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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02
1. 비탈길 다른 일각 (밤)
횃불을 든 관군들이 빠르게 산을 수색하고 있다.
관군 : 잡아라. 금서를 가진 자들이다.
2. 비탈길 일각 (밤)
어둠 속 몸을 일으키는 윤희, 도포자락을 털며 일어선다.
돈 주머니를 터는 윤희. 불끈 손에 힘을 준다.
윤희 : 책을 가져갔으면 돈도 주고 갔어야지. 왕서방!! 이 몹쓸 인간아!!
윤희 옷을 털며 앞으로 가는데 저 앞에서 횃불을 들고 오는 관군들.
윤희는 아직 관군들을 보지 못한 채 점점 가까워지는 일촉즉발의 아슬아슬한 상황.
그때!! 윤희의 입을 거칠게 낚아채는 손.
3. 비탈길 바위 아래 (밤)
비를 피할 수 있는 비탈길 바위 아래.
입이 막힌 채로 놀라 눈이 똥그레진 윤희. 그때 그 앞으로 다급하게 달려가는 관군들.
한 손으로 윤희의 입을 막은 채 주위를 살피는 선준.
윤희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
횃불을 들고 빠르게 다가오는 관군들. 선준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 윤희와 몸을 밀착시킨다.
거의 끌어안은 듯 몸과 몸이.. 젖은 몸과 얼굴이 한없이 가까워진 선준과 윤희.
윤희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관군 : 가지!! 키 큰놈은 아까 저쪽 산 위로 올라간 게 틀림없네.
횃불을 들고 우루루 사라져 가는 관군들.
선준과 윤희, 숨 막힐 것 같은 긴장이 사라지자 그제야 어색한 기운이 감돈다.
윤희, 제 입을 막은 선준의 손을 어색하게 떼는데, 고개를 돌리면 선준과 윤희 얼굴.. 지나치게 가깝다.
어색하고 머쓱한 두 사람. 안되겠는지 먼저 비켜서는 윤희.
윤희 : (어색함을 감추려는 듯) 수.숨막혀 죽을 뻔 했네..
선준 : (윤희와는 달리 대수롭지 않게) 대체 생각이란 게 있긴 한게요? 그쪽 때문에 나까지 위험해질 뻔 했소이다.
윤희 : (보다가.. 그렇지.. 니가 그런 놈이었지)
선준 : 여기까진 왜 다시 올라왔소?
윤희 : (뜨끔).. 돈.. 채 책값 받으러 왔소.. 오십 냥.
선준 : (보면)
윤희 : 책을 가져갔으면 돈을 주고 갔어야 할 것 아니오. (손 내밀며) 내놓으시지. 오십 냥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
4. 모란각 일각 (밤)
술잔이 깨질듯 탕 상에 내려온다. 임병춘이다.
임병춘 : 놓쳤단 말이야!!
용하 : 너무 노여워 말게.. (느긋하게 술잔 들며) 음모와 함정의 재미는 언제나 이 반전에 있는 법이니까..
설고봉 : (너스레) 근데 이 자식 괴물 아니야? 글만 잘하는 백면서생인줄 알았더니..무예가 또 보통이 넘는다니.. 인물은 인물(하는데)
설고봉을 찌릿하는 임병춘..
벌주 마시는 설고봉 묵묵히 술을 따르는 강무.
술잔을 쓰게 들이키는 하인수.
5. 도성 일각/어느 전각 처마 (밤)
비를 피해 처마 아래 서 있는 윤희와 선준.
선준 난감한 듯 주머니 속이며 앞섶을 뒤지고 있다.
윤희 : 설마 돈이 없는 게요?
선준 :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복시 때 주겠소. 내 틀림없이 약조하리다.
윤희 : 앞장 서시오!! 난 댁네 집 안방이라도 쳐 들어가 받아내야겠소.
선준의 소맷자락을 끄는 윤희, 그런 윤희 손을 뿌리치는 선준.
선준 : (불쾌한 듯) 나 이선준 그깟 오십 냥에 신의를 저버리진 않소.
윤희 : 그깟 오십 냥?
선준 : (본다)
윤희 : 그래, 지체 높으신 좌상 대감댁 귀한 도련님에겐 그깟 오십 냥일지 몰라도 나한텐.. 내 동생 목숨 값이고..
내 남은 인생 값이오..
선준 : --
윤희 : 그러니까. 왜 멋대로 금서는 가져갔소?
선준 : (버럭) 그 편이 안전할 테니까!!
윤희 : (뭐야? 의아한 듯 본다)
선준 : 혹 관군에게 잡힐꺼라면 차라리 내 쪽이 나을 것 같았소. 나라면 -- 그들도 함부로 할 순 없을 테니까.
윤희 : (잘난 척하기는--)
선준 : 장부끼리의 약속이요. 책값은 내 틀림없이 갚겠소! 이틀 뒤 과장에서 봅시다.
윤희 : 난 과거 따윈 보지 않을테니.. 책값은 내일까지.. 꼭 세책방으로 가져 오시오.
처마를 벗어나 걸어가는 윤희.
6. 도성 거리/어느 일각 (밤)
달려 나가 그 어깨를 짚는 선준. 멈칫 놀라 돌아보는 윤희.
다시 빗줄기는 두 사람 위에 쏟아져 내리고.
선준 : 허면 누굴 찾아야하오?.
윤희 : ...(마지못해) 김윤식. 김윤식이라 하오.
선준 : 유생 김윤식. 그 이름으로 과장에 서시오.
윤희 : (본다)
선준 : 글을 팔아 권력을 사는 이들이 불만이오?.. 배고픈 백성들에게 밥이 되는 정치를 원한다 했소?
허면 정정 당당하게 출사를 하시오. 내 도포자락이 아니라 전하께 올리는 시권에 그 뜻을 밝히란 말이오.
선준 보는 윤희. 글을 잘 하나 여자인 한계로,, 과거를 볼 수 없는 처지.. 복잡해진다.
윤희 : ..난 과거 따윈 ...관심 없소.
선준 : 왜? 과거를 조롱할 필력은 있으나 입격할 자신은 없소?
윤희 : --
선준 : 아까운 솜씨였소. 거벽이나 하며 탕진하기엔..
윤희 : (피식 기막힌) 그래서 내가 감동이라도 할 줄 알았소?
선준 : (의외의 반응에 놀란다)
윤희 : 설마 그런 거요?
선준 : (본다)
윤희 : (차가와지며) 빈부귀천.. 노론 남인 당색에 관계없이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다 등과하여 벼슬을 할 수 있다고..
설마.. 그렇게 믿는 거요?
선준 : (진지하다)
윤희 : (어이없다) 정말 과거 따위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난... 조선이 그렇게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 안 해!!
차갑게 돌아서 가 버리는 윤희.
남아 있는 선준 복잡해진다.
7. 물레방앗간 (밤)
들창으로 들어오는 달빛 아래 윤희, 치마저고리로 갈아 입은 채, 머리를 말리며 비오는 풍경 바라본다. 복잡한 심경.
8. 선준 방 (밤)
창 밖 비오는 풍경을 내다보는 선준.
9. 궁궐 일각 (낮)
쨍하게 파란 하늘.
부용정 낚시하는 정조. 그 옆에 이정무와 병판.
정조 : 지난번 초시에서 맹랑한 녀석이 하나 있다 들었는데 좌상의 아들이라지요?
이정무 : 송구합니다.
정조 : 당치 않습니다.. 소과 초시쯤이야... 가벼이 여겼던 과인이 부끄러웠지 뭡니까.
이정무 : --
정조 : 해서 내 이번 복시는 한번 제대로 해볼 작정입니다.
이정무와 병판 이게 무슨 상황인가 당혹스러운데
정조 천연스럽게도 휘리릭 낚싯줄을 길게 드리운다.
10. 도성 곳곳 몽타쥬 (낮)
- 저자 거리 벽벽에 방들이 나붙는다. 몰려드는 사람들.
- 사부학당 앞에 붙는 방들 몰려드는 유생들.
- 세책방 사람들 저마다 접들의 깃대를 꺾는 모습.
- 각종 컨닝도구 한곳에 모여 불태우는 사람들.
정조E : 내일 실시되는 소과 복시는 친림시로 치러질 것이며 그 어떤 부정과 비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
모든 유생들은 이를 유념하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지어다.
그 사이로 다급하게 달려가는 윤희.
11. 세책방 (낮)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윤희. 황가 접 깃발들을 폐기처분중!!
윤희 : 돈 받으러 왔소. 이선준이란 자, 다녀갔소?
황가 : 돈은 나한테 주셔야지. 배달을 다녀왔으면!!
윤희 : 안 왔소?
황가 : 이선준이든 저선준이든.. 여긴 안 왔소.
윤희 : (끓어오르는 분노) 내 이럴 줄 알았어.... 내 이자를 그냥.
윤희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는데 턱- 그 목 뒷깃을 잡는 황가.
황가 : (은근히 귀에다) 거벽 자리가 떴소.
윤희 : (놀라서) 친림시라고.. 못 들었소? 다른 접들도 다 접는 마당에. 임금 앞에서 걸리는 날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황가 : (놔주며) 역시 안 되시겠지요. 목숨은 소중하니까요. (가려는)
윤희 : (그 팔목을 잡는) 사람, 성미 하고는.. (결심한 듯) 비싸다는 말이요.
황가 : (빙긋이 웃는)
윤희 : 꼭, 백 냥 채워 주시는 게요.
12. 윤희 집/안방 (밤)
잠자리에 누워 있는 윤희. 잠들지 못한 채 복잡하고 긴장된 얼굴.
그 위로 황가 FLASH BACK >11씬의 생략된 대사 분위기.
황가 : (은밀하게) 거벽을 쓸 이가 선비님을 찾아갈테니.. 선비님은 그 자리에 꼼짝 말고 계십쇼.
(엄포) 이번엔 실수하면 바로 사약입니다. 사약.
윤희 : --
FLASH BACK >1부 48씬.
병판 : 내 너를 내 사람으로 삼아야겠다. 사흘 뒤에 가마를 보내마.
긴장한 듯 손가락을 깨무는 윤희.
그때.. 윤희의 이불을 여며주는 조씨.. 윤희가 안쓰러운 듯 이불이며 귀밑머리를 매만지는 조씨.
그 손길을 느끼는 윤희, 그러나 내색하지 않는 윤희, 복잡해진다.
13. 창덕궁/연화당 (아침)
차르르 전각위로 내려오는 현수막. “경술년 소과 복시”
파란 하늘 차일이 척척 처지고 책상이며 집기가 설치되고 있는 과장의 분주한 풍경.
일렬로 맞춰 지는 방석들 바쁘게 움직이는 관원. 상궁 나인과 녹사.
14. 윤희 집/툇마루 (아침)
문을 열고 나서던 치마저고리 차림의 윤희, 굳어진다.
그 앞에 가마와 병판가의 가노들과 집사.
집사 : (비아냥거리듯) 뫼시러 왔습니다.
조씨 : (안타까운 마음을 삼키며 윤희 본다)
윤희 : (올 것이 왔구나.. 입술을 깨문다)
15. 창덕궁/집춘문 앞 (아침)
전날과는 다른 바짝 긴장한 유생들이 관원들에게 호패 검사를 하며 들어가고 있다.
그 앞에서 초조하게 윤희를 기다리고 있는 황가. 휴대용 앙부일구 보며 시간을 재고 있다.
