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마력의 최고출력이 용솟음치는 V12 6.0X 미드십 엔진, 시속 350km 이상의 최고속도, F1 기술을 이용한 첨단장비, 그리고 피닌파리나가 빚어낸 아름다운 몸매……. 세계 최고의 수퍼카 메이커 페라리는 올해 그들의 모든 기술력을 담은 새 모델을 내놓았다. 그리고 349대만 한정생산할 이 스페셜카에 창업자의 정신을 이어받는 뜻에서 그의 이름을 그대로 딴 ‘엔초 페라리’(Enzo Ferrari)라는 모델명을 붙였다. 88년 8월 14일 90세의 나이로 삶을 마친 엔초 페라리의 일생은 곧 페라리의 역사라 해도 될 만큼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엔초의 탄생이 곧 페라리의 시작
엔초는 1898년 이태리 북부 모데나에서 태어났다. 철도부품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알프레도 페라리의 존재는 그에게 행운이었다. 1900년대 초 모데나를 통틀어 자동차가 30대밖에 안될 때 그의 집 안마당에는 프랑스제 드디옹 부통이 있을 만큼 넉넉했고 아버지와 형을 따라 자동차경주를 보러 가는 일도 많았다.
엔초의 재능은 1차대전으로 아버지와 형을 잃고 1919년 CNM에 입사하면서 빛나기 시작한다. 이 회사에서 만든 레이싱카의 테스트 주임으로 일한 엔초는 그 해 열린 ‘파르마 포지오 디 베르세토 힐클라임’ 대회에 드라이버로 직접 출전하며 모터 스포츠에 첫발을 디뎠다. 이듬해 알파로메오로 자리를 옮긴 엔초는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2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고, 24년에는 알파로메오의 국제 그랑프리 드라이버 자리에까지 올랐다.
1929년 엔초는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설립, 알파로메오의 세미 워크스 팀으로 활동했다.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엔초가 매니저의 역량을 처음 발휘한 곳이고 페라리의 전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33년 알파로메오로부터 레이스 활동의 전권을 위임받은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30년대 말까지 유럽 그랑프리에서 전성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알파로메오와 페라리는 38년을 끝으로 서로 등을 돌리고 말았다. 알파로메오는 새 팀 알파 코르세를 세우며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해산시키고 엔초가 이후 4년 동안 페라리라는 이름으로 자동차 제작과 레이스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43년 모데나 남쪽 마라넬로에 새 공장을 지은 엔초는 46년 자신의 이름을 단 차를 만들고 레이스에도 출전할 수 있는 자유를 되찾았다. 그 이듬해 드디어 페라리라는 이름의 첫 모델이 나왔다. 알파로메오 시절 호흡을 맞춘 명 엔지니어 조아치노 콜롬보와 함께 V12 1.5X 72마력 엔진을 개발해 얹은 페라리 125C가 피아첸자에서 공식 데뷔전을 가졌다. 페라리 V12 엔진의 전통과 기통당 배기량―첫 모델은 1기통당 125cc를 썼다―을 이름으로 짓던 작명법도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피닌파리나를 만나다
F1 레이스에서의 활약과 완벽한 성능만이 페라리의 전부는 아니다. 보는 이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이태리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 디자인과의 만남은 곧 페라리 신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수퍼카 엔초 페라리의 등장으로 두 거인의 혈맹관계는 50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47년 125S를 레이스에 출전시킨 엔초는 팀 운영자금을 모으기 위해 도로용 스포츠카를 만들기 시작했다. 페라리의 첫 도로용 모델인 166인테르는 48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등장했다. 경주차 166MM을 기본으로 110마력의 고성능을 내는 V12 2.0X 엔진을 썼다. 51년 선보인 195인테르 역시 레이싱카를 이용한 스포츠카로 높은 성능을 자랑했지만 디자인이나 품질에서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투링, 비냘레, 자가토, 기아 등의 여러 카로체리아에 보디 제작을 맡기던 페라리는 52년부터 피닌파리나와 손잡게 된다. 바티스타 파리나가 1930년 창업한 피닌파리나는 ‘움직이는 조각품’이라고 찬사받는 치시탈리아202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두 거장의 첫 공동작품으로 52년 페라리 212인테르가 등장했다. 페라리는 V12 2천563cc 엔진을 개발했고 피닌파리나가 치시탈리아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보디를 선사했다. 완벽한 엔지니어링과 예술적 디자인의 악수는 212에 이어 250유로파를 시작으로 하는 250GT 시리즈로 이어지며 1950∼60년대 페라리의 황금기를 불러왔다.
