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자 개그의 장을 열었던 개그맨 김형곤(46)이 11일 오전 갑작스럽게 사망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김형곤은 이날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H헬스클럽 사우나에서 목욕을 마치고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한 뒤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나의 화장실 문틈으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헬스트레이너 이모(29)씨가 발견했다. 이씨를 비롯한 직원은 오전 11시30분쯤 신고를 한 뒤 심폐소생술을 시도했고, 성동소방서 119구급대가 출동해 옮겼으나 인근 혜민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져 있었다. 1980년 TBC 개그콘테스트 은상을 수상하며 방송계에 데뷔한 김형곤은 ‘공포의 삼겹살’로 불리며 심형래·최양락·임하룡 등과 함께 80∼90년대 큰 인기를 누렸다. K2TV ‘웃는날 좋은날’ ‘유머1번지’, MTV ‘일요일 일요일밤에’ 등을 무대로 시사 개그를 선보였던 그는 ‘잘돼야 될텐데’ 등의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고인은 극단 곤이랑을 만들어 연극 ‘등신과 머저리’ 등을 공연했고, 모노드라마 ‘여부가 있겠습니까’ ‘병사와 수녀’, 뮤지컬 ‘왕과 나’, 영화 ‘회장님 우리 회장님’ 등에 출연했다. 87년 ‘KBS코미디대상’을 비롯해 백상예술대상 코미디언 연기상, 예총예술문화상 연예부문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 자신의 웃음 철학을 담은 에세이집 ‘김형곤의 엔돌핀코드’를 출간했으며, 오는 30일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코미디쇼를 펼치기로 예정돼 있어서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김형곤은 99년 3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 시신 기증을 등록했으며, 유족은 고인의 뜻을 기려 시신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는 밤 늦게까지 김미화·강호동·김용만·유재석·서세원·최병서·송해·임하룡·심형래·서경석·이윤석·이홍렬 등 선후배와 동료 개그맨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영국 유학 중인 아들 도헌(13)군은 12일 귀국했다. 13일 대한민국 희극인장으로 영결식을 치른 후, 운구차는 여의도 KBS 일대를 돌아 경기도 일산 청아공원 납골당으로 향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