황가 : (답답한 듯 짜증인 듯) 아, 왜 안와.
16. 윤희 집/안방 (아침)
거울 앞에서 가노들에 의해 단장중인 윤희, 결심한 듯한 표정.
윤희 : 잠시 시간을 주게. 내 가솔들에게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나?
17. 윤희 집/마당 (아침)
쓰개치마를 쓴 채 가마에 오르는 윤희의 뒷모습.
동네 사람들 수군수군 대고 조씨.. 걱정스러운 눈길로 가마를 오래도록 바라본다.
18. 집춘문 앞 (아침)
막 과장 문이 닫히려는 그 순간. 그 사이로 턱 들어오는 발. 황가다.
황가 : 잠깐, 아직 유생 한분이 안 왔소.
고장복 : (그저 닫으려 하면) 시각이 다했소. 곧 전하께서 납실게요.
황가 : (있는 힘껏 버티며) 우리 선비님께서도 곧 납실게요.
고장복 : 아니 이 자가 냉큼 비키지 못해.
육모 방망이를 내리치려는 고장복, 그 손목을 잡는 윤희.
황가 눈에 눈물이 맺힐 만큼 반갑다..
황가 : 똥줄 타 죽는 줄 알았소.
윤희 : 사정이 좀 있었소.
19. 병판 집 앞 (낮)
스르르 가마 문을 열던 집사.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진다.
그 안에 쓰개치마를 옆에 두고 앉은 윤식이다.
집사 : (당혹한) 계집은.. 대체 계집은 어딜 간 게냐?
20. 창덕궁/연화당 (낮)
자리에 앉는 윤희. 긴장한 듯 주변을 둘러본다.
소과 때와는 사뭇 다른 정돈되고 엄정한 분위기. 하나 둘 차기 시작하는 자리들.
윤희, 빼꼼... 고개 들고 혹 선준이 왔는가 찾는 듯 보인다. 없다.
그때 “주상전하 납시오..”하는 상선의 소리 들린다.
윤희 보면 연화당으로 들어서는 정조와 정약용과 상선 일행.
일어나 일제히 예를 갖추는 유생들.
윤희, 차마 얼굴도 마주치지 못한다.
유생들을 찬찬히 바라보는 정조, 기대에 찬 표정.
녹사E : 시제요.
차르르 현제판에서 내려오는 시제.. “지(知) 인(仁), 출사표(出師表)”
윤희, 거벽을 찾아올 유생을 초조하게 기다리느라 이리 저리 살피고 있다.
그때 들려오는 소리.
선준E : 누굴 기다리는 모양이오.
윤희 : 예.. (하는데.. 어쩐지 불길하다,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선준 : 그대를 거벽으로 고용한 자를 찾소--?
윤희 : 와..왕..서방? (설마 하고 돌아보면)
씨익 웃고 있는 선준.
선준 : 금상께서 자리한 친림시에서 대리시험이라.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윤희 : (입술을 깨문다!)
선준 : 그대를 거벽으로 고용한 자는..바로 나요!!
윤희 : (헉!!!) 뭐..뭐요?
선준 : (손을 번쩍 들며) 이보시오! 시관!!
윤희 : (사색이 된다)
선준 당당한 표정인데.
선준 : 여기, 과장을 더럽히는 자가 있소!!
윤희, 휙 고개를 돌려 선준을 쏘아본다. 분노 원망 억울함!!
이와는 반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여유롭게 웃는 선준.
사색이 되는 윤희, 일제히 과장의 시선이 집중된다.
21. 연화당/본부석 단상 위 (낮)
무슨 일인가 선준 쪽을 바라보는 정조. 정약용 다가온다.
정약용 : (정조에게) 좌상의 아들 이선준입니다.
선준을 바라보는 정조, 흥미로운 표정이 된다.
유창익E : (엄한) 전하께서 납신 친림시에서 부정이라니!!
22. 연화당 마당 (낮)
윤희와 선준 앞에 서 있는 유창익. 그 뒤에 선 관군들.
유창익 : 대체 그 천인공노할 인사가 누군가.
선준 : (담담한) 접니다!!
윤희 : (본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선준 : 소생, 실수로 이자의 시권을 더럽혔습니다. 새 시권을 주시겠습니까?
윤희 보면 윤희 앞에 벼루는 쏟아져 있고 시권은 먹물로 엉망이 돼 있다.
윤희 선준의 의도를 몰라 여전히 멍한 상태다.
그 어깨를 덥석 잡는 유창익. 화들짝 놀라는 윤희.
유창익 : (무서운 표정) 호패를 내놓게.
윤희 : (놀라).. 예?
유창익 : 호패를 봐야 이름을 확인하고 시권을 줄게 아닌가?
윤희 : (호패를 주섬주섬 찾아 손에 쥐는데)
INST >2부 6씬.
선준 : 유생 김윤식. 그 이름으로 과장에 서시오. 정정당당하게 출사를 하시오.
윤희 그제야 선준의 의도를 알았다. 고갤 들어 선준을 쏘아본다.
유창익 : 어서 호패를 내놓지 못할까.
윤희 : (호패를 차마 내놓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유창익 : 과시를 보지 않을 생각인가.
윤희 : (그럴 수만 있다면.. 선준의 뜻대로 움직여주고 싶진 않다..)
유창익 : (무섭게) 네 놈은.. 장 백대다. (관원들에게) 당장 이 자를 끌어내!!
윤희 : (헉.. 당혹한데) 예..에?
유창익 : 입문유린!! 시험에 응시치 않는 자가 과장에 드는 것은 부정의 시작이다. 모르나!!
윤희 시선에 관원들의 험상궂은 얼굴과 오랏줄과 방망이!!
겁에 질린 듯 마른 침을 꼴깍 삼키는 윤희.
윤희 : (호패를 내놓으며, 결심한 듯) 남산골.. 김윤식입니다. (그 위로)
집사E : 계집은 어디로 빼돌린 게냐.
23. 병판 집/마당 (낮)
당당하게 선 윤식. 그 앞에 집사 분한 듯 서성인다.
집안의 가노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윤식 바라보고 있다.
윤식 : 돈이라면 오늘 갚을 것이다. 더는 누이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라.
집사 : (고깝다) 세상물정 모르고 까부는 건 남매가 빼 박았군.
윤식 : (쏘아본다. 당당한 눈빛)
24. 연화당 마당 (낮)
붓을 들었다 놨다, 여전히 백지 시권을 앞에 두고 갈등하는 윤희.
이미 시권을 제출하려 자릴 뜨는 유생들.
다시 붓을 드는 윤희.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한 선준이다.
윤희 선준을 휙 쏘아보면 역시 백지 시권을 앞에 둔 선준, 시권 쓸 생각도 않은 채 팔짱 끼고 두 눈을 감고 앞만 보며 앉아 있다.
어라? 저 인간 뭘 하는 거지? 의아해지는 윤희다.
선준 : (눈 감은 채 마치 그런 윤희의 시선을 느낀 듯) 백지답안은 분명 장 백대라 들은 것 같은데--
윤희, 분한 듯 입술을 깨물고 답안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실눈 뜨고 힐끗 그런 윤희를 보는 선준. 그럼 그렇지, 엷은 미소.
그제야 자기도 붓을 들어 시권을 써 내려 간다.
25. 창덕궁/수권소 (낮)
서탁 위로 쌓이는 시권들, 그 앞에 정약용과 유창익.
시권을 정리하던 정약용 보면, 대다수의 유생들이 떠난 과장에서 여전히 서로를 견제하며 답안을 써 가고 있는 선준과 윤희.
26. 연화당 마당 (낮)
시권을 들고 일어나는 윤희.
선준도 그제야 시권을 들고 일어나 수권소로 가기 시작한다.
티격태격 나오는 두 사람.
윤희 : (분하지만 나즉히 이 앙다문)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요?
선준 : (건조하게) 말 했을 텐데... 거벽이나 하기엔 아까운 재주라고.
윤희 : ... (회심의 미소) 그게 뜻대로 될까 몰라.
선준 : (뭐지? 보면)
윤희 : (관군들 의식하며) 내 오늘은 어떻게든 책값을 받아 낼테니-- 내뺄 생각은 않는 게 좋을 게요.
27. 창덕궁/궐문 앞 (낮)
분한 듯 팔을 걷어 부치며 나오는 윤희.
윤희 : 정정당당히 출사하라구? (통쾌한 듯, 흥) 누구 맘대로-
막 문 앞에 도착한 윤희, 그때 철커덕 닫히는 문.
윤희 의아해진다.
함춘호 : 오늘 과시는 즉일방방으로 치르신다는 어명이오.
유생들 : (웅성대는)
윤희 : (의아한 듯) 즉일방방이... 뭡니까--?
함춘호 : 전하께서 입격자를 가려 곧 발표하신다는 뜻이오.
윤희 : 전하께서... 직접... 그것도 지금 말입니까?
휙 궁 쪽을 돌아보는 윤희. 큰일났다. 낭패감이 가득한 표정이다.
유창익E : 호명된 유생은 앞으로 나서시오.
28. 정전 앞 (낮)
월대 위 용상 위에 앉은 정조. 그 앞에 시권을 받치고 선 상선.
그 아래 정약용과 유창익.. 대사성 서 있고 금위 나장들과 장용영의 군사들 경계가 사뭇 삼엄하고, 위시한 예조 관원들.
그 앞으로 정전 박석 위 앞 반듯하게 일렬로 앉아 있는 유생들.
일일이 시권과 유생들을 대조해 질문하고 있다.
유창익 : 전하께옵서 직접 하문할 것이오. (명부첩 보며) 김가..
초조한 듯 도포자락을 꼬기작 말아 쥐는 윤희.
유창익 : 김가.. 현중.
윤희 : (안도의 숨을 내쉰다)
유생 하나 나가 예를 갖춘다.
정조 시권 하나를 들어 본다.
병판E : 금상을 내버려 두실 작정입니까!!
29. 궁궐 일각 (낮)
심통 난 듯 폭폭대는 병판과 그와 반대로 여유로운 표정의 이정무.
병판 : 성균관 유생 나부랭이나 뽑는 소과에 친림시만도 모자라 직접 홍점을 주겠다 나서다니 아니 이게 웬 오지랖?
이정무 : (여유) 학문을 권장하는 일은 군왕의 책뭅니다. 병판..
병판 : 참으로 태평하십니다. 금상의 속내를 정녕 모르십니까--
이정무 : (본다)
병판 : 우리 노론가 자제들을 발본색원해 성균관 아니 장차 이 조정엔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 이겁니다.
이정무 : (그저 미소만)
병판 : 허면 (이정무 살피며) 아드님의 입격을 어찌 장담 하겠습니까..
이정무 : (태평히) 하는 수 없지요.
병판 : (의외다) 예?
이정무 : 그만 일에 주저앉을 위인이면 출사한들.. 우리에겐-- 득 될 것이 없소. (담담히 먼저 걸어간다)
병판 : (지독한 인간.. 고개를 절레절레)
30. 정전 앞 (낮)
새로운 시권을 펴는 정조.
유창익E : 김가.. 윤식.
윤희 : (올 것이 왔구나...)
선준 : (윤희 본다)
윤희 : (앞으로 나와 깊이 예를 갖춘다.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
정조 : (시권을 보다가 굳어진다. 싸늘한 시선으로 윤희를 본다) 그대가 이 시권을 쓴-- 김윤식인가.
