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본보기가 되어(고전10:1-13)
갈등
1. 어느 산길을 누군가 혼자 걸어갔습니다. 초가을이었고, 산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어요. 낙엽이 수북이 쌓인 등산로는 그야말로 풍경화처럼 아름다웠습니다. 햇살도 좋았고, 공기도 맑았습니다. 걷다 보니 조금 낯선 길이 눈에 띄었어요. 길이 잘 닦여 있었고, 누군가 자주 다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도에는 없었지만, 이쪽이 더 빨리 갈 수 있겠네 싶어 그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처음엔 괜찮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길이 끊기더니, 마른 낙엽 아래에 미끄러운 바위가 있었고, 발이 푹 빠졌습니다. 미끄러지며 바위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했어요. 간신히 나무를 붙잡고 몸을 멈췄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길처럼 보였는데 길이 아니었구나.”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습니까? 겉으로는 좋아 보이고, 옳아 보이고, 심지어 하나님과 함께 걷는 길 같지만 방심하면 넘어질 수 있는 순간들이 있어요.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도 하나님과 함께 길을 갔고, 하늘에서 양식을 먹었고, 반석에서 나오는 물을 마셨으며, 하나님이 인도하셨던 구원의 여정을 걷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 끝에서, 그들은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말합니다.“이 이야기는 너희에게 본보기가 되었다.”그들의 실패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경고이고, 그들의 무너짐이 오늘 우리의 길잡이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2. 사도 바울이 이스라엘 광야 이야기를 했습니다. 1-2절,“형제들아 나는 너희가 알지 못하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 우리 조상들이 다 구름 아래에 있고 바다 가운데로 지나며, 모세에게 속하여 다 구름과 바다에서 세례를 받고.”바울은 출애굽 시대 이스라엘의 광야 경험을 고린도교회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광야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운행하시는 구름과 불기둥으로 인도와 보호를 받으며 40년을 안전하게 지냈습니다. 이스라엘 모두 광야의 구름 아래에 있었고, 하나님께서 홍해의 바닷길을 내심으로 바다를 통과했습니다. 세계사에 다시 없었던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바울은 이 경험-바닷길을 통과하는-을 세례라고 말했습니다.
3-4절,“다 같은 신령한 음식을 먹으며, 다 같은 신령한 음료를 마셨으니 이느 그를 따르는 신령한 반석으로부터 마셨으매 그 반석은 그리스도시라.”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신령한 음식과 음료를 먹고 마셨어요. 신령하다는 것은 거룩함-하나님께만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들이 먹고 마신 모든 것은 땅에서-사람들에게서 온 것이 아니었고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공급하셨습니다. 홍해를 건넌 일과 더불어 인류사에서 처음 경험한 신비로운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귀한 경험을 했던 그들이었는데, 하나님께서 그들 중 다수를 기뻐하지 않으시고 광야에서 멸망시켰던 이야기를 하며, 바울이 이러한 일이 고린도 교회의 본보기가 되었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갈등 심화
3. 사도 바울은 이스라엘의 광야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7-8절,“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과 같이 너희는 우상 숭배하는 자가 되지 말라 기록된 바 백성이 앉아서 먹고 마시며 일어나서 뛰논다 함과 같으니라, 그들 중의 어떤 사람들이 음행하다가 할에 이만 삼천 명이 죽었나니 우리는 그들과 같이 음행하지 말자.”7절은 출애굽기32장의 금송아지 사건이었어요. 그들은 하나님이 아닌 보이는 신(금송아지)을 만들고, 그 앞에서 먹고 마시고 뛰놀았습니다. 영적 방종에 성적인 음행으로 빠졌습니다.(고대 중동의 종교 모습)
8절은 민수기25장의 브올 사건입니다. 이스라엘 남자들이 발람 선지자가 발락 왕에게 전해준 전략으로 이스라엘 남자들이 우상 숭배의 자리에 초대받아 음식을 먹고, 모압 여자들과 음행을 하고 말았어요. 이 일로 인해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징계하시며 23,000명을 죽게 하셨습니다. 이제 바울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꺼냅니다. 9-10절,“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주를 시험하다가 뱀에게 멸망하였나니 우리는 그들과 같이 시험하지 말자,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원망하다가 멸망시키는 자에게 멸망하였나니 너희는 그들과 같이 원망하지 말라.”
