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얼마만인가?
작년 11월을 끝으로 갑작스런 일로 멈춰선 지 그러구러 새봄이 올 때까지.
작년 일도 마 마무리 짓지 못했는데 엊그제 다녀온 것부터 시급한대로 먼저 올린다. 갑작스런 만남, 말 못할 어려움도 있고. 답답함도 꽃바람에 날려 버리고 싶어서 우선 만난다.
갈마역 3번 출구에서 10시에.
어데로 갈지도 정하지 않고서 말이다.
아파트 정문을 나서는데 경비아저씨의 빗자루 끝에 쓸려진 벚꽃, 산화(散華)한 벚꽃잎들이 꽃비늘되어
꽃눈더미를 이룬다. 이제 절정을 지나는가 보다.
오랜 만에 반가운 지기들의 얼굴을 보면서 화창한 봄날씨에 어데로 갈지를 정해 본다.
대청호반 벚꽃으로 낙착. 신탄진 방면으로 핸들을 꺾는다.
갑천변, 대덕연구단지 벚꽃도 좋고 새잎도 돋아나기 시작하고, 날씨도 좋고
좋은 벗님네들과의 봄나들이 길이다.
가는 길 왼쪽으로 적오산성이 아름답다.
금병산 동쪽 줄기에서 갑천변 하구를 지키던 요새지.
지금은 그 아래에 자운대가 금병산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고 수운교 천단도 있고...
차는 달려서 원자력연구소도 지나고 날망집 고개도 지난다.
묵마을 구즉도 지나고 신탄진으로 내쳐 달린다.
신탄진 읍내를 지나니 새로 난 길을 버리고 옛길따라 대청댐 쪽으로 달린다.
거슬러 올라가는 금강변을 따라서 가는 길이 아름답다. 가로수마다.꽃길이다.
거의 잊어버린 대청호반, 작년 11월 7일에 갔었던 곳에(아직 미게재분) 보았던 지도를 떠올려 본다.
대청댐 아래에 이르렀는데 흘깃 솜사탕이 보인다. '솜사탕'이라고 말했더니 가던 차를 되돌려 온다
할머니 한테서 사서 차 속에서 어린아이가 되어 본다.
국민학교 6학년 시절 처음 먹어본 솜사탕 맛을 떠올리며 1957년 가을 운동회 때의 추억,
그때 그 누님은 하늘나라로 가시고 솜사탕 속에 누님의 따뜻한 정만 마음 속에 어린다.
장승공원 입구도 지나고 현암사 올라가는 길도 지나고 문의도 지난다. 곳곳에 우리의 발자취가 어린 곳들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우선 점심부터 먹고보자는 의견에 따라서 먹을 곳을 찾는다.
외곽 꽃잔디가 한창인 식당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콩이야기 집이란다. 보배가 먹어 본 곳이라고.. (지금은 속이 아린 추억이 돼버린 곳일텐데).
마침 콩에 대해서 관심이 있던 차인데.
우리의 먹거리, 쌀과 콩을 빼고는 밥상이 이뤄지질 않는다. 물론 김치도 있지만.
우리의 식생활의 중심인 콩. 콩 태 (太 )가 이두식 국자(國字)임을 떠올린다. 콩 숙(菽)의 원자도 떠올려보고, 숙맥(菽麥)같은 생각인가.
메주며 간장 된장, 거기에 두부가 아마도 묵에서 나왔을 것이고, 거기에 콩나물도 있고,
아무튼 구수한 된장국에 하얀 밥. 옛날 같으면 보릿고개 시절에 한 상 대접을 잘 받는다. (감사합니다.)
식당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벽에 걸려 있는 실물 민속 공예품들이 눈길을 끈다.
키. 오줌 싼 어린아이가 벌로 쓰고 가서 소금을 얻어오던 시절 이야기의 키가 벽에 걸려 있다.
그 한자가 箕키 이지만 그 원자(原字)는 其자라는데
그 其자의 모습은 이 <키>를 나타낸 상형문자라는 생각도 해 본다. (누증자며 후기자며)
한자는 동이족이 만든 진태하 박사의 이야기, 그가 쓴 백두산 참관기도 떠오르고...
