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22. 01. 21.
◆ 신익수 기자의 총알여행 ◆
전북 완주 비비정에서 내려다 본 전경. 드론으로 촬영했다. [사진 제공 = 완주군청]
준비됐습니까. 하강 포인트는 상남자·상여자 핫플레이스(핫플) 전라북도 완주 되겠습니다. 저 멀리 보이십니까. 좋습니다. 지금 가장 생각나는 분, 이름 세 번 복창합니다. 자, 그럼 심호흡 일발 장전. 지금부터 셋 셉니다. 무릎 굽히시고, 구령 맞춰 바로 점프합니다. 원, 투, 스리.
전라북도 완주 안전여행지수 '양호'
논산 무주 익산 전주에 둘러싸인 묘한 동네가 완주다. 전체 552개 마을 중에서 작년 말까지 폐쇄회로 (CC)TV 설치를 완료한 곳은 511개 마을(총 3947대). 올해는 100%에 도전 중이니 안심하고 가도 된다. 안전여행지수 양호. 향후 일주일 안전여행지수도 양호.
◆ 상남자 코스 = 기차산 해골바위
기차산 해골바위
완주라니. '대한민국에 그런 동네가 있었나'라고 하시면 요즘 큰일 난다. '아미' 군단 공격, 바로 시작되니까. 방탄소년단(BTS) 덕에 전북 완주가 제대로 떴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사실상 마지막 '섬패(서머패키지)'가 돼 버린 2019년 코리아 화보를 찍은 바로 그 핫플이니까.
'갈리치기' 금물이지만, 완주 여행은 크게 2개 코스다. 상남자, 상여자 코스. 편의상 나눠놨지만 상관없다. 끌리는 대로 가시면 된다.
먼저 상남자 코스. 터프하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완주의 상남자 핫플은 기차산 하고도 해골바위. 완주와 진안 사이에 걸친 기차산만 해도 아찔한데, 이름조차 살벌한 해골바위다. 기차산은 '검은 베레'를 쓰고 제대한 남자 열에 아홉은 쳐다도 안 본다는 곳이다. 해발 738m. 높지 않아도, 우습게 보다간 큰코다친다. 산 전체가 바위로 둘러싸인 악산에, 천 길 계곡까지 품었다. 이에 공수부대가 1980년대부터 산악훈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등산로 초입. 초소 내부 문구부터 살벌하다. '1984년 3공수….' 당시 훈련병이 적어놓은 흔적일 터.
상남자라면 필히 찍어야 할 포인트가 해골바위다. 구멍이 숭숭 뚫려 얼핏 보면 영락없이 해골 모양새다. 해골바위를 검색하면 전국에 딱 3개가 나온다. 섬으로는 통영, 산으로는 북한산 기차산에 있다. 북한산 해골은 하늘을 보고, 기차산 해골은 정면을 보는 것만 다르다.
민박을 겸한 구수산장을 지나 과수원이 이어지는 마을 길이다. '병력 하차 지점' 이정표를 지나면 차량 통제용 차단기가 나온다. 5분쯤 더 가면 갈림길이다. 왼쪽이 해골바위다. 우측으로 가버리면 정상인 장군봉까지 살인적인 코스를 소화해야 하니 요주의. 갈림길에서 이내 나오는 계곡부터가 구수골이다. '골' 때렸던 훈련장의 시작점 구수골. 계곡을 건너면 급격하게 험해진다. 당연히 등산화나 트레킹화는 필수. 공터 같은 지점마다 눈에 띄는 'D 지역 슬래브 등반' 'C 지역 침니 등반, 후면 하강/역 레펠' 같은 군 훈련용 표지판이 쫄깃함을 더한다.
상남자 코스답게 배려도 없다. 그 흔한 목재 데크길, 꿈도 꾸지 마시라. 곳곳에 밧줄, 쇠사슬도 매달려 있다. 'ㄷ'자 팩을 박아 만든 발판을 밟고 오르는 길도 있다. 심지어 숲이 우거진 구간, 휴대폰도 안 터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무렵, 갈림길. 왼편으로 탁 트인 전망의 헬기장이 펼쳐진다. 그 뒤가 해골바위다.
