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깃장은 ‘짐짓 어기대는 행동’을 뜻한다. 박경리의 토지에, “사람이란 늙으면 대개의 경우 어깃장도 놓고 이기적으로 된다고들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 이 어깃장은 원래 널문을 만들 때 널빤지를 맞추어서 가로로 띳장을 대고 못을 박은 뒤, 그 문짝이 일그러지지 아니하게 대각선으로 붙인 띳장을 말하는 것이다. 띳장은 널빤지들에 가로로 댄 띠 모양의 나무오리를 말한다.
이 ’어깃장‘은 주로 ‘놓다’와 어울려 관용구를 이룬다. ‘어깃장을 놓다’라고 하면, ‘짐짓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벋대다’는 뜻이다. 요샛말로 삐딱하다거나 일부러 떼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있다.
이 말은 ‘어기+장’으로 된 말인데, 여기서 ‘장’은 긴 막대를 뜻하는 말로 이런 쓰임에 가랫장, 가로장, 비녀장 따위의 ‘장’과 같은 말이다. ‘어기’는 ‘어기다’의 어근인데 ‘거스르다, 어긋나다’란 뜻이다. 결국 어깃장은 ‘어긋나게 놓은 긴 막대(널빤지)’란 뜻이다. 예전에는 이런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목재로 이런 문을 만드는 경우가 드물어 보기 어렵다.
나무 널빤지로 문을 만들 때, 대개는 너비가 좁은 널빤지 여러 개를 나란히 벌여놓고 대체로 위아래 두 곳에 띳장을 박아 문짝을 만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부엌이나 광의 문 등은 대문처럼 좋은 나무를 쓰지 않고 질이 좋지 않은 잡목 등을 이용해 대충 만들었다. 이 문이 비바람을 맞고 햇빛을 받다 보면 쉽사리 비틀어지고 휘어졌다. 그런 비틀림이나 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문에 대각선 형태로 나무를 덧대었는데, 이처럼 대각선(X 자 모양)으로 덧댄 나무가 ‘어깃장’이다.
‘어깃장을 놓다’라는 말은 이처럼 문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유익한 장치다. 그런데 이 말이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는 것은 아마도 어깃장이 X 자 모양으로 생기고 또 어깃장을 댈 만큼 좋은 목재로 문을 만들지 못한 연유에서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그 구실을 보지 아니하고 겉모습만 따서 만들어진 말이다.
첫댓글 어깃장 놓다,무슨 일이나 이치에 맞지 않게 훼방을 놨거나 우겨된다로 알고 있었는데 널빤지의 뒤틀림이나 문짝에 덧댄 나무가 '어깃장'이라
박사님 덕분에 새로운 공부 많이 하였기에 감사드립니다.
늘 평안 하시길 기원 드려요.
우리가 어릴 때는 어깃장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깃장 놓다'라는 말도 요즘은 좀처럼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보았습니다.
다은 선생님 항상 관심을 갖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