윤희 :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러하옵니다.. 전하.
정조 : (버럭) 네 이노옴!
정전을 쩌렁쩌렁 울리는 정조의 호통. 사색이 되는 윤희.
선준도 대사성도 정약용도 모두 윤희와 정조를 바라본다.
정조 : 네놈이 이렇듯 과인을 기망하고도 살아남기를 바라느냐.
윤희 : (그대로 무릎 꿇고 엎드리며) 소...송구하옵니다. 전하..
정조 : 과인이 낸 시제가 무엇이냐-?
윤희 : 어질 인과 알 지 두 자를 넣어 출사의 뜻을 밝히라, 하셨습니다.
정조 : 헌데 네놈은 어찌 답했느냐.
윤희 : (차마 답하지 못한다)
유창익 : 어서 말하지 못할까?
윤희 : (주저.. 주저) 고문을 욀 만큼 글은 제법 아나 그 재주로 거벽을 하려 과장에 들었나이다.
(화면 한 켠에 써내려지는 한문, 知강조)
윤희의 의외의 대답에 놀라는 선준, 정약용 흥미롭게 보고 대사성과 관원들 뜨악해서 보는데,
정조 윤희를 응시한다.
윤희 : 지엄한 국법 아래 뜻을 접었으니.. 법을 어긴 죄인은 아니나 관원이 될 만큼 어질지 못하기에 출사할 자격이 없다. --
(역시, 한문 자막이 멋들어지게 써 내려 오고 仁강조된다) 그리 답했습니다.
선준 : ---
정조 : (보다가) 누구냐--? 네놈을 거벽으로 삼겠다 한 이가 있었으니 과장에 들었을 터..
윤희 : (헉!!)
선준 : (본다)
유창익 : 네 이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어서.. 고하지 못할까.
윤희 : 그자는-- (선준 본다, 주저하고 갈등하는데)
선준 : --
윤희 : 그자는-- 오지 않았습니다.
선준E : (단호한) 거짓입니다.
놀라는 윤희.
정약용 대사성도 관원들 모두 놀라고 정조, 흥미로운 듯 선준을 보는데,
선준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담대한 기색으로 서 있다.
선준 : 그자는 바로-- 소생입니다. 전하!!
놀라는 윤희, 선준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의 정조.
의연한 선준. 그 위로.
이정무E : 아들 애가 거벽을 세웠단 말인가.
31. 궁궐 일각 (낮)
믿기지 않는 표정의 이정무.. 그 앞에 관원 하나 고하고 있고 병판도 놀란 듯 서 있다.
이정무 : (의혹에 찬) 그게 사실인가--
관원 : 송구..합니다. 대감.
병판 : 이러언~. 지 애비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이정무 눈치 슬쩍)
이정무 : (당혹감에 깊은 침묵)
32. 정전 앞 (낮)
탕- 시권을 내려놓는 정조.
그 앞에 윤희와 선준 나란히 서 있다.
정조 : 그대가 제출한 시권은 나무랄 데 없는 압권이다. 헌데 이런 그대가 대리시험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선준 : 김윤식은 제가 세운 거벽이 맞습니다. 전하.
윤희 : (의외다)
정조 : (보면)
선준 : 제가 아는 김윤식은 시부와 경학에 두루 능했으며 또한 굶주린 백성의 처지를 헤아리는 깊은 심덕을 지녔습니다.
윤희 : --
선준 : 허나 한미한 가문과 당색으로 출사가 불가하다 믿어 과장엔 결코 서지 않겠다 했습니다. 하여--
정조 : 기회를 주고자 했나, 김윤식을 위해서?
선준 : 또한 소생을 위한 길이었습니다.
정조 : (보면)
선준 : 만일 김윤식의 필력으로 입격치 못한다면-- 실력이 아닌 가문과 당색이--, 인재를 얻는 기준이라면
그것이 진정 이 나라 조선의 오늘이라면... 소생 또한... 출사치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뜻밖의 말에 선준을 바라보는 윤희.
정조 : 그 말은... 곧 과인을 시험하기 위해 김윤식을 거벽으로 세웠다-- 그 뜻인가--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본다)
선준 : (보다가) 이제 출사한다면 전하께선 소생이 목숨을 바쳐 따를 주군이십니다. 어찌 장부가 목숨을 가벼이 할 수 있겠사옵니까.
정조 : 뭐라.. (싸늘해진 정조, 용상에서 일어나 월대 아래로 내려온다)
그 뒤를 따라 정조를 시위하는 금부도사와 나장. 장용영 군사들 다급히 내려온다.
일순 궁 안엔 살기등등한 긴장감이 흐른다.
윤희 앞에 와 서는 정조.
정조 : (싸늘한) 과인을 기망하고 종묘와 사직을 능멸한 네 놈들을-- 내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윤희 :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선준이 원망스럽고 두렵다. 울상이 된다)
정조 : 김윤식과 이선준에게 과인이 아는 가장 가혹한 형벌을 내릴 것이다.
선준 : (흔들림 없는 눈빛)
윤희 : (금부나장들의 군화 발. 긴 목검들만이 눈에 들어온다. 두렵다)
정조 : 김윤식은 일어나 과인에게 얼굴을 보이라!!
윤희 : (주춤 일어선다. 정조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 숙인다)
정조 : 성균관으로 가거라!!
윤희 : (허걱.. 잘못 들었나? 눈을 깜박깜박)
정조 : 김윤식과 이선준에게 성균관, 거관수학을 명한다.. 그대들은 밤낮없이 학문에 정진하고 지금의 바른 뜻을 지켜
과인의 곁으로 오라.
윤희 : (안 돼... 심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정조 : (윤희의 어깨를 짚으며, 비로소 인자한) 그대들이 꿈꾸는 조선을 과인에게도 보여 다오.
선준 : --
정조 : (진지한) 이는--- 과인의 어명이다.
윤희 : (당혹한 듯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아..아니 되옵니다.. 저, 전하.
놀란 듯 보는 정조와 대사성 금부도사들과 군사들.
그러자 윤희 그대로 쓰러져 버린다.
경악하는 선준과 정조와 신하들 웅성..
눈 한 짝 뜨고 정조를 바라보는 윤희.
윤희 : 소생.. 콜록콜록.. 몸에 병이 깊어 기숙사 생활이 어렵습니다. 전하. (정조 살피듯 보며)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정조 : 어의는 어디 있는가.
어의 : (관복 입고 서 있던 신하 쑥 나서며) 대령해 있나이다. 전하.
정조 : 귀애하는 신하다. 어서 이자의 병을 시료하라.
윤희 : (이게 아닌데 몸을 벌떡 일으키며) 저...전하.
어의 : (윤희의 맥을 짚다가 사색이 된다) 아니..
정조 : 무슨.. 병인가. 위중한가.
어의 : 전하.. 이자는--- 사내가 아닌 계집이옵니다.
정조 : 뭐라!! 어찌 계집이 사내의 복색을 하고 과장에 섰단 말인가.
대사성 : 국법이 지엄하고 강상의 법도가 추상같거늘.. 전하 저 몹쓸 계집을 당장 끌어내 능지처참해야 마땅하옵니다..
정조 : (엄한) 그리 하라!!
겁에 질린 윤희 목에 창과 검을 겨누는 군사들!!
33. 동 장소 (낮)
생각을 떨쳐버리듯 고개 흔드는 윤희. 아니되옵니다 부터 상상이었다.
다시 현실, 정조 앞에 서 있는 윤희.
정조 : 김윤식은 과인의 명을 받으라.
윤희 : (하는 수 없다. 고개 들며) 그 어명 ...
정조 : (본다)
윤희 : (망설이다가) 받들.. 겠습니다.. 전하..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그 모습이 귀엽다)
정조 : (의아한 듯) 헌데.. 그대의 낯빛이..
윤희 : (어의를 부를까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니.. 아니옵니다.. 전하 소생 (팔다리 움직이며) 사지육신 강건하여
학업정진에 불철주야 분골쇄신함이 완전무결하옵니다. 하오니.. 어의만은...
정조 : 그대의 낯빛은... 한 번 보면 쉬 잊을 수가 없겠군. 녹빈홍안은.. 그대를 이름이다.
윤희 : --
정조 : 지금껏 과인에게 이토록 솔직한 시권을 낸 이는 없었다. 김윤식.. 내 그대의 얼굴을 기억해두지.
파안대소 정조와는 달리 윤희 암담해진다.
E 팡파르 같은 북소리와 징소리.
34. 창덕궁 궁궐 앞 (낮)
환호 속에 금의환향하는 유생들. 가족들이며 후배들이 화환을 목에 걸어주고 행가레도 치고 한껏 흥겹다.
그 사이로 터덜터덜 넋이 나간 듯 걸어오고 있는 윤희.
선준E : 내가 옳았소!!
윤희 : (보면)
선준 : (자신에 차) 이 이선준이 처음으로 인정한 필력이니 분명 입격할 꺼라-- (하는데)
윤희 : 말했지? 과거 따윈 관심 없다구!! 도덕군자가 됐든 만고충신이 됐든 그딴 거--
사는 게 지루하고 심심한 댁네나 천년만년 하란 말이오.
쌩하니 가는 윤희 따라와 잡는 선준.
선준 : 이젠 인정하시오.!! 조선은 그쪽 말처럼 형편없는 나라가 아니오!!
윤희 : 조선이 훌륭하건 말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오?
선준 : (본다)
윤희 : 그 대단한 조선이 뭘 대신해줄 수 있는데-- 내 동생 약값이라도 대주나? 아니면 우리 집 쌀독이라도 채워준대?
선준 : (싸늘하게) 잘못했군!!
윤희 : (뭐지? 본다)
선준 : 역시.. 그랬나-? 스스로 노력하기 보다는 핑계를 대는 쪽이었군. 세상을 원망하는데 힘을 쏟느라
눈앞에 온 기회도 몰라보는 한심한 인간들..
윤희 : (뭐라구?)
선준 :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다. 허면 나 역시 이런 귀찮은 일 따윈 벌이지 않았을 테니까.
윤희 : (이 앙다물며) 그러니까!! 잘난 척 그만하시고 돈이나 내놔. 약조한 내 돈.. (악에 받쳐서) 하루 늦은 이자까지 전부 다!!
선준 : (돈 주머니 건네며) 책값 오십냥에 이자 두냥까지 오십이냥이오!
돈 주머니를 받은 윤희 보다가 돌아서 간다. 그 뒤로
선준E : 셈을 하려거든 좀 제대로 하는 게 좋겠소.
윤희 돌아본다.
선준 : 성균관 유생들에겐 약재가 언제나 무료외다..
윤희 : (본다. 몰랐다.)
선준 : 아우 병구완을 하기 위해서라면 성균관에 들어가는 편이 낫소.. 또한 유생들에게 나오는 용채도 적지 않지.
헌데 그조차 셈하지 못하는 아둔한 인사였다니--- 출사한다 해도 백성들에게 도움될 게 무엇이겠소...
차갑게 가버리는 선준, 윤희 분하고 기막힌데
순돌 옴실곰실 선준에게 다가오다 윤희를 보고 놀란다.
순돌 : (수선스레) 옴마야.. 되련님..용모화의.. 그 꽃도령 아니오?
35. 세책방 (낮)
서탁 위에 툭 놓여지는 제법 묵직한 엽전꾸러미.
