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덮쳐오는 파도처럼 끊이지 않는 일에 지쳐 피곤할 때 도착한 반가운 사람의 편지나 메일은 무척이나 따스하게 느껴진다.
오늘 아침 일본 친구가 보내온 메일도 그렇다.
지난해 늦가을 처음 사귄 뒤 1주일에 1∼2통씩 메일을 주고받으며 사상과 유머를 교환하고 우정을 키워왔던 색다른 친구.
올해 들어서 피차간에 너무 바빠 근 한 달만에야 다시금 생존을 확인했으니 어찌 아니 반가울까.
그 친구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그 누구보다도
사상적으로 통하고 유머감각도 엇비슷해서 실로 놀랍기만 하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우리는 서로간에 절친한 친구이자 형제처럼 느끼고 있고
또한 부족한 부분을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학창시절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남달랐던 나로서는
생각 밖의 운명에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 친구는 한국을 이해하려 무척이나 노력하고 있다.
한일간의 친선을 위해 개인적으로 한일우호 홈페이지를 만들었는가 하면
틈틈이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나는 그의 그러한 면모에 크게 자극을 받아
일본역사를 새삼스럽게 공부하고 있고
그가 보내온 <백호대(白虎隊)>라는 비디오를 깊은 관심을 지니고 보았다.
'백호대'는 우리역사에 굳이 비유하자면 '갑신정변'과도 같은 사건을 다룬 영화인데
막부시대 말기 개혁파와 천황파간의 전쟁 속에서 장렬히 죽어간 청소년들(백호대)의 혈기어린 함성이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가 밝힌 보조 설명에 따르면,
이토오 히로부미는 도쿠가와파의 인물이고
자기는 반(反)도쿠가와파의 선봉장인 사카모토의 후손이라고 한다.
자신이 안중근 의사를 흠모하는 배경에 그런 핏줄이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했고….
오늘 아침
그 친구의 편지는 새로운 한국어로 나를 또다시 자극했으니 편지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썼다.
See you again!
JAL JA NE KUM K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