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켄들링*
- 김미경
소리를 앓는 일은 소리 너머 사람의 일
팽팽히 스며들어 속을 갉는 귀의 둔치
작두날 싹둑 자르듯 제방을 쌓는 거지
틈새로 갈마드는 한 오라기 바람조차
에도는 곱의 길 죽창 마구 찔러대듯
쉼 없이 휘몰아치는 설과 설의 회오리
주파수 출렁이는 백색 소음 파도타고
달팽이관 돌고 돌아 더 깊이 침잠하지
목구멍 끌어안으며 가라앉는 침묵처럼
*노이즈 캔슬링 : 외부 잡음을 상쇄, 혹은 차단하는 기술, 대표적인 예로 이어폰이나 헤드폰
ㅡ 『시조21』 (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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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가득한 세상입니다
계절을 알리는 초록초록한 소리에 섞여 질서를 깨트리는 백색소음이 파고 듭니다
95세의 장모님께서 가는 귀를 먹은 게 불편하여 보청기를 마련했다 하십니다
반나절 사용해보시더니 시끄러워 더 불편하다고 보청기를 몰래 치우셨다네요^*^
함께 생활하는 처남네 가족들이나 처갓집 식구들은 성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네요
지인들이 소통하는 공간에서는 백색 소음 공해라며 혀를 차며 안타까워합니다
정치인들은 못살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어도 나머지 시민들은 일상에 그저 분주합니다
눈꼴시린 것들은 안 보면 되고, 시끄러운 소리도 걸러내면 됩니다
경쟁하는 스포츠 관람, 오디션 현장, 무대 공연장에 넘쳐나는 인파를 보세요
노이즈 켄슬링 없이 열광하며 살기에도 바쁩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침묵하는 대중의 관심은 소리 너머에 닿아 있지 않을까요?
첫댓글 -백색소음: 들리지 않는 소리? 보이지 않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