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나뚜스협의회는 ‘레지오 마리애 공인교본(2014년 영문판)’에 대해 광주대교구 소속 안세환 신부께 번역을 의뢰하였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번역 교본은 1993년 영문판을 번역한 것으로 1993년 이후로 수차례 부분 수정이 있었습니다. 교본 전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번역한 교본의 내용을 본 코너를 통해 계속 게재할 예정입니다.
단원들께서는 새로 번역된 교본의 내용을 검토하시고 내용에 대해 건의가 있을 경우 상급 평의회나 월간지 편집실로 의견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신 내용은 검토하도록 하겠으며, 타당한 의견이나 건의에 대해서는 추후 새로운 교본의 인쇄가 결정될 경우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제6장 성모님께 대한 레지오 단원의 의무
4. 성모님께 봉사할 때는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성모님께 전적으로 의탁한다는 구실로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조직에 결함이 생기도록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반대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과 더불어 그리고 성모님을 위하여 가장 완벽하게 활동해야 하므로, 그가 성모님께 드리는 선물은 봉헌될 수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최고의 품질이어야 한다. 그는 언제나 힘차고 능숙하며 꼼꼼하게 활동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통상적인 레지오 활동이나 확장 사업 또는 단원 모집 등에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쁘레시디움이나 단원들에게서 잘못이 발견되곤 한다.
이에 대해서 단원들은 “나는 나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복되신 성모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며, 성모님이 뜻하시는 대로 좋은 성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라고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러한 변명은 대개 자신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일종의 미덕으로 돌리려고 하는 열성적인 신자들로부터 듣는다. 이들은 단체가 세운 방법에 따라 자신의 노력을 바치는 일이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또한 우리가 큰 힘을 지니신 성모님의 도구로 쓰이고 있으므로 우리 인간이 기울이는 노력의 정도는 크든 작든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추론하면서 인간적인 생각을 레지오의 사업에 적용하려는 위험도 존재한다. 이는 마치 백만장자와 동업을 하는 가난한 사람이 “무엇 때문에 내가 이미 넘쳐흐르는 공동 기금에 몇 푼 더 보태려고 기를 써야 하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이제 레지오 단원들이 활동에 나설 때 그들의 자세를 좌우하는 기본 원리를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 기본 원리란,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이 당신의 활동에 쓰시는 단순한 도구만이 아니라, 인류의 영혼을 영신적으로 풍부하게 하고 구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성모님과 함께 일하는 참된 협력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 관계에서는 한쪽에서 모자라는 것을 다른 쪽이 보충해 준다. 단원은 자신의 활동과 능력 즉 자신의 모든 것을 성모님께 내어 드리고, 성모님은 당신 자신을 당신의 모든 순결과 능력과 함께 단원에게 내어 주신다. 각자 아낌없이 기여해야 한다. 단원 쪽에서 이러한 동반자 정신을 준수한다면, 성모님은 결코 부족함 없이 내어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이 활동 사업의 성패는 오로지 레지오 단원 쪽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단원은 자신의 모든 지성과 능력을 세심한 방법과 인내심으로 완성시켜 이 활동 사업에 쏟아야 할 것이다.
가령 단원들이 활동에 쏟는 노력과는 별도로 성모님은 당신이 원하시는 성과를 이루고자 하심을 알게 되었다 할지라도, 레지오 단원들은 모든 일이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는 것처럼 여기며 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성모님의 도우심을 끝없이 신뢰하면서도, 언제나 최고도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성모님을 신뢰하는 만큼, 기꺼이 내어놓는 단원들의 마음도 커져야 한다. 가없는 믿음은 열성적이고 체계적인 노력과 반드시 상호 작용해야 한다는 이 원리는 성인들이 한 다음과 같은 말로도 표현될 수 있다. 즉 기도할 때에는 자신의 활동에는 아무 것도 달려있지 않고 마치 모든 것이 그 기도에 달려있는 것처럼 기도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싸울 때에는 만사가 절대적으로 그 싸움에 달려 있는 것처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활동의 쉽고 어려움을 스스로 가늠하여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를 판단하거나 ‘얼마나 적게 노력해야 저기 보이는 것을 얻을 수 있지?’ 라는 등의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세속의 일에서도 그런 타산적인 정신으로는 거듭 실패하기 마련이다. 영적인 사업에서는 그런 약삭빠른 정신이 스며들면 활동의 성패를 좌우하는 은총을 잃게 되므로 언제나 실패하고 만다. 더욱이 인간의 판단은 믿을 수가 없다. 겉으로는 불가능해보였던 일이 일시에 성취되는가 하면,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은 열매를 끝내 손안에 넣지 못하고 결국에는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마는 경우도 있다. 영신 세계에서 이기적인 영혼은 점점 보잘것없이 작아져서 마침내는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끝없는 노력뿐이다. 레지오 단원은 하찮든 중요하든 모든 임무에 최선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을 수 있다.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어떤 일을 완수할 수 있고 그 일을 완수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경우이다. 이때에는 필요한 만큼의 노력만 기울이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시인 바이론(Byron)의 말처럼 ‘나비 한 마리를 부수거나 모기 한 마리 잡는 데에 헤라클레스의 몽둥이를 휘두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레지오 단원들은 그들이 활동하는 직접적인 이유가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단원들은 임무의 쉽고 어려움과는 전적으로 무관하게 성모님을 위하여 일한다. 그리고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미약하든지 위대하든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성모님의 전폭적인 협력을 얻어내어, 필요한 곳에서는 기적까지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해도 마음을 다하여 그것을 행한다면, 성모님은 큰 힘을 보태 주시어 우리의 미약한 활동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도록 도와주실 것이다. 만일 단원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였는데도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면, 성모님은 그 남은 부분을 채워 주시어 단원과의 공동 사업이 이상적으로 끝나도록 해주실 것이다.
