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양말 한쪽이 사라져서
그것 없이 걷는 법을 발명했지
너의 이름을 여러 번 신으면
이상하지 나는 하염없이 부풀어 오른다
너 어제도
눈 코 입이 갑자기
흘러내릴까 봐 걱정했니
앉지도 잠들지도 못하다가
새벽 수영을 시작하자고 전화를 걸었니
숨을 오래 멈추는 연습을 하며
너는 한번 죽었다가
수심이 깊어진 레인에서야
파란 숨을 다시금 몰아쉬었어
너와 물결은 일렁이더라
락스 냄새를 풍기면서도
한번 길을 내보려고
우리는 쭈그러든 손가락을 들어
다시 한 번 약속을 해
이번 삶은 302호에서 살아볼 것
거실엔 세계문학 전집을 둘 것
사라진 양말은 어디로 가냐고 네가 물으면
불행이 생의 주제라고 요약하는 대신
소설책의 아무 페이지나 열어젖혀
걸어가는 주인공을 보여주기 위해
두 발이 물에 녹아도 괜찮겠다고 하는
너의 뒤에서 입술을 달싹였어
물안경을 쓰고 깊이 헤엄치지만
이번 삶은 내게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계절이 바뀔 때면
각자의 자전거와 뜨개질 도구를
바꿔 써보자고
아직 네게 묻지 못한 문장들은 머리칼과 높이 묶지
내일은 얼룩 고양이를 기르고
모레는 아홉번빼 삶이 생길 거라고
수면의 차는 너의 흰 발바닥을 보며
물보라의 소리를 빌려 말하지
* 오션 브엉의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김목인 옮김,시공사, 2019)의 제목을 변용했다.
[나의 모험 만화],문학과지성사,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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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물가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 김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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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0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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