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내 앞에 놓인 생은 소 여물통 같다 이제는
쓸모없이 툇마루에 놓인 그것은 거의 고단한 기억이나
다름없다 미세 먼지가 그림자처럼 내려앉고 거미줄이
얼기설기한 그곳에 일찍이 나의 양식과 노고와 눈물과
회한이 었었다 거기서 목백일홍의 화사한 꿈을 꾸기도 했지만,
꿈은 이제 죽은 목백일홍의 꿈으로만
남아 있다 거기서 문득 성층권에서 귀환한 아내가
아프다거나, 오래 안 신던 신발이 집을 나간다거나.....
그럴지라도 천 년도 더 묵은 노환의 아버지는 나와 내
아이들을 몰라보신다 아득하다는 것은, 까마득하다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냥 텅 빈 것이
아니라 놋주발에 담긴 물처럼 그 속까지 환히 비치는
생, 그 속에서 참매미가 애타도록 울고 나는 驚氣경기하는
아이처럼 부르르 떨며 일어난다 그럴 때 나의 생은 나를
키웠을지도 모를 새엄마처럼 낯설다 그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데도 문득문득 내가 깨어나는 것은
허물어지는 생의 경혈마다 이따금 가느다란 침 같은
것이 꽂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수술해야 할 그 자리는
눈 까뒤집고 바라보면 돼지의 분홍 음부처럼 곱다, 고와라,
아, 거기 한번 손가락에 침 묻혀 간질 어볼까? 고단한
섹스에 은박지처럼 일그러지는 얼굴은 마냥 아름답다
- 이 성복 시 ‘나의 아름다운 생‘
[래여애반다라], 문학과 지성사, 2013.
* 몸이라는 게,, 익숙해지려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인천에서 월. 수. 금 오후에 늦게까지 투석을 받다가, 서울로 이사 후에 오후 투석을 하는 병원을 동네에서 찾을 수 없고, 원하는 요일에는 자리도 없어, 화. 목. 토 오전 07시부터 오전 11시까지 투석을 하게 되었다. 모두가 낯이 선 사람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위한 낯이 선, 감정과 표정들.., 7년 만이다. 신선하고 날이 선 감정들.
16호, 굵은 바늘을 약간의 고통과 더불어 익숙하게 찌르고, 시간에 더하여 뽑아낸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로에게 주고받는 인사말이 가슴으로 진정으로 다가서기까지,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할까?!..,
첫댓글 시간이 곧 약입니다. 낯선 관계에서 편한 관계로 곧 되실 겁니다. 잘 적응되시길 바랍니다^^
몸이 적응이 힘드네요. 이겨내고 움직이려니,, 진땀이 흐르네요. 세상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시사랑 역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요. 가을인데,, 뭐 라도 먹고 힘을내야 겠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