오, 어이가 없다. 해골이라니. 그런데 맞다. 영락없이 해골이다. 과학 용어를 굳이 쓰자면 '타포니 지형'이다. 암석의 약한 부분이 풍화가 진행되면서 동그란 모양으로 떨어져 나가 형성된 벌집 모양의 풍화혈이다. 해골바위의 파인 구멍엔 성인 두 명이 들어가고도 남는다. 이곳 주민들은 '용(뜯어먹은) 바우'라고도 한다.
상남자라면, 기어이 해골바위의 정수리까지 올라야 한다. 거기가 전망 포인트다. 꽤나 아찔하다. 올라서면 조선시대부터 오지로 유명했던 동상면 일대의 풍경, 금남정맥의 줄기인 운장산, 구봉산 능선까지 한눈에 박힌다. 상남자, 포즈로 함성 일발 장전. "야호" 발사다.
◆ 상여자 코스 = BTS 6개 포인트 찍기
아미 군단, 특히 여성이라면 주목. BTS 화보집 6개 포인트를 찍는 가벼운 투어 코스가 있다. 아예 BTS 성지로 푯말까지 박아놨으니, 찾기도 쉽다. 모두 6개 포인트다. 동선의 시작점은 오성 한옥마을(아원고택)로 잡으면 된다. 터가 좋은 풍수 명당이어서 오성(五聖) 즉 5명의 성인이 태어나는 양질의 땅이라는 뜻. 종남산 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포란형이다. 한옥 고택 전통 한옥 등 20여 채가 산 중턱에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오성제 저수지. BTS 멤버 7명이 둑에 서서 먼 산을 바라보며 단체 사진을 찍었던 곳이다. 그 유명한 BTS 소나무 딱 한 그루도 이곳에 뿌리를 박고 있다. 주변 생태길까지 조성돼 '물멍'을 때리기에도 딱인 곳.
넘버 스리가 위봉산성 위봉폭포를 지나는 코스다. 위봉산 고갯마루 산성은 평소에도 산행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 성벽 둘레만 8539m에 달하는 거대한 명소다. 현재는 3개의 성문 중 서문지만 남아 있다. 산성 바로 아래가 완주 8경으로 꼽히는 위봉폭포다. 폭포는 고종시 마실길 1코스(11.5㎞)와 겹친다.
자연휴양림을 낀 고산 창포마을도 핫플로 꼽힌다. 대아댐 아래 고즈넉하면서 평평한 돌다리가 포인트다. 고산 자연휴양림은 '오징어 게임' 명소이기도 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덕분에 무궁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는데, 우리나라에서 무궁화 품종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휴양림 내 무궁화 테마 식물원에는 무려 180여 종류의 무궁화가 피고 진다.
문화예술촌으로 유명한 삼례읍, 비비낙안도 찍어야 한다. 비비정 마을과 함께 완주 9경으로 꼽히는 이곳은 잔디광장에서 만경강을 내려다 보며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완주 최고의 조망 맛집. 아쉬움이 남으면 BTS가 하늘을 날아 유명세를 탄 경각산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면 된다. 완주군 구이면 구이저수지 동북쪽으로 솟아 있는 산이 경각산이다. 한자로 고래 경(鯨), 뿔 각(角)을 써서 고래 등에 난 뿔처럼 생긴 산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곳은 호남에서 유일한 패러글라이딩장으로 원래 정평이 나 있다. 패러글라이딩까지 하면 완벽한 BTS 성지 코스 '완주'다.
▶ 안전여행지수는
신익수 여행전문기자의 '총알여행'에서 국내 언론 최초로 '안전여행지수'를 선보입니다. 이 지수는 한국관광공사가 SK텔레콤 데이터를 활용해서 혼잡도를 측정해 선 계량화한 코로나19 시대 나들이 지표입니다. 여행안전지수는 △양호(50~100) △보통(30~49) △주의(10~29) △경계(0~9) 4단계입니다. 주의·경계 지역에서는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향후 일주일간의 주간(일별) 혼잡도 지표도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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