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박성현
새가 날아와
곁에 앉았습니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침이면 떠났습니다
어젯밤에는 새의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부리를 열었는데
당신이 웅크려 있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당신을 꺼냈습니다
차고 앙상한 팔과 다리가 쑥쑥 뽑혔습니다
당신이 없는 곳에 벼랑만 가팔랐습니다
당신의 팔과 다리를 들고
벼랑에 올랐습니다 몇 년이고
비와 눈과 바람을 짊어졌습니다
매일매일 새가 날아왔습니다
매일매일 웅크린 당신을 뽑아냈습니다
ㅡ계간 《상상인》(2024,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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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자유'를 상징하는 은유일텐데 곁에 머물다가 떠나고 맙니다
파랑새의 지저귐이었다가 비둘기의 울음이다가 까막까치의 비명입니다
그러다가 깃털이 뽑힐 수 있고, 날개가 꺾일 수도 있습니다
소위 얘기하는 '새 됐다'는 말에서는 나락으로 떨어진 절망과 좌절을 떠올립니다
지난 겨울을 무리지어 이겨낸 철새들이 고향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어쩌면 한두 마리쯤은 타향살이에 마음 부치고 귀향을 포기했을 수도 있겠지요
비와 눈과 바람을 짊어졌더라도 '자유'의 꿈만은 간직하기를 소망합니다^*^
첫댓글 혹여 새는 낮과 밤의 시간차에서 오는 '사이'가 아닐까? 나와 너의 낮과 밤이란 사랑과 우정 사이 같은 관계. 새가 날아와 떠나는 시간이 밤이라면(어젯밤에는 새의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 '눈물이 그렁그렁한', '차고 앙상한 팔다리를 한 '당신은 또 누구일까? 이러고 보니 새는 어쩌면 현대인의 무의식이 아닐까? 그건 아마도 꿈이자 욕망의 리비도가 아닐까? 매일매일을 웅크린 당신? 매일매일 밤이면 새처럼 내게 날아드는 당신? 부리를 열었는데 가파른 벼랑만 오르는 당신? 웅크리다 짊어지다 가파르다와 쑥쑥 뽑히다 꺼내는 당신은 누구의 목소리 입니까?
그럴수 도 있겠지요
다만 어제 이 시를 읽는 제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
늘 국외자의 입장에 서 보려고 애씁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