66년 바티스타 파리나가 세상을 뜬 뒤에도 페라리와 피닌파리나의 우정은 계속되었고 이어 등장한 거의 모든 페라리도 피닌파리나의 손길을 거쳐 태어났다. 70년대에는 512BB와 400, 308 시리즈가 만들어졌고 80년대 208과 288GTO, 테스타로사가 나왔다. 엔초가 창사 40주년 기념작 F40을 내놓은 이듬해 사망하자 많은 사람들은 페라리의 남은 능력, 그리고 피닌파리나와의 관계를 걱정했다. 하지만 92년 파리 오토살롱에 등장한 456GT가 이런 우려를 잠재웠다. 페라리는 최고출력 442마력의 V12 5.5X DOHC 엔진에 6단 트랜스미션을 얹어 456GT의 성능을 최고시속 300km, 0→시속 100km 가속 5.2초까지 끌어올렸고 피닌파리나는 전통적인 곡선미를 살린 ‘모던 클래식 페라리’를 그려냈다.
빈티지 페라리와 경쟁자의 거센 도전
빈티지 페라리(Vintage Ferrari)는 50∼60년대 선보인 페라리 250 시리즈를 일컫는 말로, 그 유행기가 클래식 페라리의 황금시대라 할 수 있다. 250 시리즈는 53년 파리 오토살롱에 250GT의 도로용 모델인 250유로파가 선보인 뒤 TdF(투어 드 프랑스), 롯소, 베를리네타 SWB 등의 가지치기 모델로 속속 등장했다.
61년에 선보인 250TR(테스타로사)은 빈티지 페라리의 대표모델. 르망 경주차의 섀시에 V12 3.0X DOHC 300마력 엔진을 얹고 예술적인 2인승 오픈 보디의 디자인은 스칼리에티가 맡았다. 이듬해에는 페라리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250GTO가 데뷔했다. 당시 새롭게 등장한 그룹3 GT 규정에 맞춰 개발된 250GTO는 예술적인 근육질 보디에 테스타로사용 V12 300마력 엔진을 썼다. 64년에는 첫 미드십 모델 250LM(르망)이 태어났다. V12 3.0X와 3.3X DOHC 엔진을 미드십에 놓았고 64년과 65년 르망 24시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63년 ‘타도 페라리’를 외친 또 하나의 수퍼카 메이커 람보르기니가 등장했다. 페루초 람보르기니는 토리노 모터쇼에 람보르기니350 GTV를 내놓고 페라리를 향한 수퍼카 전쟁을 선언했다. 유선형 차체의 람보르기니 1호차는 세계 최고속도(시속 265km)를 낸다는 사실만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람보르기니는 최고시속 280km의 미우라 P400(66년), 71년 최고출력을 400마력 이상으로 끌어올린 카운타크 LP400 등을 내놓으며 페라리에 대한 전의를 불태웠다. 페라리는 68년 V12 4.4X DOHC 352마력의 365GTB/4, 71년 180°V12 5.0X DOHC 360마력 엔진을 쓴 512BB로 이에 맞섰다.
84년에 태어난 테스타로사는 512BB의 뒤를 잇는 베를리네타 복서(수평대향 엔진을 얹은 쿠페라는 뜻)로 최고시속 290km, 0→시속 100km 가속 5.8초의 뛰어난 성능으로 한동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카의 자리를 지켜갔다. 86년 독일 포르쉐가 450마력의 괴력에 4WD를 얹은 959를 등장시키면서 페라리는 또 한차례의 무한속도경쟁에 들어간다. 하지만 288GTO(85년)는 959가 지닌 시속 320km의 벽을 넘지 못했다.
288GTO는 실험용 모델인 GTO 에볼루치오네를 거쳐 엔초의 유작 F40으로 이어졌다. F40은 경량 고강성 프레임에 최고출력을 478마력까지 끌어올린 V8 2.9X DOHC 트윈터보 엔진을 미드십에 얹고 뒷바퀴를 굴렸다. 최고시속 324km, 0→시속 100km 가속 4.1초의 수치는 엔초의 무너진 콧대를 세우기에 충분한 성능이었다.
