다.
젊은 한때 세상에 취해 떠돌다가 까맣게 잊었던 조상의 소중한 가르침은
나도 모르는 사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60을 넘긴 이 나이까지 욕되지 않게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되새길수록 숭고한 후손사랑에 존경이 더해지는 것이다.
조선조 초기 어린 단종을 보위하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이 부른 계유정란의 첫 번째 희생 제물이 되신
조선조 만고의 충신 절재공 김종서 장군이 자손들에게 남긴 유훈을
가훈으로 받들어 살아온 나는 단 하루도 이 가르침을 잊어본 적이 없다.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이 가르침은
철이 들어서는 그렇게 살기를 마음에 새기게 했고,
전 국민이 책을 읽어 좋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소망으로
오늘까지 20수년을 살아오게 했다.
이 시간도 나는 가문의 가훈으로 전승되고 있는 이 가르침과 마주하고 있다.
人 皆 愛 珠 玉 我 望 子 女 賢 至 樂 於 讀 書
인 개 애 주 옥 아 망 자 녀 현 지 락 어 독 서
至 要 於 儉 勤 是 汝 家 法
지 요 어 검 근 시 여 가 법
節 齊 金 宗 瑞
절 제 김 종 서
“사람은 저마다 재물을 탐하지만 나는 오로지 내 자녀가 어질기를 바란다.
삶에 있어 가장 보람된 것은 책과 벗하는 일이며
더없이 소중한 것은 부지런하고 알뜰함에 있지 않으랴.
이를 너희들의 가훈으로 삼으라.”
무릇 가르침대로 산다는 것 !
배운 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이 새롭다.
특히 책과 벗하는 삶을 보람으로 일러주신 가르침이 내 인생을 갈라놓았다.
그동안 언론계에 몸담아 오면서 독서가 삶의 질을 높여
선진국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나로서는
이른바(진부하게만 여겨졌던) 독서운동이 인생에 있어
얼마나 크고 소중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깨닫게 된 것을
다행과 기쁨으로 여기면서 살아오게 되었다.
자손의 먼 미래와 나라의 번영을 위한 선조의 예지와
우국충절하신 숭고한 정신에 새삼 고개가 숙여지고
위대한 가르침이 가슴 벅차도록 자랑스럽다.
후회 없는 삶으로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웃과 남은 자들에게 덕을 끼칠 수 있는 오늘의 삶을 통해
「가르침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함께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목사 김수연
현재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는 김수연님은 전 동아방송, KBS 기자를 역임했고, 1987년부터 사재를 털어 책이 없는 산간벽지, 농어촌, 섬마을에 작은 도서관 만드는 일을 20년이 넘게 해오며 전국에 100여 개의 작은 도서관을 개설하는 한편 네이버와 함께 찾아가는 도서관 책 읽는 버스도 운영하며 전국에 책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관광부 메일에서...
김 수연목사님은 제가 태고종의 젊은 홍보담당자로 있을 때인
1990년대초 케이비에스의 문화부 차장으로 있었지요.
백마고지에서 위령제를 지내게 되었는데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니 보도를 해 달라는 부탁에
쾌히 승락을 하고 전방 깊숙히 찾아와
잘 취재해서 크게 보도해 주었습니다.
흔히 하는 부탁에 대한 댓가도 없이
정말로 잘 해 주시더니
목사가 되어 좋은 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고
연락을 하여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년 연말에는 느닷없이 전화를 해서
당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좀 와서 염불을 해 줄 수없느냐고 해서
왜 없겠느냐고...대답하고
바로 수원(용인)으로 내려갔는데
가서 인사르 하고 염불을 하는데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르다가 다시 생각하니
나 인 것 같은 지 다가와서
법현스님이 아니냐고...
그러고서야 반갑게 자기 지내 온 내력을 이야기 하하였습니다.
자신은 목사가 되었지만
어머니께서 맏고 있는 종교가 불교였기에
어머니 앞에서는 하나님의 "하"자도 꺼내지 않았고
성경의 "성"자도 이야기 하지 않을 정도로
어머니를 존중했는데 돌아가시니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아서
어찌 달랠 수가 없어서
어머니 다니시던 절의 스님이 장례절차를 맡아주시지만
법현스님을 별도로 청했노라고....
그렇게 다시 만난 뒤로
가끔 전화로 이야기 나누다가
지난 번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 축사를 하기로 했는데
평창에 있는 집 보일러거 터져서
고치느라 오시지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열린 마음을 가진 목사님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