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영국에서 교포사목을 할 때 사제관이 따로 없어서 동네에 있는 일반주택에 살았습니다. 특이한 것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르는 영국 아주머니들 2-3명이 사제관을 찾아 왔습니다.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어보니,
자신들은 영국 여호와의 증인들인데, 한번 믿어보라고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웃으면서 나는 천주교 신부인데,
이렇게 방문하지 말아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자, 자기들의 인쇄물을 주고 갔습니다.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긴 했지만,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이비였지만 그 선교열정이 대단했던 분들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영국 아주머니 두 분이 사제관을 찾아왔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구나 싶어서 그냥 보내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천주교의 레지오 단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천주교 신부라고 신분을 밝히면서, 레지오
단원도 이렇게 집집마다 찾아다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자신들은 레지오 단장의 지시하에 이 골목부터
저 골목까지 모든 집을 방문하고, 그다음 주는 다음 동네를 도는 방식으로 매 주일 모르는 집을 찾아다닌다고
했습니다. 차라도 대접하려고 들어오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방문이 다
끝나면, 동네 귀퉁이에 서서 콜라를 사서 나눠 마시고 헤어진다는 겁니다. 우리 같으면 하루 종일 집집마다
방문을 하면서 전고를 하고 나면, 수고했다고 밥도 먹고, 술도 사고 할 텐데 그런 것 없이 순수하게 복음
선포를 위해 그분들은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활동의 철저함이 대단했고, 열심히 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또 제가 세례를 드린 분 중에는 자기 발로 성당에 오신분도 계셨습니다. 어떻게 혼자 성당에 오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친한 친구가 성당에 다녔는데, 몇 십년을 매일 같이 놀고 이웃으로 같이 지내면서도 한 번도 성당에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화가 나서 자기 발로 나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그런 모습을 보인 우리 신자가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또 제가 만난 교우 중에는 매년 끊임없이 두 세 명의 예비자를 성당에 데리고 오는 분이 계십니다. 예비자
환영식을 하면 그분은 꼭 두세 명을 데리고 오십니다. 그리고 예비자가 세례를 받을 때까지 교리를 안내하고,
같이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그들을 돌봐줍니다. 그분의 평소 모습을 보면 말씀도 많지 않고, 주변의 이웃들을
잘 도와주는 모습이 전부였습니다. 그분에게 인도된 예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분의 모습을 통해
천주교에 대한 호감이 커졌고, 성당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고 말을 합니다. 결국, 전교는 그렇게
그 사람의 모습 안에서 예수님을 보여주고, 천주교에 대한 신뢰를 보여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여러분도 파견된 예수님의 제자답게 말씀을 전하시기 바랍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예수님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예수님께서 도와주시면
우리도 말씀을 전할 수 있고, 복음에 대해 말할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복음을 들은 이들은 여러분의 말씀안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복음선포를 해 보리라 다짐하는 여러분의 그 결심 안에 예수님께서 함께 하실 것입니다.
(20240714연중 제 15주일)
카톨릭상지대학 총장
차호철 세례자요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