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일이 없어 노는 시간이 많아 에오와 라즈니쉬를 주로 읽다가 갑작스레 생각이 나서 지난 세밑에 '증산진법경'을 구입해 읽었다. 뜻하지 않게 수차례 정독하면서 남다른 감회가 일어났다.
초판이 2006년 1월에 나왔으니 읽는 데 만 3년이나 걸린 셈이다. 지난 2004년 말에 인터넷에 이른바 '풍류도카페' 사건이 터졌고 사수로부터 불쾌한 전화 한 통이 없었다면 관심도 없었을 테다.
그때는 호기심에 어떤 경로로 '대순전경해의'와 '현무경해의'를 잠깐 접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ㅇㅇㅇ 지도자와 그 실태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때문에 건성건성 비독을 하는 정도였다.
이후 2005년 4월에 네이버 블로그에 ㅐㅇㅇㅇ 지도자와 교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다가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면서 애먼 사람이 욕을 보기도 했다. 백보 역시 그들에게 잡혀가 곤욕을 치렀지만.
각설하고. '폐허의 붓다'를 시발로 에오의 책에 듬성듬성 등장하는 마이트레야 곧 미륵에 대한 언급을 보면 증산진법경에서 말하는 천축미동이나 영파변이와 통하는 점이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가이아 프로젝트에서 말하는 우주의 역사나 프로젝트의 대간도 진법경과 상당 부분 공명을 이루고 있다. 가아이 프로젝트 = 도솔천 천지공사라는 어쩌면 무리한 듯한 등식..?
또한 선(禪)이나 오쇼와 에오의 깨달음에 대한 언급에서 느껴지는 점도 진법경에서 간간이 동색을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생각에서 생각이 나오느니라"에 대한 해의가 그것이다.
"대저 공부하는 자들이 중도에 포기함은 생각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까닭이니 한 생각이 일어나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번뇌와 망상 속에 갇혀버리게 되니라.
생각을 멈추지 않는 한 선정(禪定)에 들 수 없나니 생각을 멈추려 한다면 무언가 얻으려는 마음부터 버려야 하느니라." 지금 여기에 '지금 여기 이 순간'이란 말만 붙이면 영락없다.
천지공사에 대한 명초 스님의 해의는 그야말로 증산의 후신이 아니라면 어찌 그리도 명쾌할 수 있을까 싶다. 부절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해의에 때론 탄성을 때론 허탈한 쓴웃음을 짓게 된다.
그리고 증산진법경을 읽는 도중 뜬금없이 백보의 머리를 스치는 신기한 듯한 두 가지 우연이 있다. 명초 스님의 법명에 대한 소이연과 김지하 씨 '사상기행'의 출간 시기.
사상기행에 보면 김지하 일행을 만났을 때 명초 스님은 대뜸 이런 말로 시작한다. "내 이름 명초는 불을 밝힌다는 뜻잉께 먼저 담배버텀 한대 때리구 얘기헙시다."
좌중의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 우스갯소리지만 참 재밌다. 아차..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이거다. 법명 명초(明草)는 대순전경이라는 증산실록의 '사초(―草)를 풀어 밝힌다(明)'로 풀린다.
그리고 사상기행이란 김지하 씨 일행이 1984년 겨울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지는 사상의 여정을 담고 있는데 기행의 원고가 유실되어 빛을 보지 못하다가 90년대 후반에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만일 당시에 출간되었다면 김지하 씨 네임밸류에 맞게 책도 많이 팔리고 덩달아 명초 스님의 존재도 크게 부각되었을 텐데 실로 '우연찮게도' 원고를 잃어버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는 말씀.
여하간 필자 백보는 ㅇㅇㅇ라는 난법 단체에 크게 데인 상태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증산'에 대한 생각을 잊을 수가 없다. 무엇이 진법인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진법경을 인용하면..
"조직을 벗어나야 판밖이 되는 것이 아니요 진리를 체득하여 마음의 자유를 증득하여야 판밖이 된다." 예수도 말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인간 = 자유. 본질인 자유의 증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