레지오 단원이 임무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열 배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더라도 그 노력은 조금도 허비된 것이 아니다. 단원들의 모든 활동은 성모님을 위하여 또한 성모님의 거대한 계획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바치는 것이 아닌가? 성모님은 이렇게 남는 노력을 기꺼이 받아들이시고 크게 불리시어, 주님의 가족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 공급해 주신다. 나자렛의 성실하신 주부의 손에 맡겨진 것은 무엇이든 조금도 유실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레지오 단원의 노력이 성모님께 마땅히 바쳐야 하는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고자 하시는 성모님의 손은 묶이고 만다. 그리하여 공동 재산에 관하여 성모님과 맺은 계약이 놀랄만한 가능성들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원의 태만으로 말미암아 파기된다. 오! 영혼들에게도 그리고 자기 힘에만 의존해야 하는 단원 자신에게도 얼마나 안타까운 손실인가!
그러므로 어떤 단원이 자기는 성모님께 전적으로 의탁하고 있다고 우겨대면서 자신의 불충분한 노력이나 어설픈 활동을 합리화하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하면서 그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을 피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의탁은 틀림없이 설득력이 없고 비열한 것이다. 그러한 단원은 자신이 충분히 짊어질 수 있는 짐을 성모님의 어깨에 떠넘기려 애쓴다. 기사도 정신을 올바로 갖춘 기사라면 어느 누가 그런 이상한 태도로 귀부인을 모시겠는가!
따라서 레지오 단원이 성모님과 맺은 협력의 근본 원리에 대해서, 마치 새로운 주제를 다루듯이, 한 번 더 설명하고자 한다. 레지오 단원은 자기 능력의 최대한도를 성모님께 바쳐야 한다. 단원이 바치기를 거부한 것을 보충하는 일은 성모님이 해야 할 몫이 아니다. 레지오 단원이 제공할 수 있으며 또 하느님의 보고(寶庫)에 그가 응당 바쳐야 할 노력과 방법과 인내심과 생각을 덜어주는 일은 성모님에게 맞갖은 일이 아닐 것이다.
성모님은 아낌없이 베풀고자 하시지만 오직 너그럽게 베푸는 영혼들에게만 그렇게 하실 수 있다. 그러므로 성모님은 레지오의 자녀들이 당신이 간직하고 계신 무진장한 은총의 보화를 마음껏 꺼내 가기를 바라시면서, 당신의 아드님의 말씀을 빌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마르 12,30) 봉사하라고 단원들에게 간절히 호소하신다.
레지오 단원은 오로지 성모님만을 바라보면서, 자연적으로 타고난 것을 보충하고 정화하고 완전하게 하고 초자연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하며, 미약한 인간의 노력으로 불가능한 것을 그 미약한 인간의 노력이 성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는 엄청난 일들이다. 이 엄청난 일들은 산을 송두리째 들어내어 바다를 메우고, 땅을 평탄하게 고르며, 굽은 길을 바르게 펴서 하느님의 나라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쓸모없는 종들이지만 매우 알뜰하신 주인님을 섬기고 있다. 그분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슬 한 방울로부터 우리 이마에 흐르는 땀 한 방울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낭비하시는 일이 없다. 나는 이 책이 어떤 운명에 놓이게 될지 알지 못한다. 내가 이 책을 다 마칠 수 있을는지, 아니면 나의 펜 밑에 펼쳐져 있는 이 한쪽만이라도 끝까지 다 쓰게 될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남은 힘과 여생을 많든 적든 이 책을 마치는 데 바쳐야 한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프레데릭 오자남 Frederick Oza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