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재규어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 100년 넘게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플래그십 대형세단에 5000cc 12기통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얹어가면서 자신들의 기술력을 뽐냈다.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의 주 원인으로 밝혀지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솔린 대배기량 엔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면서 토크가 좋은 디젤 엔진을 속속 개발해 친환경이라는 탈을 쓰고 디젤 승용차를 대거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친환경 사기'로 밝혀졌다. 이런 혼란 속에 프리미엄 브랜드는 점점 친환경차 개발의 중심을 전기차로 옮기고 있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은 최근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차와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도 내년 전기차 타이칸(Taycan)을 출시한다. 이미 미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독점 하다시피 했다. 전통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출시를 시작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EQ’라는 전기차 서브 브랜드를 공개했다. EQ브랜드를 통해 2020년까지 4종, 2025년까지 10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모델명은 총 5개로 EQA, EQC, EQE, EQG, EQS다.
EQ 브랜드의 첫 모델인 콤팩트 SUV EQC400 4MATIC이 지난 4일 공개됐다. EQC는 내년 공식 출시된다. EQC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다. 전장 4761mm, 전폭 1884mm, 전고 1624mm로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GLC보다는 크고 GLE보다는 약간 작은 크기다. 우리나라 차량 체급으로 보면 준중형 급이다. EQC에는 80kWh의 최신 리튬 이온배터리가 장착된다. 통상 1kWh 배터리로 5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걸로 보면 완충 시 주행거리는 약 450k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급속 충전을 하면 약40분 안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앞 뒤로 두 개의 모터를 달아 사륜구동을 갖췄다. EQC의 최고출력은 408마력, 최대토크는 78.0kg.m를 발휘한다. 시속 100km까지 단 5.1초면 도달한다. 공식적인 가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약7만5000유로(한화 약987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EQC 다음 모델은 EQS가 유력하다. S클래스처럼 전기차 라인업의 플래그십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EQC처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이용 할 것으로 보인다. EQC와 동일하게 앞 뒤로 모터를 장착해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출력 또한 EQC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2020년에는 해치백 EQA가 출시 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EQC를 공개하자마자 아우디는 다렸다는 듯이 전기차 모델을 발표했다. 지난 19일 아우디는 자사의 첫 전기차 SUV e-tron을 공개했다. 아우디는 2025년까지 12종에 이르는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이 전기차를 위한 독자 플랫폼도 준비했다. 외관은 아우디 Q3와 거의 흡사하다. 휠베이스는 2895mm로 Q3(2680mm)보다 길다. 실내 디자인도 미래 지향적인 모습으로 변화했다. e-tron은 사이드미러를 삭제해 주목 받고 있다. 사이드미러의 역할을 카메라가 대신한다. e-tron에는 95kWh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급속충전을 하면 30분만에 80%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앞 뒤로 두 개의 모터가 장착돼 아우디의 4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를 제대로 맛 볼 수 있다. e-tron은 최대출력 402마력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7초가 걸린다. 연말부터 유럽 지역을 시작으로 고객들에 인도된다. e-tron 가격은 7만9900유로(한화 약1억500만원)이다. 아우디는 e-tron에 이어 2019년에는 e-tron 스포트백, 2020년에는 전기 콤팩트 라인업을 추가해 전기차 모델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화재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곤욕을 치루고 있는 BMW도 전기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BMW는 2014년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가장 먼저 i라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선포한 바 있다.
지난 16일 공개한 iNEXT는 전기 SAV 콘셉트카다. 2021년 양산형 모델이 출시 될 것으로 보인다. iNEXT 컨셉트에는 BMW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대거 접목됐다. BMW는 2025년까지 12개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2019년 미니 쿠퍼 3도어를 기반으로 한 미니 BEV를 필두로 2020년에는 전기차 SUV모델 iX3를 출시한다. iX3은 400km의 주행이 가능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노르웨이에서 예약 주문이 시작됐다.
BMW의 대표 모델 3시리즈 전기차 모델 출시도 임박했다. 지난 달 유럽 자동차 매체들은 3시리즈 전기차 위장막 모델을 포착했다. 앞 도어와 뒤 범퍼에 전기시험주행차(Electric Test Vehicle)라는 스티커 붙어 눈길을 끌었다. 3시리즈 전기차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지만 주행거리는 최소 400k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적인 출시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우선 3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먼저 출시한 이후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7세대 3시리즈 모델은 오는 10월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재규어를 빼놓을 수 없다. 재규어는 순수 전기차 I-PACE 출시를 앞두고 있다. I-PACE는 SUV 모델로 완충 시 최대 480km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I-PACE는 현재 국내에서 2차 인증 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인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10월 출시가 유력하다. I-PACE에는 90kWh의 리튬 이온배터리가 탑재된다. 다른 전기차와 같이 두 개의 모터가 장착돼 4바퀴 굴림방식이다.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0kg.m을 발휘하며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4.8초가 걸린다. 국내 예상 가격은 EV400 SE 1억1040만원, EV400 HSE 1억2470만원, EV400 퍼스트에디션 1억2800만원이다. 이 밖에도 재규어 E-TYPE의 전기차 버전인 E-TYPE ZERO가 내년 여름쯤 출시된다.
전통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전기차 시장은 본격적인 성숙기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의 전문 조사기관은 "전기차 배터리의 성장 속도라면 2040년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를 추월할 것"이라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독점하고 있었다. 투자 전문 금융사인 미국 골드만삭스는 최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양산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 경쟁이 격화 됨에 따라 테슬라 주가는 앞으로 6개월 후 약30% 떨어 질 가능성이 있다”고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