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 진주 '보고 또 보고' 바른 인성-강한 체력 필수… 8개 구단 23명 활약 노트북-스피드건 등 총동원 장단점 파악 평균 연봉 2500만원… 정식 직원은 9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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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의 데이비드 킴 스카우트(오른쪽) 등이 동대문구장에서 스피드건을 쏘며 청룡기 대회에 출전한 투수들의 장단점을 체크하고 있다. <동대문=이창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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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영 협의회장 |
◇김진철 현대 차장 |
♣장면 하나 "휘문이 역전패했습니다. 김명제가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습니다." 휘문고 김명제를 6억원에 영입한 두산의 김현홍 스카우트는 지난 6일 밤 제5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동대문구장에서 어디론가 급전을 날리고 있었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오후 11시가 가깝도록 온종일 야구만 보느라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온몸은 땀범벅이 된 상태였다.
이 때 김명제를 놓친 LG 정성주 스카우트도 핸드폰으로 똑같은 소식을 구단 관계자들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추억 하나 95년 11월 인천지방 병무청의 신체 검사장에서 납치 사건이 벌어졌다. 도상 훈련과 예행 연습까지 소화해낸 건장한 청년들이 인천고 졸업예정자인 열아홉살짜리 야구선수 박진만을 강제로 차량에 태워 강원도 원주로 끌고갔다. 주동 세력은 프로야구단 현대유니콘스의 스카우트 요원들.
팀장인 김진철 스카우트는 인천고 선배라는 학연과 3년 동안 공들이며 쌓아온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회유책을 폈다. 하지만 고려대 진학을 고집하던 박진만은 횡성으로 이동하는 도중 잠시 머물렀던 갈비집의 화장실 창문을 타고 탈출, 집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초비상이 걸린 현대 스카우트팀은 부랴부랴 박진만의 인천 집으로 찾아가 유급한 경험이 있는 '고교 4학년'으로 대학에 입학했을 때의 불이익과 설움, 인내하기 어려운 엄한 규율 등을 내세워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끝에 계약금 2억8000만원으로 프로 입단을 성사시켰다. 이런 박진만은 현대의 주전 유격수로서, 내야수의 대명사로 성장해 올시즌을 끝내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게 된다.
스카우트의 하루는 누구보다 먼저 시작돼 늦게 끝난다.
현재 프로야구 8개구단의 스카우트는 총 23명(삼성의 해외담당 1명 포함). 이들은 아마 야구가 벌어지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따라다니면서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속속들이 관찰한다. 최고령 스카우트는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삼성 성기영 부장으로 올해 68세, 현대 김진철 차장은 박진만과 김수경을 프로로 직행시킨 최장수 스카우트로서 지난 89년부터 16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다.
현대 김진철 차장은 "고교 선수들의 기본기 습득력은 50점 미만인데 게임 위주의 팀 훈련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타격에 치중하고, 수비를 소홀히 하다보니 기본적인 팀플레이와 송구 동작이 모두 엉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요즘 동대문구장의 출근부에 매일 도장을 찍고 있다. 첫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운동장에 나와 프리배팅과 펑고(Fungo) 받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다. 게임 때 볼 수 없는 기본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경기 중에는 비디오 카메라, 스피드건, 초시계, 노트북 컴퓨터, 각종 양식표를 총동원해 선수들의 장단점을 기록한다. 진흙 속에서 찾은 진주 하나는 팀을 살리지만, 겉만 화려한 썩은 진주 하나는 재정적 손실은 물론 팀의 장래까지 망쳐 놓기 때문이다.
스카우트의 첫번째 요건은 바른 인성(人性). 어떤 유혹이나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곧은 마음과 눈이 필수다. 최종 결정의 순간에는 많은 돈이 오가는 만큼 절대 사심은 허용되지 않는다.
둘째는 성실성과 건강한 체력. 일년내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를 찾아내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셋째는 원만한 대인 관계. 때론 학부모나 선수와 형제처럼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늘 친근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각 팀당 35~40명선의 정식 스카우트를 보유하고 있다.
LG와 두산에서 현역 생활을 했던 미네소타 트윈스의 아시아담당 스카우트인 데이비드 킴(한국명 김태민)은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들의 평균 연봉은 3만달러 정도"라며 "장래성 있는 선수를 스카우트하면 별도의 보너스를 받지 않는 대신 재계약 때 반영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현재 프로야구 8개구단의 스카우트 중 정식 직원은 모두 9명. 평균 연봉은 2500만원 정도다. 대부분 계약직으로 늘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갈수록 스카우트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이들의 구슬땀이 프로야구의 미래를 여는 열쇠인 셈이다.
< 전문기자 chang@>
투수 체크 리스트 |
①제구력 ②유연성 ③타자와의 승부요령 ④대담성 ⑤성격 ⑥부상 경력 ⑦가정환경 ⑧시속 135㎞ 이상의 스피드 | |
타자 체크 리스트 |
①배트 스피드 ②변화구 대처 능력 ③장타력 ④정확성 ⑤송구능력 ⑥발 빠르기 ⑦가정환경 ⑧선구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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