의아한 듯 황가를 바라보는 윤희. 황가 금고를 열고서 돈이며 장부들을 정리하고 있다.
윤희 : 오십냥..--? 이 돈을 내게 세놓겠단 말이오?
황가 : 쓰읍!! 세라면 좀 섭하고.. 거벽 일에 내 백 냥을 약조했으니 내 책임도 없다고는 못하고..
(윤희 살피며) 장학금 아님 후원금 뭐 이런 정스럽고 격조 있는 말로다 좀 골라보쇼.
윤희 그런 황가 손이 금고에 들어간 순간. 금고 문을 휙 닫는다...
양손이 낀 채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황가.
윤희 : 무슨 꿍꿍이오?
황가 : (오만상 찡그린 채) 꿍꿍이라니. 꿍꿍이라니!! 순결한 영혼이오!!
윤희 : 내가 요새 좀 배웠거든.. 남의 돈이 얼마나 겁나는 물건인지. (더 세게 누르며) 그러니 바른대로 말하는 게 좋을 게요.
황가 : 선비님 재주가 아까워서 내 선심 한번 쓰겠다니까... 좀 믿어!!
윤희 : (꽉 누르며) 어쩌나?? 속아주기엔, 보낸 세월이 길어서.
황가 : 사.. 사실은.. 내가.. 빌려 주는 게 아니오.
윤희 : (보면)
황가 : (이를 어쩌나 싶은데) 사실...은.. (말할까 말까)
윤희 : (더 꽉 조일 듯 노려보며) 사실은..
황가 : (에라 모르겠다는 듯 눈 찔끔 감으며) 선금이욧!!
윤희 : (보면)
황가 : 성균관 유생이 써 주는 필사는 불티나게 팔리는 벱이유. 그게 다 망할 놈의 이름값이라는 거 아니겠소?.
윤희 : (곰곰 생각하는) 그러니까 빚이 아니라 선금.. 이다?
황가 : (끄덕끄덕)
윤희 : (비로소 놔주며) 허면.. 이자 물일은 없는게욧!
황가 : (손목 감싸 쥐며) 어련하시겠소...
돈주머니를 흐뭇하게 들어 보는 윤희.
36. 도성 거리 일각 (낮)
길을 가고 있는 선준과 순돌이.
선준 : 책쾌의 입단속은 철저히 해 둔 게냐?
순돌 : 지.. 순돌이어라. 무덤까지 가져가겠다 손꾸락 걸었당께요.. 그란디 되련님.. 꽃도령헌티 웬수 갚겠다 안 했소?
뭐땀시 돈을 다 빌려준다요.
선준 : (복잡한)... 내 공연한 짓을 했다.
37. 모란각 후원 (저녁)
빙그르르 단지로 들어가는 투호.
화톳불과 홍등이 환히 밝히고 있는 후원에서 병춘 고봉 투호놀이중이다.
한 켠 기루에 마련된 주석에는 하인수와 용하가 앉아 기생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
강무 말없이 술을 마신다.
하인수 : (술을 마시며 용하에게) 이선준에게 금상이 직접 입격을 명했다.
설고봉 : (투호 던지며 무신경하게) 과장에서 오줌지리는 놈두 있는데 임금을 상대로 내기를 다하구.. 이선준 그 자식.. 키야..
역시 인물은 인물인가 봐.
천연덕스럽게 돌아보는 고봉, 그러나 찌릿 째려보는 병춘, 하인수.
강무 : (무표정한) 너지? 그때 오줌 싼 놈.
기생들과 좌중 유생들 한바탕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설고봉, 꽃을 얼굴에 붙이고 찌그러진다.
임병춘 : (투호 던지러 나오면서) 근데..그 김윤식이란 놈은 누구야. (선준... 비꼬듯) 이선준이랑 엮인 놈.
용하 : 아, 녹빈홍안.. (투호 손가락으로 돌리며) 알텐데.
임병춘 : (한 발 들고 투호 던지려) 누구?
용하 : (보지 않고 무심하게) 주.해.본 필사
임병춘 : (휘청, 삐끗한다) 그 기집애같이 생긴 재수 없는 놈--?
용하 : (싱긋 웃으며) 놈일 수도.. 있고..
임병춘 : (서성이며) 난 못살아!! 도련님에다 그 기생 오라비 같은 놈까지 끼구.. 한 지붕 안에선. 절대.. 못살아!! 안살아!!
하인수 : (술잔 턱 놓고 일어나 투호 잡으며) 한 지붕 아래서 살면-- (비웃으며) 안 되지..
병춘/고봉 : ..(무슨 뜻이지?)
용하 : 성균관 입학이야 금상 맘이지만.. 출재는 장의 맘이다--?
하인수 : (서서히 나와 투호를 잡으며) 과장에서 영웅이 됐다-- 기고만장해 있겠지. (투호 던져 넣기 시작하는)
대사성도 금상도..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이선준이 아니야. 그 아비... 좌상대감일 뿐. (투호 다섯 발 모두 명중한다)
병춘/고봉 : (박수치면서) 지화자!!
하인수 : (아이들 돌아보며) 진짜 이선준이 누군지, 가르쳐 줘야하지 않겠나. 그리고 이 하인수가 누군지도,
(섬섬이 주는 술잔 받는다) 성균관에선 금상도 내 발 밑이라는 걸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겠지..
술잔을 거칠게 비우는 하인수, 번뜩이는 눈빛이다.
E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38. 병판 집 대문 앞 (저녁)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손,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윤희. 치마저고리 차림이다.
삐거덕 열리는 문. 집사 나온다.
윤희 : (당당하다) 아우를 데리러 왔네.
집사 : 돈은--? (꼬나보는 무시의 시선)
턱 돈 주머니를 내놓는 윤희.
집사 못미더운 듯 돈주머니를 여는데 놀란 듯 다시 윤희를 바라본다.
39. 병판 집/고방 (저녁)
고방 문이 열리고 들어서던 윤희. 바닥에 누워 있는 윤식.
윤희 달려가 몰매를 맞은 듯 피투성이가 된 윤식을 일으킨다. 저로 인해 고초를 겪은 동생이 안쓰럽고 미안해진다.
윤희 : (목이 메인다) 미안해.. 윤식아. 미안해. 누나가 너무 미안해.
윤식 : (윤희 손 잡으며) 걱정 마. 나 괜찮으니까..
윤희 : --
윤식 : (애써 괜찮다는 듯) 다행이야.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살면서 오늘처럼 마음 편한 날이 없었거든. 진짜라구..
부러 밝은 척 하는 속 깊은 동생..
윤희는 비로소 참아왔던 걱정과 긴장 때문에 핑그르르 눈물이 맺힌다.
E 병판의 호탕한 웃음소리.
40. 병판 집/사랑 (밤)
서안 위에 올려진 돈 꾸러미. 병판과 집사가 마주앉아 있다.
병판 : 맹랑한 계집이로고. 기어이 백냥을 만들었겠다.
집사 : 하명만 하신다면 당장이라도 계집을 (하는데)
병판 : 됐다. 얼마나 더 버티는지 두고보자. 내 한번 마음에 둔 계집은 단 한번도 놓쳐본 일이 없다.
싸늘하게 웃는 병판의 무서운 입매.
41. 선준 집/사랑 (밤)
서안 앞에 앉은 선준과 이정무.
이정무 : 오늘 과장에서 거벽을 세웠다 들었다. 그것도 금상을 시험하기 위해서라 했더냐--?
선준 : 소자 미욱하여 아버님께 또 다시 심려를 끼쳤습니다.
이정무 : (보다가) 그래.. 네가 본 금상은 합격이냐. 불합격이냐.
선준 : ... 성균관에는 입학키로 했습니다.
이정무 :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아직은 합격도.. 불합격도 아니다-?
선준 : (긍정의 침묵)
이정무 : 아비도 그렇다.
선준 : (보면)
이정무 : 먼저 조정에 출사한 선진으로서 이 아비의 눈에도 너는 아직 합격도 불합격도 아니다. 허나 기꺼운 마음으로 지켜보마.
상유 이선준.. 성균관.. 입학을 축하한다.
흐뭇한 얼굴로 선준을 건네다 보는 이정무.
선준.. 담대한 얼굴이다.
조씨E : 성균관이라니!!
42. 윤희 집/안방 (밤)
놀란 듯 말을 잇지 못하는 조씨. 그 앞에 고개를 숙인 윤희.
윤희 : (고개를 푹 숙인 채) 죄송합니다. 어머니.
조씨 : 게다가 거관수학이면 사내들과 기숙사 생활을 한단 말이냐?
윤희 : (할 말이 없다--)
조씨 : 안 될 말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윤희 : 허나 어명...이예요. 어머니. 거스를 수 없는--
조씨 : 그러니 내 뭐라 했느냐. 윤희 너에게 글공분 독이 될 뿐이라 하지 않았어?
윤희 : 사람답게 살고 싶었어요.
조씨 : (본다)
윤희 : 돈에... 팔려가고 싶진 않아요. 병판 대감에게 간다면 고래등같은 집에 화려한 비단을 걸쳐도 전 평생...사람이 아니라
그저 백 냥짜리 계집일 뿐이예요. 세상이 함부로 매긴 헐값에-- 절 내주고 싶진 않았어요.
조씨 : (본다)
윤희 : 차라리 성균관에 가겠어요.
조씨 : (놀라운) 윤희야.
윤희 : 성균관에선 윤식이 병구완도 제 힘으로 할 수 있어요. 필사 일도 훨씬 더 잘 할 수 있고 용채도 나온대요.
조씨 : --
윤희 : 이렇게 매번 빚에 쫓겨 수모를 겪느니 차라리 그 편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예요. 어머니.
조씨 : (흔들린다)
윤식E : 누이 뜻대로 해주세요.
건넌방으로 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윤식 조씨와 윤희 앞에 와 앉는다.
조씨 : 누이가 성균관에 간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그동안 윤식이 넌, 니 이름으로 살 수 없을게야.
윤식 : 누인, 평생을 절 위해 살아왔어요.
윤희 : (윤식이가 고맙다)
조씨 : --
윤식 : 허락해 주세요, 어머니.
조씨를 바라보는 윤희와 윤식의 간절한 눈빛. 조씨 난감하다.
43. 궁궐 일각 (밤)
등롱을 든 상궁나인들의 인도 아래 정조와 정약용 거닌다.
정조 : (껄껄 웃으며) 김윤식이라 했던가 -- 녹빈홍안, 그 곱상한 얼굴에 대쪽 같은 품성이라니... (껄껄..) 유쾌한 녀석이다.
정약용 : (미소 짓는다)
정조 : 그대 생각은 어떤가--
정약용 : (보면)
정조 : 좌상의 아들 이선준 말일세...그 자가 과인을 시험한다 하지 않았나. 과인이 합격점을 얻었을 것 같은가--
정약용 : (설핏 웃으며) 약관의 나이에 전하를 감히 시험하겠다는 그 담대한 자의 속내를 소신 같은 범인이 어찌 헤아리겠나이까.
정조 : (너털웃음) 그대 말이 옳다.. (하다가 웃음기 잦아들며) 참으로... 오랜만이야.. 이렇듯 과인을 설레게 만든 인재는--
김윤식과 이선준.. 두 아이의 성균관 생활이.. 기대 되지 않나?
정약용 : 소신..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정조 : (보면)
정약용 : 전하께옵서.. 저를 성균관으로 보내신 연유 말입니다.
