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은?
김장민 정치학박사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조선의 핵무장, 대만을 둘러싼 중미 군사대결 순으로 현안을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가 이들 문제를 잠정적으로만 해결해도 노벨평화상을 얻을 수 있다. 재선과 양원 장악에 성공한 트럼프로서는 유럽, 중동, 동북아에서 평화를 정착시킨 공로를 인정받는 것으로 마지막 축배를 들고자 할 것이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결정권자와 전문가들은 조선의 핵무기 포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이 핵 포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북미국교정상화, 조선에 대한 경제지원, 주한미군 철수, 종전과 평화 구축, 군사주권 반환, 남북통일과 같은 코리아반도 내정 불간섭 등 높은 수준의 보상을 할 의사와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조선이 미국 본토의 수백만 명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본토 방어를 위해 조선과 핵전쟁을 회피할 수 있는 협상을 해야 하는 궁지로 몰리고 있다. 미국은 본토가 조선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환상을 자국민에게 유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조선이 정상 각도 발사, 대륙간 진입, 탄두 격발 등의 실험을 하기 전에 조선과 협상해야 한다.
첫째 미국이 당면한 협상 목표는 조선이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기 전에 마치 조선이 그런 능력을 갖지 않은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면서 “조선이 핵 무력을 더 이상 고도화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는 조선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과 조선의 돌발적인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일상적인 핫라인 구축, 핵무기를 확산하지 않고, 점차 핵무기를 감축하여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약속 등이다.
둘째 조선이 미국으로부터 얻어 내려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국교정상화, 주한미군 철수, 조선반도의 통일과 같은 전략적 목표의 보상 없이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는다. 미국과 협상 전에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무장 국가로서 인정받는다. 이를 위해 미국이 전략적 양보를 제시하지 않는 한 핵무기의 다종화, 고도화, 대량화를 최대한 진척시킨다.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본토 타격 능력을 99% 과시하되 최종 능력은 협상 카드로 유보한다. 미국의 전략적 양보가 없는 협상에서 핵 폐기는 의제로 삼지 않고 핵 통제와 핵 군축만 의제로 삼는다.
셋째 미국과 조선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은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을 동결하고 현재 수준에서 핵무기의 다종화, 고도화, 대량화를 중단하는 것이다. 또한 돌발적인 충돌과 핵 확산을 예방하는 회담 정례화, 제한적인 사찰단 교환 등이다. 미국은 그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남북교류와 조선에 대한 해외투자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조선의 핵무장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지니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백악관, 국무부 모두 이러한 스몰딜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조선의 핵무기 폐기라는 궁극적 목표를 여전히 견지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스몰딜을 단계적 접근이라고 부른다.
넷째 미국과 조선 사이의 이견은 미국이 전략적인 양보를 하지 않지만 조선이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한다는 상징적인 선언 정도를 하느냐의 문제이다. 미국의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조선의 핵 보유를 막을 수 없고 본토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조선의 핵무장에 반발하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막으려면 “조선이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한다고 약속했으니 너희도 핵무장을 꿈꾸지 말라.”라는 안전핀이 필요하다.
반면 조선은 핵무장을 노동당과 국가의 기본 전략을 선포했기 때문에 “미국이 전략적 양보를 안했으므로 우리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대내외적인 과시가 필요하다.
다섯째 조미는 서로 핵동결과 제재 해제라는 스몰딜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조선의 핵무기 폐기로 해석될 수 있고 조선 입장에선 핵무장 국가의 도덕적 책임으로 해석될 수 있는 군축 수준의 추상적인 문구를 협상의제로 채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글로벌 차원이나 동북아 차원에서 핵 확산에 반대하고 궁극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쌍방이 노력하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협의와 프로세스 및 제도를 마련한다는 수준이다. 즉 미국은 핵폐기로 조선은 핵군축으로 해석할 수 있는 추상적 합의를 하는 것이다.
여섯째 어떠한 조미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미국은 중러 견제를 위해 동북아에서 철수할 수 없고 그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조선과 대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미관계는 본질적으로 대치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양측은 미중관계의 대전환처럼 관계격변이 아니라 제한적인 관계개선에 머물 것이다.
결론적으로 양측은 본질적인 타결이 없더라도 상징적인 구두합의라도 체제안정과 지도력 과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핵폐기와 핵군축 사이의 합의문구 조율로 인해 실제 정상회담까진 실무급 회담에서 여러 차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https://youtu.be/dgzSQJkzQ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