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讀>한강 땜에 전라도 사람끼리 싸우는 건 첨 봤다
매우 보기 드문 장면을 보았다
나는
실내 탕 외부에 있는 노천탕을 더 좋아한다.
실내 탕보다 더 조용하다.
탕에 몸을 당군 체
주변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길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소한 얘기부터
굵직한 얘기 등
주제도 다양해서 좋다.
주로
최근에 일어난 사건·사고에 관한 것이다.
이번엔 자연스럽게
한강의 노벨문학상 작품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노천탕에 들어왔을 때
이미 서너 명이
탕 속에 둘러앉아
얘길 나누고 있었다.
특히
두 양반이 주고받는 얘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왜냐면 이들은
‘한강’이란 작가의
자질과 인성에 대해서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양반은
60대 후반으로 보였는데
무엇보다도 내 눈에,
아니
내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은
바로
그들의 사투리였다.
전라도였다.
나에겐
매우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경상도 사람들끼리는
상대가
같은 경상도 사람이라도
그가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작
가든 영화배우든 개의치 않고
필요할 땐 비판도 하고
욕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전라도 사람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라도 사람 A, 전라도 사람 B
A:
한국이 드디어 노벨문학상을 탔어요.
그러니
온 국민이 환영하고 축하를 해 줘야지
무슨 심통인지
비난의 소리도 많다고 해요.
난그 말을 듣고
한국 사람들은 못됐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나요?
B:
맞아요.
한국인 거의 절반은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해요.
근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있어요.
한강이 자기 멋대로
역사적 사실을
너무 한쪽으로 몰아붙였다지요.
아무리 소설가라도
특히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땐 신중해야지....
그러니
그걸 문제 삼는 겁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옛날처럼
어느 한쪽이 상대를
마구잡이로 몰아붙인다고 되는
그런 세상이 아니에요.
한쪽은 완전한 천사고
한쪽은 완전한 악마라고 하면
누가 수긍하겠어요.
한림원에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A:
그래도 그렇지.
노벨 평화상에
이젠 문학상까지 받았다면
무조건
축하할 일 아닌가요?
아무래도
지역감정인 것 같아요.
만약에 한강이
전라도 사람이 아니고
경상도 사람이라도 그랬을까요.
아닐 겁니다.
그리고 한강이
역사적 사실을 너무나
좌파적 시각으로만 봤다거나,
가해자인 계엄군을
너무 무자비한 악마로 묘사해
결국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폭력 국가로
낙인을 찍었다고들 비난하는데
그건 아니지요.
소설은 소설일 뿐이란 것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요.
문학이란
원래 허구입니다.
현실 세계와 달라요.
그건 상식이잖아요.
괜한 걸 문제 삼으면 안 되지요.
B:
문제는 한강의 역사 소설이
노벨문학상을 탔다는 겁니다.
다른 작품이라면 모르겠어요.
이젠
한강의 소설이
노벨문학상 작품이란 이름과 권위로
모든 학생에게
필독서로 권장될 가능성이 많은데
결과는
아주 위험하고 생각해요.
그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즉
자기 나라를 저주하고
부정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 생각은 안 해 봤어요?
A:
참 답답하시네요.
소설은 소설이고
문학은 문학이라고 했잖아요.
사실이 아니고 허구라구요.
가짜란 말입니다.
누가 그걸 진짜라고 믿고 읽나요?
아니
만화책을 생각해 보세요.
그냥 재미로 읽고 나면
그것으로 끝나지
그걸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문학이란
다 그런 건데 왜
유난히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탄 소설을
문제 삼는지 모르겠어요.
B:
그건 아니지요.
어떻게
만화책과 비교를 하세요?
문학 작품은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여
독자의
인생관과 국가관과 역사관
그리고 나아가
세계관을 넓히는 작용을 합니다.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5.18 광주 민주화를 소재로 한
작품도 그래요.
특정 지역의 문학은
그들의
문화적 특성을 통해
정체성을 다지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문학 작품은
독자들에게
바람직한 가치관을 제시하고
실천을 유도하는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한강의 작품은
역작용을 일으킬 위험성이 큽니다.
자기 나라인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든
인간의 심성과 실질적 생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작품은
그것이
소설이든 영화든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것이라도
그것은
이미 문학이 아닙니다.
A:
매우 교과서적인 말씀만 하시는데,
혹시
그런 사례가 있었나요?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바보같이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여
자기 인생을 망쳤다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더욱이
자기 나라에 큰 피해를 주었다거나 등등.
B:
그 답변에 앞서 먼저 확인좀 합시다.
영화도
문학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데
동의하시나요?
말하자면
상당수 영화는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삼아
각색된다는 점에서도 그래요.
차이점이라면
소설은 문자를 통해서
그리고
영화는 영상을 통해서 전달될 뿐
문학이란
허구성의 본질은 같습니다.
문제는 그곳에
작가의 세계관과 인생관
그리고
가치관이 녹아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작가의 정신세계를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어요.
A:
동의합니다.
B: 그렇습니다.
소설이든 영화든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에서 나온
문학 작품입니다.
허구성,
즉
비현실적 현상을 가공한 결과물입니다.
제 답변은 바로 그겁니다.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어린이들이나 좋아할 만화 영화
<판도라> 한 편을 보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는 건
언론을 통해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됐나요?
국가 기간 산업인
원전을 폐쇄해버렸습니다.
그로 인한
천문학적 국고 손실을
어떻게 할 겁니까?
누가 책임을 지지요?
세계 제1의 원전 기술을
누가 왜 폐기해버렸지요?
그는
문학은 허구라는 걸 모르는
무식쟁이라서 그랬나요?
아닐 겁니다.
그는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런 양반도
허구투성이의 영화 한 편에 감동하여
국가를
통째로 말아먹을 뻔했는데,
하물며 아직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어린 학생들이라면 오죽하겠어요?
아이들 일생을 망치는 겁니다.
어릴 때
한번 잘 못 주입된 사상과 이념은
평생 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의 정체성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겁니다.
특히
작가의 사상과 이념이
편향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역사 소설은
학생들에게 아주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쩌고저쩌고...
흥미진진한 얘기는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아내가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다.
먼저 일어났다.
암튼 주변 사람들은 왜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지 알 순 없지만, 나
에겐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기에 그랬다.
2024-10-20
bestkorea
댓글
浩然의生覺****
근사한 연극 구경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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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라도라고 모두 좌경은 아니니까 언쟁은 있을 수 있지요 어쨌건 한강이 문제 군요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