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갈회옥(被褐懷玉) - 굵은 베옷 속에 구슬을 품다, 겉은 보잘 것 없어도 속이 알차다. [입을 피(衤/5) 갈색 갈(衤/9) 품을 회(忄/16) 구슬 옥(玉/0)] 속에 든 것은 보잘 것 없어도 잘 꾸미면 돋보인다. ‘의복이 날개’라 옷을 잘 입으면 한 인물 더 잘나 보인다. 하지만 추잡함을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겉포장에 힘쓴다면 언젠가는 들통 난다. 내면은 형편없는데 겉모양만 금옥처럼 꾸민 金玉敗絮(금옥패서)가 되고 더 낮춰 錦褓裏犬矢(금보리견시), ‘비단보에 개똥’이라 욕만 먹는다. 양고기 간판에 개고기를 팔면 羊頭狗肉(양두구육)의 사기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검은 가마솥의 속에는 하얀 밥이 소복하여 군침을 돋운다. 온갖 지혜로 가득한 현인이 겉보기에는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겉에는 굵은 베옷(被褐)을 입고 있으나 속에는 구슬을 품고 있다(懷玉)는 성어가 이것을 말한다. 꽉 찬 속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주위서 알게 된다는 無爲自然(무위자연)의 老子(노자)가 한 말이다. 道(도)는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으니 인위적인 것을 배격한다. 갈색의 거친 베옷을 입은 남자 褐夫(갈부)는 너절한 옷의 천한 남자다. 그런 사람의 품속에 소중한 보배 玉(옥)이 들어 있으니 겉보기만으로 대할 수 없다. 노자가 관문을 지날 때 그곳을 지키던 尹喜(윤희)가 부탁하여 남겼다는 ‘道德經(도덕경)’의 70장 知難章(지난장)에 나온다. 노자의 말은 ‘알기도 매우 쉽고 행하기도 쉬운데(甚易知 甚易行/ 심이지 심이행)’ 세상 사람들은 깊이 알려고 하지 않고 겉핥기로 다만 도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것은 성인이 남루한 굵은 베옷을 입고, 가슴에는 보옥을 품은 것(是以聖人 被褐懷玉/ 시이성인 피갈회옥)’처럼 품에 가득 도덕을 안고 있는 사람을 겉보기에 어리석다고 하여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것을 탄식한다. 그렇더라도 드러날 때가 있으니 다음 장에서 말한다. ‘알면서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좋고,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知不知上 不知知病/ 지부지상 부지지병)’이란 가르침이다. 속이 찬 사람은 겸손하다. 학문과 지식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실력이 있어도 속이 텅 빈 사람처럼 겸허했던 顔回(안회)를 가리켜 ‘꽉 차 있어도 텅 빈 것처럼 보인다(有若無 實若虛/ 유약무 실약허)’고 曾子(증자)가 표현한 말과 통한다. 자기를 내세워야 남이 알아준다며 큰 지혜도 없이 화려한 겉모습을 꾸미고 떵떵거리는 자리만 찾는 사람이 많은 요즘 시대에 노자의 탄식과 顔子(안자)의 자세가 더욱 절실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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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러니요
좋은 말씀을 이 새벽에 읽어 봅니다
오늘의 고사성어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