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감언해(通鑑諺解) 입문에 앞서/안성환/241024
주관: 사)울산문화아카데미 부설 한문반
옛 어른들은 책을 만권을 읽으면 문리가 트인다고 했다. 문리가 트인다는 말은 도대체 어떤 말인가 한번 풀어 보면... 文(글월 문)자는 학문이나 문화 예술을 뜻하고, 理(다스릴 리)는 이치, 사람의 순행, 도리, 통하다란 뜻을 담고 있다. 종합하면 문리란 사전적 용어로는 ‘글의 뜻을 깨달아 아는 힘’ 또는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힘’을 뜻한다. 즉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은 것을 말한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문리를 트이기 위해 담 너머 소리가 들릴 정도로 지독하게 책을 읽었다고 한다.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을 수양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나간다고 했다.
잠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즐겨 쓰는 한 구절을 인용한다. ‘문심혜두(文心慧竇)’이다. 여기서 ‘문심’은 글자 속에 깃든 뜻과 정신이고, ‘혜두’는 슬기의 구멍이다. 열심히 익히면 어느 순간 구멍이 뻥 뚫린다는 말이다. 이런 것을 문리가 트인다는 뜻일 것이다. 읽은 책이 쌓이면 쌓일수록 머리 안에서는 점진적으로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특히 옛 어른들은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머리 안에서 읽었던 지식이 그 종류에 따라 분류가 되어 지식 간 유사성과 차이점이 파악된다고 한다. 여러 지식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하여 먼 곳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이 머리에 정리된다고 한다.
지구촌에는 수많은 문자가 있다. 문자 속에는 좋은 말들이 많지만, 한문을 고집하는 이유는 한문 문화권의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예전에 어떤 신문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나사의 천문학자들이 중국의 주역을 공부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한문에는 무궁무진한 철학이 함축되어 있다는 뜻이다. 한문을 하다 보면 자신의 지식체계가 단단해지므로 어떤 관점을 바라볼 때도 편향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쉽게 이야기하면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판단과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다고 보면 된다. 이 말은 눈덩이를 생각하면 된다.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처음에는 눈을 손으로 어개어 굴러보면 제대로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부서지고 다시 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 저 절로 굴러 어느새 큰 원형으로 만들어진다. 학문도 이와 무엇이 다를까.
‘통감을 통째로 외워라’ 엄형섭 교수의 말씀이다. 차주부터 통감언해를 덮고 순번 재로 송독한다고 한다. 왜 통째로 외어야 할까? 하면 좋은 점은 어디에 있을까? 답은 정약용의 혜두(慧竇)에 있다. 즉 슬기의 구멍인데 이는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제대로 편입했을 때만이 뚫린다는 뜻일 것이다. 편입되지 못한 지식은 머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만 번은 읽지 못하더라도 통째로 외워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통감’ 속에는 대량의 사고가 들어 있기에 흡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느리게 천천히 매일 조금씩 읽어가면 불가능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통감’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통감’을 통한 일정한 체계를 갖추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이유는 대부분 학문은 한 분야만 통달하면 유사성을 갖고 있기에 새로운 분야의 학습은 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축구 잘하는 사람은 농구, 배구, 탁구를 빨리 습득하듯이. 이번에 통감을 떼고 나면 분명 내 머리는 학습에 유리한 머리로 변해 있을 거라 믿는다.
2024년 10월 25일 ‘通鑑諺解’ 학습에 앞서 안만촌 몇 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