식당 주변 사방에는 절구공이도 있고, 풍구도 있고, 지개도 짚신도 여러가지 우리 토속 것들, 지금은 시대의 뒤안으로 물러나 앉은 것에서 옛날을 회상해본다.
점심으로 시장기를 해결한 우리는 청남대로 향한다.
안에는 들어가볼 일이 없어서 그냥 입구 주차장에서 되돌려 나온다.
박태기나무, 밥풀데기 나무라던가, 한자말로 자미화라고 보배는 말한다. 한자말 자미화보다는 밥풀떼기 처럼 보이는 박태기 나무꽃을 슬쩍 보고는 지나간다. 배고픈 시절. 보이는 것마다 먹을 것으로만 보이던 시절. 보릿고개 시절이야기.
하얀 조팝나무, 이팝나무 모두 밥이야기를 꽃이름에 달고 있다. 그 시절 그때가 우리 어린 시절. 지금은 아스라하게 느껴진다.
청와대앞 삼거리에서 호점산성이 있는 염티재로 향한다.
이두문 비석 있는 궐리사는 뒷날로 미루고, 어느 대학 나왔어요에 대한 대답 :--교육대와 -대학에 빗댄 청남대 이야기 속에 넘어가는 고갯 길 왼쪽에 고대 선사시대 동굴 이야기도 하며 드디어 염티고개 정상을 지난다. 290m. 이정표 표지판을 보면서 넘어가니 벚꽃길은 그야말로 장관중의 장관이다. 팬타스틱인가. 몽환속의 한폭인가. 꽃비가 내리기 직전의 싱싱한 벚꽃. 더할 수 없는 날씨에 아름다운 꽃이다. 말이 필요없다. 가는 길 앞, 동쪽으로는 호점산성이 있고 고개 오른쪽에는 샘봉산성도 있고... 차룰 잠시 멈추고 한 컷 찍는다. (*문의면 노현리 시남 마을에는 구석기시대 '흥수아이'가 나오는 두루봉 동굴이 있고, 인근 옥산면 소로리에는 세계최고의 볍씨가 발굴된 곳이 있고 보면, 청원군에는 한국의 구석기 시대 1만년도 전의 아마도 최후 빙하기가 끝나던 무렵의 세계가 보물처럼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강변을 따라 공주 석장리 구석기 박물관도 있고...)
-솜씨 좋은 만보도 참을 수 없어 사진 찍는다.
- 차 마실 곳을 찾다가 드디어 멈춘 곳이다. 나중에 보니 신상동 주민센터 옆 주차장.
(근처에는 이름만 들어도 으시시해지는 백골산성도 있지만)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개울가 버드나무 그늘 아래로 간다.
멀리는 계족산성 임도에 벚꽃이 테를 두르고 있단다. 눈밝은 보배의 이야기.
벚꽃 감상용 나무 데크길,
실개천에는 떨어진 벚꽃잎이 하염업이 물길에 흘러가고,
아 아, 도화유수 묘연거 (桃花流水杳然去)인가. 인생도 또한 저러하리니... 散華나 묘연거나..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갑자기 동심초 노랫가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오는 길에 본 분홍색 복숭아꽃 (桃花) 대신 앵화이지만...
대청호반 온천지가 꽃밭이요. 꽃의 세계이다. 왕벚꽃, 산벚꽃, 복숭아꽃,... 노란 민들레며 이름 모를 풀꽃들까지.
푸른호반 대청호와 산색 푸른 들판 꽃길, 지상낙원이 따로 없는 것 같다.
꽃놀이 가자꾸나.
-벚꽃길 이름도 재미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
만보가 재치 있게 찍어 보내준 사진이다.
벚꽃 한 그루만 피어도 사방에서 꽃구경 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 평생 제일 좋은 벚꽃 구경을 마치고 테미고개 5거리쪽에 오니 오후 2시 반이 다 되어 간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하나씩 둘씩 꽃잎지듯 손흔들고 헤어지기 시작한다.
다음 만날 것을 말없이 약속하고는.
( 2024.04.11.(목) 카페지기 자부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