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네이버)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3기 졸업 작품이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넷팩상과 제7회 전주프로젝트마켓 배급지원상을 받았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던 시완(신연우)의 엄마가 자살하자, 빚 독촉에 시달리던 아빠는 몰래 도망치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하루아침에 가족과 집을 모두 잃은 시완은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지방으로 도피한 전도사 승영(김호원)과 신도들의 호출을 받고 그를 찾아간다. 신도들이 시완을 찾은 이유는 엄마가 보관하고 있던 비밀 장부 때문인데 갈 곳 없는 시완은 어느 허름한 PC방 한편에 얹혀살고 있는 승영의 곁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밤마다 그를 죽일 생각을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시완은 승영에게 뜬금없이 기타를 배우고, PC방 주인집 딸인 민희(김가현)는 또래인 시완과 어울리게 된다. 하지만 승영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이 다시 교회를 차리려 하자 시완은 거세게 반발한다. 그래 봐야 자신만 불행해지고 그나마 머물던 거처도 사라질 거라는 현실을 너무 잘 아는 시완은 마지막으로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된다.
영화는 종교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세상에서 홀로 남겨진 채 살아가야 하는 시완은 그런 질문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비극으로 살아가야 하는 소년의 인생은 영화가 끝나는 지점까지 그대로 간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다 먹먹해 질 정도다.
하지만 비극을 비극으로 보여줌으로써 눈물짜내기식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굉장히 차갑게 느껴지는 영화다. <다섯은 너무 많아>(2005), <나의 노래는>(2007), <지구에서 사는 법>(2008) 등을 연출했던 교사 출신 안슬기 감독의 전작과 비교해봐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감독은 희망을 생각하는 것이 사치인 소년을 생의 막다른 곳으로 몰고 가는 촬영과 편집을 선보인다. 공간도 주목할 만한다. 선과 악이 싸우는 판타지 게임 속 세계가 집약된 PC방이라는 공간. 삶에서 밀려난 어른들이 종교에 의지해 부당한 꿈을 꾸는 신전처럼 활용한다는 설정도 현 세태를 잘 반영하는 까닭에 수긍이 한다.
캐스팅도 주목할 만하다. 연기 경력이 없는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한국의 교육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감독은 어떻게 소년이 삶의 막장에 떨어졌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파고든다. 종교와 한국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동시에 전달되면서 소년의 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문제가 된다.
과연 시완 같은 소년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영화가 이런 울림을 강하게 주는 것은 카메라의 시선이다. 이토록 가슴 아픈 이야기를 카메라가 영화에 등장하는 소년과 거리를 멀찌감치 두고 방관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어서다.
다르덴 형제 영화에서 보는 촬영이 주인공의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 즉 소년의 삶에 밀착하기 보다는 관찰자의 시선에 머무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법은 영화가 전하는 주제가 더 선명해지는 효과를 거둔다.
시완은 민희의 부탁으로 처마에 숨긴 담뱃갑을 꺼내주는 장면에 주목하자. 여러 번 힘껏 뛰어서야 간신히 손끝에 닿은 담뱃갑을 잽싸게 낚아채 꺼낸다. 어떻게 자신보다 작은 민희가 이 높은 곳에 담뱃갑을 숨길 수 있었을까를 관객이 생각하게 만든다.
민희가 말한다.
“미스터리지. 사는 게 다 미스터리야.” 그리고 담배 한 개비를 권하지만 담배는 맵기만 할 뿐 억눌린 감정을 달래주지 못한다. 오히려 다급하게 기침을 토한다. 익숙한 듯 시범을 보이던 민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 승영과 함께 기도하던 민희는 미스터리를 푼 것 같다.
하지만 시완에게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게 이 영화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