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확대 목소리]
-"빨리 미국처럼 확대하자"
수비방해·태그·포스아웃 등 올해 대부분 플레이에 적용
배구·농구처럼 TV 활용을
-"준비 부족, 부작용 크다"
방송사 화면엔 사각지대 많아
성급하게 했다 문제 생기면 프로야구 전체 시스템 흔들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비디오 판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 주자의 '아웃―세이프' 판정에 대한 오심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SK와 KIA가 맞붙은 경기에선 나광남 2루심이 명백한 아웃 상황을 세이프로 판정했다. 나 심판은 지난 27일 마산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경기에서도 1루심으로 나섰다가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었다. 지난 25∼26일 KIA와 LG의 잠실경기에서도 오심이 나왔다.
이러한 논란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미 프로야구(MLB)에서 실시하는 수준의 비디오 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2009년부터 홈런 여부에 대해서만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다.
◇비디오 판독 확대한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부터 인정 2루타, 관중의 수비 방해, 포스아웃, 태그아웃 등 다양한 심판 판정에 비디오 판독을 적용하고 있다. 양 팀 감독은 경기당 한 차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고, 판정이 뒤집힐 경우 한 번 더 요청 기회를 갖게 된다. 대신 7회 이후에는 심판의 자체적 판단에 따라 비디오 판독을 시행한다.
메이저리그는 비디오 판독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었다. NFL(미프로풋볼)이 1986년,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이 1991년, NBA(미 프로농구)가 2002년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지만 메이저리그는 2008년에야 홈런 판정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허용했다. 하지만 중계 기술 등의 발달로 충분히 오심을 가려낼 수 있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오심 논란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메이저리그는 이번 시즌부터는 선수와 심판들의 동의를 얻어 비디오 판독의 범위를 넓혔다.
대신 정확한 비디오 판독을 위해 시즌 전 철저한 준비를 했다. 각 구장에서 카메라 12대가 영상을 수집하고, 뉴욕의 리플레이 통제센터에서 최신 영상 장비를 통해 판단을 내리게 했다. 30일까지 메이저리그에서는 비디오 판독 요청이 195회 있었는데 이 중 판정 번복이 82회(42.1%) 있었다.
◇다른 종목에선 중계화면으로 비디오 판독초고속카메라 도입 등 기술 발달로 TV로 중계를 보는 시청자들도 심판의 모호한 판정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서 국내 프로 스포츠에도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프로배구는 2007년부터 비디오 판독을 적용하고 있다. 1경기에서 한 팀당 한 번씩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방송사로부터 중계 화면을 받아서 판정을 내린다.
프로농구는 2006∼2007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각 쿼터가 끝나는 시점에서 나온 버저비터에 대한 판정과 승부와 직결되는 4쿼터 및 연장 종료 2분 내의 판정이 비디오 판독 대상이 된다. 대신 심판의 파울 판정에 대해서는 비디오 판독이 시행되지 않는다. 프로농구 역시 방송사 중계 화면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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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이게 왜 아웃입니까 -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LG의 프로야구 경기 9회 2사 1·2루에서 브렛 필이 투수 앞 땅볼을 친 뒤 아웃 당하자 선동열(왼쪽) KIA 감독이 심판진에게 항의하고 있다. 중계 화면에는 아웃 상황이 아닌 것으로 나왔다. (아래 사진)통제 센터에서 최종 판정 - 미국 뉴욕의 리플레이 통제 센터(Replay Command Center)에서 각 구장에서 진행되는 미 프로야구(MLB) 경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경기 중 비디오 판독 요청이 들어오면 이곳에서 녹화된 경기 영상을 보고 최종 판정을 내린다. /허상욱 기자·MLB닷컴 트위터
◇중계 화면만으로는 역부족, 야구 본질 해칠 수도KBO(한국야구위원회) 측은 지금 당장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판독 시스템의 시행착오를 살펴보고, 10개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시즌부터 시행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은 "방송사 중계 화면에는 카메라가 잡아내지 못한 사각지대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심판 판정에 대한 정확한 판독이 어렵다"며 "성급하게 시행했다가 비디오 판독의 실효성에 대해서까지도 의문이 생기면 프로야구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용철 KBS N 해설위원은 "비디오 판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다 보면 결국 '심판은 뭐하러 있는 거냐'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묘미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디오 판독에 의존하면 경기 흐름이 끊어지고 경기 시간이 길어질 우려도 있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심판진의 규모를 늘려서 심판들이 자신이 투입되는 경기에서는 경기 상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심판 채용이나 재교육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서 자질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