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위성을 실은 프랑스제 ‘아리안-5ECA’ 발사체는 세 차례 발사연기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27일 시원스레 우주로 솟구쳤다. 지난 1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공중폭발과 함께 남해 해상에 흩어진 나로호 발사체와 대조된다.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를 지켜본 김영식(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 발사관리단장은 “나로호 실패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는 한편으로, 발사체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감했다”고 말했다.
나로호와 아리안-5는 덩치부터 다르다. 나로호는 100㎏짜리 시험용 과학기술위성을 쏴 올리는 수준이라면, 아리안-5는 이의 70배에 가까운 6.8t 물체를 우주로 올려보낼 수 있는 대형 발사체다. 천리안위성 발사 전까지 모두 48차례의 크고 작은 발사작업을 수행했다. 두 번 실패에 그쳤으니까 발사성공률은 96%에 달한다. 더욱이 2003년 4월 9일 이후 이번까지 37회 연속 발사성공의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프랑스는 이처럼 높은 성공률을 바탕으로 상업용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다. 이번 천리안 위성의 경우 발사서비스 ‘요금’이 600억여원에 달하지만 워낙 신뢰도가 높아 부르는 게 값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과학기술 선진국들이 우주개발에 들인 시간과 예산은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분명히 보여 준다. 2008년 한 해 프랑스의 우주개발 예산은 27억 달러(약 3조3000억원)인 데 비해 한국은 10분의 1인 2억8000만 달러였다. 더욱이 프랑스는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를 68년부터 운영하면서 100기 이상의 상용발사체를 쏴 올린 경험을 축적했다. 한국은 지난해 한국 땅에 우주센터를 완공해 이제 겨우 두 차례 시험위성을 얹어 쏴봤을 뿐이다. 미국이 44년부터 운영하는 우주발사센터만 국내외에 10군데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