피아트 그룹, 페라리 팔 것인가
페라리는 계속될 것인가? 페라리는 21세기 첫 수퍼카 엔초를 통해 이런 논란에 일단락을 지으려한다. 완벽한 기술과 예술적 디자인이 빚어내는 페라리는 건재하다. 새 수퍼카의 디자인을 피오라반티에 맡길 것이라는 소문은 피닌파리나의 일본계 디자이너 오쿠야아 켄이 엔초를 빚어내며 수그러들었고, 페라리와 피닌파리나의 동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창업자가 사라진 뒤 F1과 스포츠카 시장에서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90년대 선보인 456GT와 F50, 550마라넬로, 360모데나는 페라리의 영광을 되찾아올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마라넬로 바깥에서 드러난 숙제가 페라리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69년 페라리는 이태리 피아트그룹에 경영권을 넘겨주었다. 69년 란치아와 알파로메오를 통합해 이태리 최대 메이커로 부상한 피아트는 93년 마세라티 지분의 100%를 가져왔다. 거대기업으로 거듭난 피아트그룹 안에서도 페라리만큼은 명 스포츠카를 계속 내놓으며 뚜렷한 독립체제를 지켰다. 루카 코르델로 디 몬테제몰로 사장은 엔초 사망 후의 위기를 잘 극복했고 피아트는 적자 가득한 마세라티의 경영권까지 페라리에게 맡겼다
든든히 제 길을 걷고 있는 페라리지만 지금은 모기업 피아트의 어려움이 걸림돌이다. 한때 이태리 시장에서 90%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던 피아트는 90년대 들어 60%, 지난 1∼2년 동안에는 40%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13억5천만 유로(약 1조6천8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피아트는 2000년 3월 미국 GM에 지분 20%―피아트의 GM 지분은 5.7%다―를 넘겨주었고 주주 결정에 따라 남은 80%까지 GM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피아트는 기업 적자규모를 줄이기 위해 그들이 가진 페라리 지분 35%까지 이태리 메디오방카 또는 그 외 투자자에게 팔겠다며 내놓았다. 피아트는 지금까지 페라리 지분 90%를 소유하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8억4천500만 유로(약 1조500억)라는 값이 페라리의 일부를 사기에 지나치게 비싸고 피아트의 장사가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폴크스바겐그룹은 람보르기니와 벤틀리를 사들였고 BMW 역시 롤즈로이스를 거두어들였다. 페라리에 군침을 삼키는 메이저 회사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페라리 시판 모델
Enzo Ferrari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빠른 수퍼카. F40의 개성과 궁극의 성능, F50의 첨단기술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린 수퍼카 중의 수퍼카다. 카본파이버 초강성 플랫폼의 2시터 뒤에는 새롭게 개발된 V12 6.0X DOHC 660마력 엔진을 얹고 F1용 6단 세미 AT를 조합해 350km 이상의 최고시속을 낸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고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가변식 윙이 최적의 다운포스를 끌어낸다. 또한 트랙션 컨트롤(ASR)을 비롯한 각종 첨단장비가 운전을 돕는다. 349대 한정생산 모델.
575M Maranello
95년 태어난 550 마라넬로의 뒤를 잇는 마이너 체인지 모델로 올해 제네바 오토살롱에 처음 선보였다. 575는 배기량 5천750cc를 가리키고 M은 ‘modified’(개량)를 뜻한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애스턴마틴 뱅퀴시를 의식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헤드램프와 범퍼를 좀더 날렵하게 다듬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에 큰 변화는 없다. V12 5.8X DOHC 엔진은 최고출력이 515마력으로 높아졌고 최고시속 330km에 이른다. 토크는 60kg·m/5천250rpm. 변속기는 기본 6단 MT에 F355에 처음 쓴 F1 타입 6단 세미 AT를 더했다.
456M GT/GTA
456GT는 92년 등장한 365GTB 데이토나 이후 사라졌던 V12 FR 구동계의 부활로 250GTE, 356GT, 400GT 등 페라리 2+2 쿠페의 대를 잇는 모델이다. 뒷좌석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V12 5.5X DOHC 엔진을 앞에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 456GT에 쓰이는 뱅크각 65°의 V12 엔진이 등장하면서 전통의 120° V12 엔진은 사라졌다. 456M은 456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로 98년 선보였다. V12 5.5X 엔진은 550 마라넬로를 거쳐 최고출력 442마력, 최대토크 56.0kg·m으로 성능을 높이고 이후 456M에 옮겨졌다. 456M GT는 수동 6단, GTA는 4단 AT를 쓴다.
360 Modena/Spider
360 모데나는 대량생산 페라리 중 처음으로 알루미늄 프레임을 써 경량화한 모델로 99년 F355의 뒤를 이어 데뷔했다. V8 3.6X DOHC 400마력 엔진을 얹고 최고시속 295km, 0→시속 100km 가속 4.5초의 성능은 수퍼카라 불리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리틀 페라리’의 계보를 잇는 이 엔진은 가변 매니폴드와 5밸브 헤드, 티타늄 커넥팅로드, 단조 크랭크 샤프트 등 서키트에서 쌓아 온 노하우와 첨단기술로 무장했다. 변속기는 수동 6단과 세미 AT. 360 스파이더는 모데나를 베이스로 한 오픈카로 2000년 2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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