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맡고 있는 <핫라인 스쿨>은 m.net에 들어와서 처음 조연출을 시작했던 프로그램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던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던 그때를 생각하면,
그 프로그램을 지금 '연출'하고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꽤 출세했다는 생각도 든다.
가수 이승환씨를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것도 그때였다.
일에는 무서우리만큼 철저하다는 소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밤을 꼬박 새면서 자신의 콘서트 녹화화면을 보고 좋은 그림을 스스로 고르는 것을 옆에서 도우면서
참 '프로는 프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졸려 죽겠는데 대충 좀 하지'라는 투정도 함께 말이다.
이번에 이승환씨를 게스트로 섭외하고 나서 기분이 좀 남 달랐던 것도 그날의 기억이 어느 정도는 작용을 했다.
PD를 긴장시키는 가수라고 할까. '이승환 선생님'을 어떻게 대우해야 할 지 고민이 됐던 것이다.
그것도 이제는 주인의 입장에서 손님으로 모셔야 하니 더 그랬다.
역시 내공은 내공이었다.
솔직히 헬륨가스를 먹고 이상한 목소리로 팬들에게 한마디 하라고 시키면서 내심 걱정을 했다.
그러나 결국 괜한 걱정이었다.
'아 이거 꼭 한번 마셔보고 싶었어요'라면서 한번에 다 마셔버리는 걸보고 '저게 여유와 넉넉함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중 그는 직접 경영하고 있는 '드림팩토리'가 요새 어렵다는 얘기를 아주 담담하게 했다.
그 이유가 자신이 뭘하든 돈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웃었다.
나는 그 말에 웃기가 힘들었다.
한 뮤지션이 음악으로 뭔가를 만들어 가는데에 느끼는 현실의 벽이
하물며 옆에서 구경하는 나에게도 너무 높게 보였기 때문이다.
PD들이 뮤직비디오가 나오면 기대를 하고 보는 가수가 몇 안된다.
또 PD들도 가고 싶어하는 콘서트를 하는 가수도 많지 않다.
섭외를 하기도 힘들지만 섭외를 하고도 겁이 나는 가수는 거의 드물다.
이런것들이 이승환씨가 힘들지만 가수로도 그리고 드림팩토리 공장장으로도 그냥 잘 버텨주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이유다.
그래야 다음 번에는 '이빨에 김 붙이고 팬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라고 마음 놓고 시킬수 있으니까 말이다.
/<핫라인 스쿨>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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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장터 season1
[이문혁 PD의 별별토크] 가수 이승환의 프로정신-일간스포츠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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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1.1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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