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
메기와 함께 동산에 앉아 놀던 시절을 추억하는
메기의 추억.
나는 오랫동안 궁금했다.
곱씹고 곱씹어도 동산에 메기랑 앉아 있을리가 만무다.
내가 아는 메기는 물고기다.
메기는 매운탕을 끓이는 생선이란 말이다.
민물고기인지 바닷고기인지도 몰랐다.
아무에게도 묻지않았으니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메기 낚시를 하던 시절의 추억일까도 고려해 봤지만
그 뒤 가사는 앞뒤가 맞지 않았다.
물레방아 소리가 들리고
동산수풀은 우거져 장미가 만발하였단다.
이게 메기와 무슨 상관이라는 건지.
나는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채 국민학교를 졸업했고
중학교에 진학해 영어를 배웠다,
영어를 배웠다고 메기의 존재가 명확해진 건 아니었다.
다행이 국어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
파생어, 유래어를 터득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욕의 어원까지 추리해내었다.
열네 살 무렵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알아차렸다.
메기는 물고기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여인 마가렛이었다,
메기가 마가렛의 애칭이란 걸 스스로 알게되었을 때
나는 10년 묵은 쳇기가 내려가는 듯 했다.
어쨌거나 메기는
나의 추억이 되었다.
메기를 사람 이름으로 인식했다면
오랜 답답함은 없었을 거다.
가사를 보면 사람일 수 밖에 없는데 나는 어리석었다.
불행이도 나는 메기라는 물고기를 먼저 알았고
그 물고기 뱃속에 메기를 가두었던 것이다.
#메기의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