마주 서는 정조와 정약용.. 군신간의 도타운 믿음의 눈빛.
44. 윤희 집/안방 (낮)
창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오고 세조대와 저고리 갓 도포 한쪽에 나란히 놓여 있다.
치마끈을 푸는 윤희. 스르륵 내려가는 치마와 한쪽에 벗어 놓는 저고리.
윤희, 하얀 천으로 가슴을 돌돌 말아가고 있다.
저고리를 입고 고름을 살폿 매는 손놀림. 머리를 싹싹 빗어 올려 동곳으로 상투를 트는 윤희.
도포를 휘릭~! 펄럭이며 입는 뒷모습. 갓을 쓰고 야무지게 갓끈을 묶는 손매. 짧고 빠르게 보여진다.
이제는 완전히 성장을 한 윤희. 옥골선풍 녹빈홍안의 선비 그 자체!
45. 윤희 집/마당 (낮)
윤식과 조씨 윤희를 기다리고 서 있다.
문이 열리고 갓 도포 차림으로 나와 서는 윤희.
갓끈을 묶어주고 옷매무새를 매만져 준다.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손길이다.
윤희 앞에 보퉁이를 내미는 조씨.
윤희 : (의아한) 이게 뭐예요? 어머니.
조씨 : (쯔쯔 혀 차며) 이렇게 모자라서 대체 어떻게 버티겠다는 건지.
윤희 : (보면)
조씨 : 신방례 이바지 음식이다.
윤희 : 신..방례요?
조씨 : 성균관에 가 선배들 앞에 처음 인사하는 자리니라. 집안사정이야 니가 더 잘 알 테고..
배운 사람들이니 음식이 아니라 마음도 봐 주겠지... 그리 여겨 준비했다.
윤희 목이 메인다.
윤희에게 떡궤를 들려주는데 윤희 시선에 무명천으로 묶은 조씨의 머리가 들어온다. 짧은 머리를 검정 무명 끈으로 동여맸다.
늘 꽂혀 있던 단 하나의 장신구.. 은비녀가 사라진 것!!
윤희 : 어머니.. 머리가.. (하다가.. 떡 시루를 본다.. 짐작이 간다) 왜.. 그러셨어요. 왜 그렇게까지.
조씨 : 니 짧은 머릴 볼 때마다.. 다 늙은 에미가 뒷꼭지가 늘 부끄러웠다.
윤희 : (눈물을 참는다)
조씨 : 네가 가겠다고 해서 보내주는 게 아니다. 에미가 보내는 게야. 그러니.. 윤희야. 만일 이 일로 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건 다.. 에미 몫이다.
윤희 : 어머니.
조씨 : (윤희 손에 은장도를 쥐어준다) 그 누구도 네가 여자인걸 알아서는 안 된다.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꾹 참고 자중자애 하거라.
윤희 : (목이 메이는데... 윤식 보며) 어쩌니 우리 윤식이한테 미안해서.
윤식 : 그러니까 더 잘 하고 와!! (호패를 내민다) 자,
윤희 : (호패를 받아든다. 눈물겹다)
윤식 : (사내 동무에게 하듯 툭툭 어깨를 치며) 어이 김윤식.. 이름 값, 꼭 하고 오는 거다!!
윤식의 너스레에 조금 환해지는 윤희. 눈가는 촉촉하다.
46. 반촌 거리 일각 (낮)
흔들리는 떡궤. 떡궤를 한손에 든 윤희가 반촌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금단령을 개조한 옷을 입은 상인, 윤희 앞을 지나가며 외친다. “청금단령 수선합니다. 최신유행에 맞춰 입으십시오.”
윤희 신기한듯 돌아보고, 그 앞에 전단지를 내미는 상인.
“여기는 주차구역입니다. 술과 차가 있는 공간. 성균관 유생 여러분께는 적립금을 쌓아드립니다.”
두리번두리번 설레고 신기한 표정의 윤희, 그때 요란한 소리 들려온다.
E 우당탕당.. 그릇 깨지는 소리.
윤희 보면 그 바로 옆 주막에서 주막집 아낙과 어느 취중의 사내의 육탄전.
부지깽이를 들고 사내를 쫓아다니는 아낙, 아낙을 피해 사내는 평상으로 마당으로 날라 다니고
그 바람에 상을 들고 나오던 새끼 주모와 부딪혀 국밥상이 바닥으로 엎어진다.
새끼주모 휙 사내를 쏘아보자 사내 순간 딸꾹질, 그 틈에 달려온 주모는 부지깽이로 사내의 등짝을 후려갈긴다.
취중의 사내 비틀거리며 주모를 피하다 주막 사립문에 쿵 부딪히며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어쿠쿠.. 굴러 나오는 재신 윤희 발 앞으로 툭 떨어지고 그 바람에 휘청하는 윤희..
어어어.. 떡궤를 놓치지 않으려 전전긍긍하는 윤희. 다행히 중심을 잡은 윤희.
주모는 바가지에서 소금을 가져와 사내의 등짝에 뿌리기 시작한다.
주모 : 에라.. 이 망할 놈의 인간아.. 술을 퍼 먹었으면 돈을 내야지..
사내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 소금을 맛본다.
사내 : 거.. 사람 승질머리하군... 이 좋은 안주를 지금 주나?
소금을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사내의 옆모습. 기가 질리는 주모.
윤희도 기괴한 듯 사내 보는데 그러나 사내는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윤희 툭 치곤 그대로 지나쳐 간다.
뭐 저런 게 있어? 뒤돌아보는 윤희, 지금껏.. 뒷모습만 보이던 사내.
왈짜패와 망나니 가 따로 없는 듯 비틀거리며 휘청휘청 걸어가고
그 앞에 다른 유생 들과 상인들 흉물스럽다는 듯 사내를 피해 가는데
그런 사람들 모습에 씨익--- 웃는 사내, 재신이다.
47. 성균관 정문 앞 거리 (낮)
나귀에 짐을 바리바리 싣고 가복들과 함께 들어서는 유생들.
순돌과 선준도 짐을 짊어진 채 들어서고 있다.
순돌 : (선준의 행담을 뺏으려 든다) 되련님두 고집 좀 그만 부리시랑께요. 다른 유생들 보씨요.
딱허니 각 잡고 (유생들 보며) 흐미멋져부러라.
선준 : 됐다. 내 언제 행담을 네게 맡긴 적 있더냐.
순돌 : 서운해서 안 그라요. 이 길로 되련님과 이별이라니 이몽룡 앞세운 춘행이처럼 가심이 찢어져서 (하다가 멈칫..선준 치며)
되련님.. 쩌그 꽃도령 아니어라?
48. 성균관 문 입구 (낮)
성균관을 바라보는 윤희. 새로운 세계 앞. 낯설고 설레기도 하는 심정이다.
윤희 앞으로 신입유생들이 짐을 든 가복들과 함께 길게 늘어서 있다.
서리 고장복, 유생들의 호패와 명부를 검인하고 있다.
고장복E : 김윤식 유생?
윤희 : (살짝 놀라서 돌아보면)
고장복 : 남산골, 올해나이 열아홉. 집안은 남인.
윤희 : (놀라서) 혹..김윤식을... 아니 날 아시오?
떡궤는 지고 봇짐과 책 보퉁이를 들고 선 윤희.
고장복 윤희의 행색과 얼굴을 훑으며
고장복 : 녹빈홍안!! 기대보다는 쫌 못하십니다만.. 뭐 봐줄 만은.. 하네요.
순돌E : 아따아따 참말로 느자구 없는 소릴 다 듣소.
윤희와 고장복 돌아보면 순돌과 선준 서 있다.
순돌 : (고장복에게) 거울은 안 보요? (윤희에게) 지는 이날 이때껏 우리 되련님만 인물인줄 알았드만 선비님은 겁나게 이쁘요.
윤희 : (누군가 의아한데 선준 보자 짐작이 간다)
순돌 : 모리는 사람이 보면 딱 기집인줄 알겄소.
윤희 : (뜨끔해서 갓을 눌러 쓰며) 함부로 막말하는 건 누구랑 똑 같소. (선준을 찌릿 쏘아 본다)
선준 : (엄한) 순돌아!
순돌 : 긍께요. 기집이 성균관에 들어올 리가 잇겄소. 죽고 잡어 환장한 인사가 아니구서야.
윤희 : ---
선준 : 순돌이 넌 이제 그만 돌아가 보거라!!
순돌 : 안 그래도 갈 참이었소. (고장복에게) 우리 되련님 잘 뫼시쇼~!! (엄포 놓고 가는)
고장복 기막힌데 그 머릴 퍽 때리는 손, 대사성이다.
대사성에게 예를 갖추는 선준.
대사성 : 뭐하는가-- 이선준 상유부터 수속을 해드렸어야지.
고장복 : (억울한데)
대사성 : (고장복 확 밀치고 선준의 손을 덥석 잡으며) 어서 오시게.. 먼 길 오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크셨는가--?
자자.. 이리 오시게.. 내 직접 안내하지. (가는)
선준, 마지못해 대사성을 따라나서는데 그 뒤를 따르는 함춘호를 비롯한 대여섯 명의 서리들.
다른 유생들과 차원이 다른 로얄 패밀리다.
윤희 그런 선준이 못마땅하다.
49. 성균관 일각 (낮)
행담과 짐을 든 채 두리번거리며 들어서는 윤희.
저 앞에 학당동창들 서로 끌어안는 분위기.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는 윤희.
그 앞으로 쑥 들어오는 누룽지를 쥔 손..
윤희 보면 배해원이 저도 누룽지를 우물거리며 서 있다.
해원 : 이선준을 아는 모양이지?
윤희 : 뭐.. 쫌.. 재수 없는 치라는 건 압니다!!
해원 : 알지? 금상 위에 좌상!! 안 건드리는게 좋아. 다쳐!! (누룽지 건네면)
윤희 : 괜찮습니다.
해원 : 난 배해원이구.. 이선준이랑 같은 중부학당 출신. 거긴?
윤희 : (머뭇거리며) 전....
우탁E :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 하셨지!!
윤희랑 해원 보면 그 앞에 서 있는 유생, 애체를 낀 김우탁이다.
윤희와 해원보다 훨씬 비싼 옷을 두르고 짐도 나귀에 주렁주렁 싣고 들어선다.
우탁 : 無友不如己者(무우불 여기자).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벗으로 삼지 말라.
윤희/해원 : (이건 뭐냐.. 싶은데)
우탁 : (윤희와 해원 훑으면서) 내 자네들과 벗할 생각이 없으니 이름이나 출신학당 따윈 일러줄 생각이 없네..만!!
이상한 일이군..(안경을 벗으며) 정말 날 모르나?
윤희/해원 : (보면)
우탁 : 두 살에 천자문을 떼고 세 살엔 소학 네 살에 동몽선습을 뗐지. 다섯엔 남부학당에 들어 학당가에 화제가 된 날세.
나 김우탁!! 모르겠나?
휙 돌아보는 김우탁... 그러나 그 자리엔 이미 아무도 없다.
뭐야? 어깨 한번 으쓱하는 김우탁.
50. 성균관 몽타주 (낮)
우탁을 따돌린 게 즐거워 웃으며 달려가고 있는 윤희와 해원.
해원과 윤희 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 성균관의 모습이 펼쳐진다.