4. 9절은 민수기 21장에 하나님을 시험하는 이스라엘의 교만을 나타낸 사건이었습니다. 일명 불뱀 사건입니다.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먹을 것, 마실 것이 없다며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했어요.“이 하찮은 음식(하늘에서 내린 만나)을 싫어하노라.”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가볍게 여기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시험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불뱀들에게 물려 죽어갔습니다. 10절은 이스라엘 공동체 안의 원망과 분열을 경고한 말씀입니다. 민수기 14장, 16장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여정 내내 하나님의 인도하심보다 눈앞의 불편함에 집중했습니다.
물이 없다고 원망하고, 만나밖에 먹을 것이 없다고 원망하고, 지도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원망하고, 가나안 정탐 후에는“차라리 애굽으로 돌아가자”고까지 불평했어요. 이 원망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대한 저항이었습니다. 11-12절,“그들에게 일어난 이런 일은 본보기가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기록되었으니라,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사도 바울은 광야에서 이스라엘이 행한 일이 본보기가 되었다고 다시 말했습니다. 바울이 이 이야기를 소개하며 고린도 교회도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했는데, 고린도 교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실마리
5. 고린도 교회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우리는 세례도 받았고, 성찬에도 참여하고, 하나님의 은혜 아래 있어. 그러니까 우상 제물을 자유롭게 먹어도 괜찮아. 하나님은 은혜의 하나님이시니까.”그들에게 바울은 이렇게 말했어요.“이스라엘도 똑같은 은혜를 받았다. 그런데 광야에서 그들 중 다수가 멸망했다. 그게 바로 여러분에게 본보기가 된다.(5-6절) 우리가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사람도 불순종하면 넘어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사도 바울은,“너희가 받은 은혜가 광야의 이스라엘과 다르지 않다.”고 고린도 교회에 말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가 받은 은혜와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받은 은혜를 의도적으로 비교해서 말했어요.
이스라엘 (구약) 고린도 교회 (신약)
1)구름과 바다 아래 지나감 세례를 받음
2)만나와 물 (하늘의 양식) 성찬 참여 (예수님의 몸과 피)
3)반석에서 나온 물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구원받음
바울은 이렇게 함으로,“여러분도 똑같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멸망한 이유를 남의 이야기로 듣지 말고, 여러분의 삶의 이야기로 들으십시오!”
6. 사도 바울은 광야의 이스라엘의 실패는 고린도 교회의 거울이라고 말했습니다. 6절과 11절에서 바울은 반복해서,“이 일은 우리의 본보기가 되었다.”고 선언했어요. 출애굽 시대 이스라엘에게 일어났던 일을 거울로서 교훈을 주려고 했습니다. 본보기(τύπος, 튀포스)는 인장처럼 찍혀서 남겨진 흔적입니다. 또는 삶에 남긴 도장 같은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실패를 통해, 하나님의 거룩한 기준과 인간의 연약함을 생생히 새겨 놓으셨습니다. 왜요? 하나님은 우리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고린도 교회를 이해하려면, 그들이 자랑하던 세 가지 요소를 알아야 합니다. 첫째, 그들은 영적 특권을 자랑했지만 삶은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어요. 고린도 교회 성도들은 세례를 받았고, 성찬에 참여했고, 은사도 풍성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삶의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상 숭배와 음행, 교만, 분열, 원망에서 떠나지 못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런 고린도 교회를 향해, 이스라엘도 너희처럼 영적 특권을 누렸지만, 죄로 인해 광야에서 멸망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7. 고린도교회에서도 우상 숭배 문제가 있었습니다.(8~10장) 어떤 성도들은 우상의 신전에서 제사 음식을 먹으면서도,“나는 믿음으로 자유하니까 괜찮다”고 말했어요. 