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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지 : 2013년 2월 23일(토) / 과천청사역 8번출구 (07시)
◈ 산행코스 : 무주리조트(곤도라승차장)-설천봉(곤도라하차장)-향적봉-향적봉대피소(시산제)-중봉-백암봉-동엽령-칠연계곡-안성탐방지원센터
◈ 동참자 : 11명 (갑무, 용우, 정남, 종화, 양주, 재홍, 원무, 재웅, 문형, 광일, 양기)
◈ 동반시 :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시화
◈ 뒷풀이 : 닭복음탕, 어죽에 막걸리와 동동주 / '큰손식당'(무주, 063-322-3605)
이번 산행은 예빈산으로 정했다가 나양주 산우가 속해 있는 공정위 산악회가 덕유산에서 시산제를 모시는데, 시니어팀이 불참하게 되어 빈 자리가 많아 우리가 대신 참석하게 되었다. 2년 전에 가려고 했으나 출입금지되어 가지 못했던 코스라 조(문형) 총장은 가고 싶었나보다. 음식이 풍부하니 빈 몸으로 와도 된다는 전달에 빈 몸으로 집을 나섰다.
당초 코스는 구천동계곡-백련사-정상-오수자굴-백련사로 정했지만, 나는 이미 가본 코스로 재미없는 코스라고 했더니 공정위산악회 회장이 코스를 변경했다. 짐이 많아 곤도라로 올라가서 종주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경식 산우가 늦잠을 자서 오지 못한다고 하니 아쉬웠다.
새벽에 깨었지만 함숨 더 잤다가 제 시간에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약 30분이 지체되어 7시 30분에 과천정부청사역을 출발했다. 우리는 휴게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는데 공정위 산악회는 커다란 찹쌀떡과 강냉이로 아침을 때웠다.
공정위가 세종시로 이사가서 대전에서 더 태웠다. 가는 도중 무주 부근의 산은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얗게 변해 별천지 같다. 1차 목적지인 스키장에 도착하니 차량이 매우 많다. 겨울 스포츠로는 스키가 최고다. 곤도라를 기다리는 행렬이 무척 길다. 스키를 타러 오는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등산객도 많다.
기다리는 동안 슬로프를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니 거의 젊은이들이고 스키운동은 젊은이들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려오는 폼은 스키보다 보드가 훨씬 멋있다. 딸들도 스키는 타지 않고 보드를 탄다고 한다. 10명 중 8명은 보드를 탄다. 폼도 보드가 더 멋있다는 의견에 모두 공감한다.
10분쯤 곤도라를 타고 올라가니 향적봉이 멀리 보인다. 좋은 날씨에 새하얀 눈을 보니 덕유산 능선의 눈꽃이나 상고대가 매우 아름답게 피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우들과 64회 산행 때 간 적이 있는데, 그때의 눈꽃과 상고대가 잊히지 않는다는 산우들이 많다.
눈이 많이 쌓인 길을 따라 향적봉에 올라서니 멀리 여인의 둔부를 닮은 지리산 반야봉이 보인다. 옆으로는 천왕봉이 보이는데 산천은 변함이 없다. 향적봉에서 지리산까지 직선거리로 60km인데 날씨가 맑아서 그토록 먼 거리의 지리산이 보인다. 그 방향으로 남덕유산도 보이고, 우측으로 적상산도 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모두 덕유산국립공원구역이다.
덕유산은 빨치산이 준동하고 있던 시절에 전북도당이 있던 산이고, 지리산과 더불어 빨치산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임을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과 이태의 소설 남부군을 통해 알고 있다. 정상 등정 인증 단체사진을 찍고 바람이 심해 대피소로 이동해 시산제를 올리기로 했다. 공정위 시산제는 우리 시산회에 비해 제수도 간략하고, 절차도 간편했다.
제수떡은 맛났고 떡으로 간단히 점심을 마치고 능선 종주를 시작했다. 스틱으로 재어보니 적설량은 70cm 정도다. 덕유산은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다음으로 높은 1,614미터로 높은 산에 속한다. 높은 산의 바람은 차고 매서웠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오전에는 바람이 세지 않으나 오후부터는 차고 매운 특징이 있는데, 예외가 아니었다. 칼바람을 뚫고 종주를 하는데, 서북풍은 차고 매서운 칼바람이었다. 구름은 없고 햇볕이 비치니, 상고대는 녹았으나 눈꽃은 아름다웠다.
64회 때의 종주산행 때는 눈이 내려 포근한 가운데 춥지 않아 즐거운 산행이었으나, 이제 7년이 흘렀으니 우리의 체력도 전 같지 않았다. 우리의 나이도 이젠 이순의 길에 접어들었으나 이런 산행을 즐기고 있으니 시산회원들의 체력도 대단하다. 천지는 눈으로 덮여 아름다운 설경으로 가득 찼으며, 주목과 구상나무도 여전히 남아있다.
거의 쉬지 않고 1시간 반쯤 오니 칠연계곡으로 빠지는 갈림길에 왔다. 더 가면 남덕유산인데 발자욱이 많은 것을 보니 종주를 하는 산객들이 많았나보다. 갈림길에서의 인원점검은 필수다. 낙오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한참을 내려오다 조 총장이 재웅 산우의 배낭에 홍어가 들어있으니 먹으면서 우리의 시 낭송 행사를 하자고 한다. 계곡으로 접어드니 바람은 잦아들고, 편편한 곳을 골라 짐을 풀었다. 마침 공정위 산악회 몇 분이 우리와 보조를 맞춰가다 시 낭송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늘의 기자인 내가 시 낭송을 할 순서이나 산에서의 시 낭송은 소프라노성의 음색을 가진 여자가 하는 것이 훨씬 전달력이 좋다는 지론에 따라 공정위의 성복용이라는 40대의 여직원께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흔쾌히 낭송하였다.
시 낭송에 적합한 목소리다. 큰 박수로 답하고 막걸리와 홍어를 꺼내놓으니 성복용 씨가 가져온 강원도 김치가 나오고 홍어를 한 점 입에 넣으니 찰지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재웅 산우가 광주 양동시장에서 공수를 해 왔다니 참으로 고맙다.
약간의 취기와 함께 하산하니 부러울 것이 없다. 칠연계곡 입구에 미리 와 있는 버스를 타고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여 막걸리에 1차는 닭도리탕으로, 2차는 어죽으로 식사를 하니 배가 불러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는 식곤증과 피곤함을 모두 자고 왔다.
공정위 산악회와 함께한 산행은 밤 9시에 사당역에 도착함으로써 끝이 났다. 공정위 산악회의 분위기는 조용했고, 모두 공무원답게 차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양주 산우! 덕분에 좋은 산행을 했고, 잘 먹고 즐거웠네. 고마우이. 산행기를 마치며...
2013년 2월 28일 김정남 씀.
< 동반시 >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에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더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는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