- 진사식당. 긴 식탁과 조로록 놓여 있는 의자들. 그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지는 윤희와 해원.
- 식당 후원으로 이어진 부엌, 일렬로 주욱 늘어선 아궁이. 그 위에 커다란 가마솥과 곰솥이 올라가 있다.
찬모와 비복들 엄청나게 큰 함지에 김치며 나물이며 무치고 있는 모습들이다.
해원, 침 꼴깍.. 윤희도 신기하다 (해원은 식당에 정신 팔린 채고)
- 윤희 홀로 명륜당 열려진 문틈에서 글 읽는 유생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윤희 설레기 시작한다.
- 존경각 문이 열리면 하늘까지 꽉 찬 장서들의 보고.
윤희 저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 듯 책을 펴본다.
51. 성균관/후원 일각 (낮)
후원으로 들어서는 윤희.
그 앞에서 남명식 등 예닐곱 명의 유생들 짚볼차기를 하고 있다.
괴성도 지르고 몸도 구르며 싱그러운 젊은 청년들.
윤희도 신기한 듯 바라보는데..
그때 어어.. 하면서 윤희 쪽을 향해 강속구로 날아오는 짚볼.
해원도 유생들도 윤희에게 시선 향한다.
윤희의 머리를 강타할 듯 날아오는 짚볼. 공포에 질린 윤희.
윤희 : (양팔로 머리를 감싸 쥐고 폭 눌러 앉으며) 엄마~!!
눈까지 질끈 감았던 윤희, 누가 봐도 계집의 모습이다.
멍하니 윤희를 바라보는 유생들.
윤희...어떡하나 싶은데 갑자기 무릎 굽혀펴기 운동을 하며 준비운동이었다는 듯 헤헤 웃으면서 일어난다..
유생들 윤희 의아한 듯 본다.
윤희 : 공차기 전엔.. 이렇게 해두는 게 습관이라서!!
그러나 유생들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다.
그때 남명식, 더운 듯 윗옷을 벗어던진다.
윤희.. 헉.. 얼굴 발그레지고 눈을 못들겠는데
남명식 아무렇지도 않은듯... 소리친다.
남명식 : 어이.. 신입.. 여기!
유생들, 윤희 주시한다..
어쩌나 싶은 윤희. 눈 꾹 감는다. 죽기 살기로 공을 힘껏 차버린다.
다행히도 장쾌한 포물선을 그리며 저 멀리 날아가는 공.
오오오. 놀라는 시선들..
윤희 스스로도 대견해 한다.
윤희.... 어쩐지 예감이 좋다.. 싱긋 웃는 윤희.
52. 대사성 집무실 (낮)
차를 따라주는 대사성. 선준은 그 앞에 단정히 앉아 있다.
대사성 : 좌상대감과는 내 친동기간 같은 사이네. 그러니 자네도 날 핏줄이라 여기고 -- 언제든 무슨 일이든 찾아오게나~~
선준 : (차만 마신다)
대사성 : (선준 눈치 보며) 외아드님을 보내놓고 좌상께서 얼마나 걱정 많으시겠나-- 이런 내 마음을 대감께서 아신다면
한걱정 더실 것을 (선준 들으라는 듯) 내 쑥쓰러워 내 입으론 차마 말도 못하겠고..
선준 : (찻잔 놓고 대사성 본다)
대사성 : (쐐기 박듯) 자네, 기숙사가 맘에 안 들면 이 방 비워주겠네.
선준 : 그 또한 아버님께 소상히 고해드리지요.
대사성 : (아무것도 모른 채) 역시 아버님을 닮아 명민하기 그지 없구만!! (흡족하게 찻잔 드는데)
선준 : 영감께서 좌상대감과 친인척이라 사칭하여 뇌물공여, 청탁을 꾀했으며 성균관 거관수학이라는 어명엔--
항명을 종용했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대사성 : (놀라 찻잔 후루룩 흘린다)
선준 : (일어서며-정중히) 이 시각 이후 저에 대한 어떠한 특별대우도 사양하겠습니다. 영감.
53. 집무실 앞 일각 (낮)
차가운 얼굴로 나오는 선준, 교안을 들고 들어가려던 정약용과 부딪힌다.
예를 갖추고 가려는 선준.
정약용 : 자네가 보통사람과 똑같이 대접 받겠다하면 -- 다른 이들이 자네로 인해 더 불편해지지 않겠나?
선준 : (천천히 돌아보며) 그 자들의 몫이지요. 조금 불편하다하여 쉽게 포기한다면 그를 어찌 원칙이라 하겠습니까?
선준 반듯이 예를 갖추고 간다.
그 뒷모습에 미소 짓는 정약용.
54. 청재 게시판 앞 (낮)
신입 유생들이 웅성웅성 모여들고 있는 게시판.
윤희와 해원도 보면 게시판엔 방 호수와 유생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해원 : 청재 배정표가 붙었군.
윤희 : (의아한 듯) 청재?
해원 : (파고들며) 숙소 말일세.. 가만 있자.. 어.. 윤식이 자넨 동재 중이방 이구만, (머뭇대다) 헌데 동방생이 쪼옴~~!!
윤희 : (놀라) 동방생이라니.. 허면 독방이 아니란 말이오?
해원 : 몰랐나?
윤희 : (이런.. 낭패다)
해원 : 그보다...자네.. 괜찮겠나?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윤희, 불길하다. 유생들 틈을 파고들어 보는 윤희.
게시판 중이방에 선명하게 보이는 이름들. 김윤식, 이선준, 문재신.
윤희 : (믿기지 않는다) 이..이선준--? (그저 멍하니) 말두 안 돼. 이선준이랑 한 방이라니..
용하E : 걱정 말게.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윤희 옆에 쓰윽 다가와 서는 용하, 부채로 입을 가린 채다.
용하 : 이선준은 노론!! 응당 노론들 숙소인 서재로 가겠지.
윤희 : 허나.. 여긴 분명 동재 중이방이라 (하는데)
용하 : 임금도 못 고치는 병이 사색당팔세.. 헌데 이깟 종이쪽이 무에 대수겠나... 이선준은 분명 서재행일세!!
윤희 : (그럴까?)
용하 : (흠. 들으라는 듯) 나라면 그 옆에 친구, 걸오를 더 걱정하겠네..
윤희 : (게시판의 문재신 이름 본다) 걸오란.. 이는 없는 듯 합니다만.
용하 : (겁주듯 얼굴 가까이 다가와) 미친 말이란 뜻일세. 그놈이 얼마나 (윤희 슬쩍 보며) 개고기같은 놈이면
우리가 미친 말이라 부르겠나?
윤희 : (주눅 든다)
용하 : (겁주듯) 생긴건 산적이요. (힐끗 보며) 행실은 천하 잡놈이 따로 없으니!!
윤희 : (끔찍하다 찡그리며) 저..정말입니까?
용하 : (걸려들었다.. 싶어서) 허나..그 놈도 걱정은 말게나.
윤희 : --?
용하 : 일 년 열두 달 청재에서 자는 꼴은 내 본적이 없으니.. 자네 운수대통 했네... 신입 유생이 독방을 다 쓰고..
윤희 : (환해진다) 다행입니다.
용하 : 왜? 꼭 독방을 써야만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있나보이.
윤희 : (화들짝..갓으로 얼굴 가리며) ..그..럴 리가요..
용하 : 날 속일 순 없네. 자네 얼굴엔 음기가 그득해.
윤희 : (놀라는데)
용하 : (씨익 웃으며) 동방생들 몰래 계집이라도 끌어들일 생각인가?
윤희 : (..휘유 안도하는데)
용하 : 나 선진 구용하다. 별호는 계집 녀에 수풀 림을 쓰지. 여림일세. (악수하자는 듯 손을 내민다)
윤희 : (머뭇거리며 손을 내밀며) 김윤식입니다. 별호는 아직--
그때 스르륵 부채를 내리며 씨익 웃는 용하.
윤희 아는 얼굴이라 ..어..어.. 하는데 그대로 손을 잡아 윤희를 꼭 끌어안는 용하.
용하 : 별호는 (윤희 귀에 속삭이며) 곧 생길 걸세.
용하, 힘껏 윤희를 끌어안고 윤희는 난감해 미칠 지경이다.
55. 중이방 앞 (저녁 어스름)
문이 척척척 열리는 동재와 서재, 해원과 우탁도 방으로 들어서고
윤희, 심호흡 하고 문을 탁 연다.
스르륵 열리는 문.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라도 하듯 설레는 표정의 윤희.
56. 중이방 (저녁 어스름)
윤희, 들어서면 누군가 서 있는 실루엣.
윤희 의아한데 차츰차츰 윤희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람, 다른 누구도 아닌 선준이다.
화들짝 놀라는 윤희.
선준은 담담히 책들을 정리한다.
윤희 : (놀라 다가서며) ..이 이방엔 웬일이오?
선준 : (보지도 않고 짐만 정리하며) 중이방에 배속 받았소.
윤희 : 아니.. 노론이 쓰는 곳은 서재요. 여긴 (힘주어) 동재고..
선준 : (윤희 돌아보며) 내가 배정 받은 방은 -- 동재 중이방이오.
윤희 : (답답해서 따지듯) 노론이쟎소!!!
선준 : (단호한, 쏘아보며) 노론이 서재를 쓴다는 원칙은 어디에도 없소.
윤희 : 원칙 원칙, 그렇게 유난떨고 잘난 척 하지 않아도 그쪽이 잘난 사람이란 건 내 알아 모실 테니 지금이라도 서재로 가시오.
난 한 날 한 시도 그쪽과 이 방에서 살 수가 없소!!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니오?
선준 : (한심한듯) 당색에 찌든 조선이라 비난한 것이 누군지..벌써 잊었소?
윤희 : -- (그건 그렇다. 할 말 없다)
선준 : 사사로운 감정에 이렇게 쉽게 내던질 소신과 원칙이라면 그대를 어찌 선비라 하겠소?
윤희 : --
선준 : 나 역시 선비의 자격이 없는 그쪽과는 한 날 한 시도 더 같이 있고 싶지 않소!!
윤희 : 이렇게 반가울 데가!! (선준 쏘아 보면서) 한마음 한 뜻이오!!
선준 : 허나 버틸 것이오. 학령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 (입술을 깨물며) 그쪽도 버티시오. (강조하며) 죽을 힘을 다해서!!
윤희, 말이 안 통한다. 선준을 쏘아보다 휙 방 밖으로 나간다.
선준 흔들림 없이 책장을 정리한다.
57. 청재 앞 (저녁 어스름)
화난 듯 성큼 성큼 나오는 윤희, 중이방 쪽을 획 쏘아 본다.
윤희 : (선준 흉내) 버티시오. 죽을 힘을 다해서.. (궁시렁 혼잣말) 사소한 데에 목숨을 걸구 그래.
그때 나오는 비복들 하나둘 등롱을 꺼 가기 시작한다.
윤희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놀란 듯 보는데 전각들의 불마저 꺼져 간다.
주변은 금세 어두워져 가고 불안한 듯 돌아보는 윤희.
귀가 깨질 것 같은 꽹과리 징 북소리가.. 우레와 같이 들려온다.
윤희, 불안해지는데 난데없이 윤희의 머리통을 내리치는 빗자루.
놀란 윤희 돌아보면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복색에 도깨비 가면을 쓴 사내들, 유생들을 하나 둘 몰아가고 있다.