그들이 자유라고 여긴 행동은 실상, 우상과 교제하는 일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것이 이스라엘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먹고 마시며 뛰놀던 장면과 같다고 말했습니다.(7절). 고린도교회의 두 번째 문제는 성적인 타락입니다.(5-6장) 그들 가운데는 심지어 아버지의 아내(친모가 아닌 여인)를 취한 자도 있었습니다. 고린도 교회는 성적인 부도덕을 정당화하며 여전히 교회 안에서 음행을 하면서도 회개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했습니다. 이스라엘이 모압 여인들과 음행하다가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사건이 그들의 본보기라고 설명했습니다.(8절)
고린도 교회의 세 번째 문제는 하나님을 시험한 것입니다.(1~4장, 8장) 일부 성도들은 은사를 자랑하며,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자유를 오용했어요.“하나님은 어차피 용서하실 거야.”스스로 판단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스라엘이 불순종으로 하나님을 시험하다가 불뱀의 심판을 받은 일로 소개하며 너희의 본보기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9절). 고린도교회의 네 번째 문제는 공동체 안에 불평과 분열이 있었어요. (1~3장, 11장) 고린도 교회는 바울파, 아볼로파, 베드로파, 그리스도파로 나뉘었습니다. 성찬 자리에서도 부자들은 먼저 먹고, 가난한 자들은 배고픈 채 내버려 두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것을 광야에서 끊임없이 원망하다가 멸망시키는 자에게 멸망을 당한 이스라엘 백성들과 같다고 했습니다.(10절).
복음 제시
8. 13절,“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사도 바울이 하나님은 미쁘시다, 신실하신 분이라고 선언했어요. 미쁘사(πιστός, 피스토스)는 복음의 하나님, 언약을 지키시는 분을 의미합니다. 우리를 시험 중에도 버리지 않으시는 언약의 신실하심을 말씀합니다. 우리는 넘어지지만, 하나님은 신실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시험을 허락하시되 망하게 두시지 않습니다. 시험은 누구나 겪습니다.
그 시험 속에 감당할 수 있는 분량만 허락하신다는 말은, 하나님이 시험의 주권자 되시고 당신의 자녀들을 지키신다는 약속입니다. 우리 삶의 고난과 시험 속에서도 하나님이 여전히 우리를 돌보시는 분이심을 선포합니다. 하나님은 반드시 피할 길을 준비하신다고 약속하세요. 여기서 말하는 피할 길은 단지 탈출구가 아니라, 믿음으로 시험을 이기고 하나님을 신뢰하도록 인도하시는 은혜의 통로입니다. 우리는 자주 유혹(시험)에 휘둘리지만, 복음은 언제나 길이 있다고 말씀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 길이며, 시험 중에도 은혜는 열려 있습니다.
기대
9.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연약합니다. 이스라엘처럼 고린도 교회처럼 오늘 우리도 흔들릴 수 있고, 시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넘어지지 않도록, 미리 피할 길을 준비하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우리를 시험 속에 홀로 두지 않으시는 하나님,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지금도 우리 곁에 계십니다. 우리의 기대는 내가 잘 해내는 신앙이 아니라, 끝까지 나를 붙드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있습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하셨던 그리스도는 지금 우리의 시험 속에도, 흔들리는 삶 속에도 동일하게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우리는 이스라엘의 광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의 실패는 우리의 본보기입니다. 그들의 무너짐은 우리의 거울입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바울은 말했어요.“시험은 너희만의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시다. 피할 길도 준비하신다.”이것이 복음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도 믿음으로 걸읍시다. 겸손하게, 조심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우리가 걷는 이 길 끝에서 나는 넘어지지 않았다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붙드셨다고 고백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순절 기간에 이렇게 살아가도록 이 시간 다 같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