함께 쫓겨 오고 있는 해원과 우탁의 모습이 보인다.
윤희 : (매를 맞으며 해원에게) 대체..이 자들은 누구랍니까..
해원 : 몰랐어? 신방례!!
윤희 : (의아한 듯) 신..방..례?
퍽- 윤희의 등짝을 강타하는 싸리 몽둥이.
58. 명륜당 마당 (저녁)
쿵 넘어지는 윤희, 넘어 지지 않으려 버둥대다 보면
이상하게도 선준 주변에는 도깨비도 매를 때리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의아하게 여겨지는 윤희. 그런 선준과 시선이 마주치자.. 쌩하니 얼른 고개를 돌리는 윤희.
해원 : 누가 저 치를 건드리겠나? 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재수 없네.
어느덧 하나둘 모여든 유생들, 꽹과리와 북소리 멈춘다.
그때 명륜당 전각 위, 동재와 서재 처마에서 일제히 내려오기 시작하는 불덩이, 화톳불 화라락 불타오른다.
유생들 놀라는데 그 뒤로 하나 둘 떠오르는 각양각색의 유등들.
마치 도깨비불인 듯 불야성을 이룬 모습이 환상적이다.
윤희도 다른 유생들도 황홀한 듯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이 와중에도 선준은 그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이다.
그 순간 줄 위에 매달려 있던 분가루 주머니들 후두둑 터지며 신진 유생들의 갓 도포 위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어느새 얼굴이며 옷자락에 분가루가 내려앉은 윤희와 유생들.
그러자 여기저기서 일제히 들려오는 깔깔 대는 웃음소리.
유생들을 둘러싸고 손가락질을 하며 배꼽 빠져라 웃고 있는 청금단령을 입은 선배유생들,
윤희 선준 신진유생들은 당혹스러운데
대사성E : 당장 그만두게 하세요. 당장!!
59. 정록청 (저녁)
신입 유생들에게 나갈 물품들, 벼루 붓 서책들. 청금단령과 유건 생필품 등을 챙기느라 분주한 정록청 내부.
고장복과 함춘호, 명찰과 물품들을 챙기기에 바쁜데 대사성 정약용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며 보채고 있다.
대사성 :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저 따위 유치한 장난들이랍니까.
정약용 : (끄덕이며) 하긴.. 좀 약하긴 합니다!! 제 신래 때는 반촌에서 나온 소의 피로 피칠갑을 했었지요..
대사성 : (듣자하니 승부근성 발동, 같잖다는 듯) 소피? 소오..피 따위가 신방례 축에나 낍니까?
우리 동기생들은 선진들이 뒷간에서 퍼온 누우런 (하다가..) 아무튼 한 바가지씩.. 옴팡 뒤집어쓰고
씻지도 못하고 석 달 열흘을 보냈습니다.. 으흠..
정약용 : (반색하며) 그럼.. 영감께서 바로 그 전설의... 성균관 황금기--?
대사성 : (신났다) 그게 바로 납니다. 우리 기수예요. 황금기.
꿈에 젖은 듯 보던 대사성.. 웃는 얼굴의 정약용 본다. 이런..말렸다..젠장.
안되겠다 싶은지 유창익에게 포르르 가며
대사성 : 유박사.. 아무래도 성균관의 기강을 바로 잡을 스승은 유박사 뿐이오. 유생들을 말리세요.. 만일 사고라도 나--
유창익 : 좌상의 아들 이선준이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지요!!
대사성 : (흡족한) 명쾌한 강의요.
유창익 : (건조한 얼굴로) 허나 말리진 않을 생각입니다.
대사성 : ??
유창익 : 전통입니다. 전통은 지키라고 있는 것입니다.
정약용 : 명쾌한 강의십니다.
대사성 : (이것들이!!! 울상이 된다)
E 둥둥 북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60. 명륜당 마당 (저녁)
강무 : 궐희 시작이요~!!
선배유생들도 일제히 몸가짐을 바로 잡는다.
그러자 어둠속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집채만 한 사자탈, 두 마리.
그 모습에 놀라는 윤희와 신입 유생들.
사자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 공자의 황제 복색을 하고 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하인수와 남명식. 그리고 용하. 위엄 있는 모습이다.
E 딱딱 예식을 알리는 편경 소리.
용하 : (짐짓 엄한) 여기 모인 귀신, 신래들은 듣거라.
윤희 : ---
용하 : 너흰 별 볼일 없는 재주로 외람되고 불손하게도 학문의 전당 이곳, 성균관에 들었겠다.
선배유생들 : (엄지손가락 내리며 야유) 우우우우.
용하 : 네 놈들이 오만방자한 죄를 씻고 정히 새 사람으로 거듭나겠거든 우리 선진들에게 산해진미를 바칠지어다.
E 당당당. 북소리와 징소리. 와와와 선배들의 환호소리.
JUMP> 신진 유생들 저마다 준비해온 음식들을 일렬로 들고 나와 하인수 앞에 바치기 시작한다.
우탁 : (선홍색 한우 함지를 올리며) 소생, 김우탁 그 귀하다는 매실을 멕여 기른 영암의 소고기, 선진들께 바칩니다.
해원 : (윗부분을 꽃모양으로 자른 수박을 올리며) 소생, 배해원 그 맛이 좋아 전하께서도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신다는
월출산의 수박을.. 선진들께 바치니 받아 주시옵소서.
임병춘 받아 상에 올린다. 상에는 유생들이 가져온 음식들. 화려한 잔치음식이다.
오색무지개떡, 켜켜이 쌓은 육포에 산적들.
색색의 전들이 굄 음식처럼 올라가 있고 꽃처럼 오려진 곶감과 오징어 안주. 화려한 다식과 약과 등등.
다음은 윤희차례. 그러나 윤희 손에 들린 건 우중충한 쑥개떡 뿐.
유생들 윤희를 힐끔거리며 보지만 당당하려 애쓰는 윤희.
마침내 윤희 차례.
윤희, 다른 유생들처럼 한 무릎을 꿇고 머리 위로 떡 쟁반을 바친다.
그 쟁반을 받는 손, 임병춘이다.
임병춘 : (호이..가벼운 휘파람 불며) 아니.. 이게 누구야?
윤희 : (헉.. 놀란다.. 악연천지) 신래 김윤식... 선진께 작은 정성 올립니다.
임병춘 : (받아들더니 휙 기분 나쁘게 훑는다) 알긴 아네.. (비꼬듯..) 자악은.. 정성!!
윤희 : ---
임병춘 : 모르고 하면 ‘실수’지만 알고 하면 ‘나쁜 짓’이지.
임병춘 윤희의 떡 쟁반을 그대로 땅에 쏟아 버린다.
와장창 쟁반은 나뒹굴고 떡들은 흙검불이 덕지덕지 붙어 버린다.
윤희 분한 마음에 눈에 물기가 서린다..
선준 그런 윤희를 본다.
입술을 깨무는 윤희.
임병춘, 그런 윤희를 비웃고, 용하의 시선도 해원과 우탁, 고봉 등의 시선도 모두 윤희에게 집중된다.
윤희 : (입술을 앙다물고 주먹을 꾹 쥐며 참으려 삼키려 애쓰고 있다)
임병춘 : 썩 들어가지 않고 뭣하는 게냐...
윤희 그런 임병춘을 쏘아보다 자리로 가려 돌아선다.
그럼 그렇지 임병춘 흡족한 듯 비웃는데
그 순간. 멈칫 서는 윤희. 휙 뒤돌아 서 다시 뚜벅뚜벅 걸어 임병춘에게로 오는 윤희.
선준, 윤희가 의외라는 듯 본다.
윤희 : 학문을 배우고 진리를 탐하는 학인 아닙니까? 존경각 그 수많은 책 속에 가난한 음식은 함부로 대해도 좋다는 가르침이
단 한 줄이라도 있습니까?
그러자.. 유생들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한다. 수세에 몰리는 병춘.
용하, 그런 윤희를 흥미로운 듯 지켜본다.
주시하는 하인수. 선준도 관심 있게 바라본다.
임병춘 : 뭐..뭐야?
윤희 : (당당하게) 대답..하십시오.
임병춘 : (그 기세에 질려..머뭇) ..음식이었다면 함부로 하지 않았겠지...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면..그래..응당 그래야지. 뭐
(하다가..열받네) (비웃으며 조롱하는) 허나 이건... 음식이 아니다.
윤희 : ---(모멸감..)
선준 : ----
윤희 : (일렁이는 눈빛) 음식이 아니면.. 뭐란 말이오?
임병춘 : (버럭, 점점 더 화난다) 네 눈엔--- 여기 이 하늘같은 선진들이.. 개, 돼지만도 못하다는 말이냐 !!
임병춘 그대로 바닥에 나뒹구는 떡을 짓밟으려는데 그 떡을 잡는 손, 선준이다.
멈칫하는 임병춘, 윤희, 놀란 듯 선준 바라본다.
그러나 선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흙이 묻은 떡들을 단정하게 털어내 쟁반 위에 담기 시작한다.
용하..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간다 싶고 가면 속의 하인수.. 입매가 비틀어진다.
쟁반 위에 흙 묻은 떡을 연회상 위에 턱하니 올려놓는 선준.
윤희.. 선준의 행동이 계속 놀랍기만 한데..
임병춘 : 뭐하는 짓이야?
선준 : 선진의 말이 맞습니다. 이는 음식이 아닙니다. 언젠가 선진께서 출사해 돌봐야할--- 백성의 고혈입니다. (떡을 건넨다)
그러니.. 드십시오. (임병춘을 쏘아본다)
임병춘 : (기막힌데.. 압도되는 느낌이다) 뭐...뭐라. 야..양반 체면에.. 어어찌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는단 말이냐..
(몸 피하며) 어..어서 치우지 못해?
선준 병춘에게 내민 떡을 그대로 제 입에 넣어 버린다.
헉 기가 질리는 병춘.
윤희, 용하, 해원도 우탁도 하인수도 놀란다.
선준 : 양반의 체면은 버렸습니다. 허나 사람의 도리는 버리지 않았습니다. 드시지요. 개나 돼지가 아니라면-- 드셔야 할 겝니다.
용하 : (쿡 웃는데)
윤희 : --
용하 : (떡 쟁반을 들고 가 선배 유생들에게 나눠준다) 자..자자.. 백성의 고혈이라니.. 우리 딱 하나씩!! 맛만 보는 걸세..
자꾸 먹다 맛 들리면 곤란하네...
선배유생들 : 하하하하
하인수 : (용하 쏘아본다)
선준 : 성균관은 백성을 위한 학문을 하는 곳입니다. 이를 따르지 않는 이라면 저희 신래들이 먼저 선진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선준의 당당한 기세와 유생들의 암묵적인 지지에 병춘은 울며 겨자 먹기로 떡을 집어 삼킨다.
와하하하 웃는 유생들,
그때 가면을 벗는 하인수. 뚜벅뚜벅 내려와 선준 앞에 선다.
두 사람의 팽팽한 기운에 일순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하인수 : 성균관은 출사를 준비하는 곳이지. (쓴 웃음)
선준 : (보면)
하인수 : (유들유들) 세상의 질서를 배우는 곳.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인지 약자는 강자에게 어찌 해야 하는지..
그 이치를 배우는 곳 말일세.
선준 : --
하인수 : 내 오늘 자네에게 그를 똑똑히 가르쳐주지.
날선 눈으로 서로를 쏘아보는 선준과 하인수, 팽팽하다.
61. 근처 일각 (저녁)
담장으로 머리를 빼꼼이 내놓고 보는 대사성과 고장복.
대사성 : (초조한) 아니 뭘 어떻게 가르치겠다는 게야. 대체!!
고장복 : (혼잣말) 내쫓을 생각인 모양인데요--
대사성 : 흐음... 이선준은 금상께서 친히 입격시킨 상유야. 친히.
고장복 : 그런 유생도 내쫓을 수 있으니.. 성균관 장의죠. 반촌 밥 먹고 산지 이십여 년에 장의 눈 밖에 난 놈 치고
성균관에 붙어 있는 놈을 본적이 없습니다.
대사성 : (안달복달) 이보게.. 어떻게 좀 해보게.
고장복 : 에에이~~ 그걸 할 수 있으면 제가 대사성이게요?
대사성 : (이걸 확!)
62. 명륜당 마당 (저녁)
붉은 봉투의 밀지를 여는 윤희.
그 뒤로 선준 우탁 해원 모두 밀지를 열어보고 있다. 긴장된 그 얼굴.
하인수 : 신래들은 밀지에 적힌 명을 수행한다. 시간은 삼경이 되기 전까지다.
명을 가장 잘 수행한 자는 장의 하인수의 이름을 걸고 큰상을 내릴 것이다.
윤희 : (본다)
하인수 : 그러나 만일 명을 수행치 못한다면.. 그잔 웃통을 벗겨 반수교 아래로 집어 던질 것이다.
윤희 : (웃통을--? 도포 고름을 꽉 움켜쥔다)
용하 : (그런 윤희를 놓치지 않고)
하인수 : 또한 조정에 출사한들 군왕의 어명을 수행치 못할 인사라 여겨 재회에 붙여 출재를 명하는 것이..
우리 성균관의 오랜 전통이다!!
윤희 : --
선준 : --
하인수 : 나 하인수와 그대 신래들 모두는 이 성균관의 전통을 지킬 의무가.. 있다. (씨익.. 위협적인 웃음.. )
윤희 : (이건 또 무슨 국면일까.. 걱정스러운데)
E 딱딱.. 편경소리
용하 : (큰소리) 듣거라아~~!! 너희 새 귀신들은 밀지의 명을 잘 수행하여 부디 성균관 유생으로 거듭 나도록 하라아~!!
E 선배 유생들.. 와 하는 함성과 북소리.
밀지를 읽어 내려가던 윤희.... 당황스런 표정이 된다.
63. 성균관 일각 (저녁)
여전히 분가루가 묻은 갓 도포와 얼굴 차림의 신진 유생들. 저마다 밀지를 들고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우탁도 해원도 밀지를 받고 상의도 하면서 우르르 몰려 나간다.
그 앞에 선준이 있다. 다른 유생들은 저마다 유생들과 벗하며 상의하는데 선준은 이번에도 혼자다.
윤희 보다가..다가간다. 큰 걸음의 선준을 윤희가 종종 따라가는 형국이다.
윤희 : (고마운 마음이지만 그간의 일로 감정이 썩 좋지는 않기에) 삼경 안에 돌아오려면 서두르는 게 좋을 텐데..
(슬쩍 던지듯) 아직 밀지를 풀지도 못한 모양이네~
선준 : (대꾸도 없이 앞서 걷는다)
윤희 : (총총히 따라가며) 도와줄 사부학당 동기생 하나 없소?
선준 : (돌연 휙 돌아서며)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게요?
윤희 : (당황하자 나오는 진심).. 고마웠소. 아까는..
선준 : --
윤희 : (시선 피하며) 장의는 병판의 아들이라 실세중의 실세라 들었소. 공연히 나 때문에 거기까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서 말이오.
선준 : 그 때문이라면 마음 쓸 것 없소.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내 원칙을 지키고자 했을 뿐이오. (돌아서 간다)
윤희 : (어련하시겠어, 혼잣말) 하는 족족 공자님 말씀이니 누군들 옆에 붙어 있겠소..
선준 : (휙 돌아본다)
윤희 : (들었나? 싶어 깜짝 놀란다)
선준 : 삼경 안에 돌아오려면 서둘러야 한다 하지 않았소? 입학 당일 출재당하고 싶지 않다면....
윤희 : (번뜩 스치는 생각, 선준을 따라잡는다) 헌데.. 정말이오?
선준 : --
윤희 : 신방례를 통과 못하면.. 그러니까.. 어명과 관계없이 바로 성균관 밖으로 쫓겨난다는 말이오?.. (쫓겨나면 되겠다 기대감)
선준 : --
윤희 : (환해진 얼굴) 그럼 .. 다녀오시오.. 난 좀 천천히 가봐야 겠소. 달빛이 너어무 좋아서~!!
선준 : (한심하다) 청금록에서 영삭되고 나면 달빛이 원망스러울 게요.
윤희 : (무슨 말이지?) 청금록.. 영삭이라했소--?
선준 : 출재 당한 그날로 유생들 명부에서 영원히 삭제 당한단 말이오..
윤희 : ??
선준 : 두 번 다시는 김윤식이란 이름으론 과거도 출사도 불가하오--
윤희 : (깜짝 놀라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나..난 먼저 가봐야겠소.
그대로 쌩하니-- 선준의 앞을 달려 나가는 윤희.
선준 황당하다.
64. 도성 길 일각 (밤)
밀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며 걸어가는 윤희.
윤희 : 여포가 사랑하는 여인은 화중왕이 지킨다. 그 여인의 비단 속곳에 情을 담아 오라--? 여포가 사랑하는 여인이면.. 초선이.
화중왕이면 모란인데-- (곰곰이 생각하는) 모란각 기녀 초선이의 비단 속곳..? (갸웃하는데)
65. 북촌 거리 일각 (밤)
밀지를 보며 북촌의 거리를 헤매는 선준..
선준 : 화중군자는... 연꽃이오, 그 중 가장 만개한 부용화를 꺾어라--?
66. 병판 집/마당 (밤)
이마가 매끈한 댕기머리의 효은, 버럭 화를 내고 있다.
효은 : 무엄하다. 규중 아녀자를 농락하고도 네 어찌 공맹의 도를 깨친 사대부라 하리요.
(싱긋 웃으며) 이렇게만 하면 된다는 말씀이시지요?
임병춘 : (홀린 듯 끄덕이다 침 쓰윽 닦으며) 예,, 나머진 즈이들이 다 알아서 할테니까아~~ (하는데)
그때 달려 들어오는 설고봉.
설고봉 : 온다. 온다아~!! 이선준이 온다구..
67. 명륜당 마당 (밤)
선배유생들이 연회 상에서 술과 음식을 먹고 있다.
남명식과 소론 일파, 강무와 노론 일파. 패를 갈라 앉았다.
다른 한켠에 차려진 작은 주안상. 하인수와 용하가 마주 앉아 있다.
하인수의 술잔에 술을 따르는 용하.
용하 : 왜 그렇게 싫어해? 이선준. 당색도 같은 노론인데.
하인수 : 그래서다!!
용하 : (보면)
하인수 : 소론이나 남인이면 내가 나설 필요가 없지. 노친네들끼리 알아서들 피를 볼테니까.
용하 : (쓴 웃음) 이래서 내가 정치가 싫어. 술 맛이 팍 떨어지거든.
하인수 : (용하 술병 잡으며) 꼭 초선이어야 했나.
용하 : 김윤식 그 녀석의 웃통을 확실하게 벗겨보고 싶었으니까..
하인수 : (보면)
용하 : 초선이가 사내에게 정을 줬다는 말 들어본 적 있나? (하인수 살피며) 천하의 하인수가 오매불망 정성을 들여도..
하인수 : (술잔 들다, 용하 본다)
용하 : 걸음마 떼자 기방을 드나든 이 여림 구용하도 손목 한번 잡아본 일 없는 계집일세.
하인수 : (피식 웃는다)
용하 : 기대되지 않나? 그 계집애 같은 녀석이 지금쯤 어떤 꼴일지.
술잔을 기울인 하인수. 흥미진진한 얼굴이다.
68. 모란각 일실-매실 (밤)
잔뜩 겁에 질려 벽에 딱 붙어 있는 윤희. 도포 고름을 확 움켜쥔 채.. 쩔쩔매고 있다.
그 앞에는 섬섬이와 앵앵이 열댓 명의 기생들이 잡아먹을 듯 달려들 기세다.
윤희 : 초초..선이를 불러 주시오.
섬섬 : 도련님, 섭섭합니다. 초선 형님만 계집이고 즈이년들은 다 바지저고리로 보이십니까? (윤희 품에 쓰러지려하면)
윤희 : (고름 움켜쥔 채 옆으로 살짝 피하며) 왜..왜들 이러시오?
앵앵 : 용하 도련님께서 도련님 잘 뫼시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도련님 가슴팍에 입술자국을 내는 년에겐
순금 거북일 주신다구요.
앵앵과 기녀들 윤희를 와락 끌어안고 저고리를 벗기려든다.
울상이 된 윤희.
병판E : 성균관 유생이 신방례 밀명을 받고 왔다--?
69. 모란각 다른 일실-난실 (밤)
병판의 술잔에 술을 따르는 초선.
병판 : 모란각에 왔다면 자네와 하룻밤이 내기 조건이겠군.
초선 : (미소) 오늘 밤 반수교 아래 물귀신 하나 나오겠지요.
병판 : (술상 치우고 초선이에게 다가 앉으며) 젖 비린내 나는 애송일 어디 사내라 하겠는가.
초선이의 저고리를 벗기는 병판의 손. 그 손을 막는 초선.
초선 : 대감- (서늘한 눈빛) 혹 제가 여기 있는 이유를-- (병판 쏘아보며) 잊으신 겝니까?
병판 : (비열한 웃음) 가솔들이 보고 싶지 않으냐? 네년이 금상은 거절해도 나를 거절해선 안 될 것이다.
병판을 바라보는 초선, 싸늘한 미소가 감돈다.
70. 모란각 매실 (밤)
윤희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이제 막 도포는 벗겨지고 저고리 고름도 다 풀렸다.
윤희 보면 그 옆에 호롱불. 기생들이 옷을 벗기는데 골몰한 새 후-- 불을 불어 버리고
이내 깜깜해진 틈을 타 기생 하날 밀친 채 문을 향해 몸을 던진다.
71. 모란각 난실 (밤)
속치마 끈을 내리려는 병판, 그때 우당탕탕 문이 넘어지고 우르르 방안으로 쓰러져 들어오는 윤희와 기생들.
병판, 초선 깜짝 놀라고.
윤희 기생을 피해 뛰어들다 장식장을 넘어뜨리고 그 장식장이 넘어지면서 국실의 방문도 넘어뜨린다.
국실 안에는 회식을 즐기던 십수명의 사내와 기녀들 경악하는 눈빛.
초선과 병판의 사이에 누운 윤희.
윤희 옷은 다 풀어 헤쳐진 난봉꾼이 따로 없다.
윤희와 병판의 눈이 딱 마주친다. 오가는 병판과 윤희의 눈빛들.
사색이 되는 윤희. 그런 윤희를 의아한듯 보던 병판, 휙 고개 들어 윤희 얼굴을 매섭게 쏘아본다.
그 긴장된 윤희 얼굴에서.
-2회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