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아침에 일어나니 구름이 끼고 산들바람이 분다. 아침을 들기위해 전날 저녁식사를 한 중앙시장 쪽으로 향하였다. 시장의 규모가 크고 아침부터 부산하다. 메뉴는 아구탕, 널리 알려진 음식점으로 솜씨가 깔끔하다.
오전 8시에 식당을 나서 남강다리를 통과하여 시내중심가를 지나니 시가지가 번화하고 아파트촌이 많다. 진주는 역사가 오랜 도시이면서도 근세에 계획도시로 시가지가 형성되어 교통이 사통팔달하며 미관이 좋다고 이곳이 고향인 강호갑씨가 설명한다. 교육도시로 관내에 여러 대학이 있는 것도 자랑이라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곳 명문인 진주중학교를 졸업한 오랜 친구가 자란 도시인 것이 떠오른다. 진주라 천리길을 내 어이 왔던가'이 노래처럼 먼 곳이 지금은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세 시간 반이 걸리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의 버스가 오가는 가까운 곳이 되었다.
한 시간쯤 걸으니 시내를 벗어나 외곽의 석류공원에 이른다. 깨끗하게 가꾼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가 문산읍 쪽으로 향하였다. 문산읍에 도착하니 10시 45분, 부산밀면이란 음식점에서 밀면을 들었다. 모두들 잘 먹는다. 음식점 바로 뒤에 남문산역이 있다. 근무하는 직원이 없는 간이역이다. 한 때는 붐비던 역들이 이처럼 적막한 곳이 될 줄이야.
11시 40분에 문산을 출발하여 긴 고개를 넘으니 진성면이 나오고 이어서 사봉면으로 접어든다. 도로주변에는 하천준설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걷는 도중 목포-광양 고속도로, 진주- 광양 복선화 공사, 4차선 국도 확장공사 등이 곳곳에서 벌어져 일본인들이 공사가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덕분에 우리가 걷는 길은 교통량이 적어 한적하지만 지나친 건설공사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는 없는지.
사봉면을 지나 일반성면으로 접어든다. 오후 2시 반경, 면소재지의 반성역에서 휴식을 취하며 빵과 음료를 간식으로 들었다. 낮에 면을 들어 영양보충을 한다며 여러 차례 군것질을 하였다. 오후에 걷는 길이 30km 가깝게 멀다. 당초에는 일반성면에서 일박하려 하였는데 숙박장소가 마땅하지 않아 10여km를 더 가게 되었다고 한다.
일반성면을 지나니 이반성면에 들어선다. 지나는 길에 경남수목원이 자리잡고 있다. 전국의 수목원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이곳에 일요일이어인지 찾는 이들로 붐빈다. 갈길이 먼 나그네들은 발길을 멈추지 않고 통과. 길을 걸으면서 보니 지명이 낯선 곳이 많고 이상한 가게이름도 눈에 띤다. 일반성, 이반성면 이름이 생소하고 악발이 식당, 꼴통 음식점은 무슨 심사일까?
경남수목원을 지나 끝없이 이어지는 고갯길을 넘으니 진주시 경계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에 접어든다. 진주시를 향하여 손을 흔들고 내리막길에 들어서니 관광버스 한 대가 멈춰 서 있다. 백두대간의 옆줄기로 뻗은 정맥들을 찾는 등산인들이 이 부근이 산을 오른 후 저녁식사를 지어먹기 위해 멈춘 것이라고 한다. 오면서 길게 뻗은 산줄기를 바라보며 옆에 있는 강호갑씨에게 무슨 산줄기인지 물었다. 금수강산 곳곳에 찾을 곳이 많구나.
멀리 보이는 진전면 양촌마을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숙소에 이르니 오후 6시 10분, 이번 행로 중 가장 늦게 도착한 시간이다. 걸은 길은 39km, 흐린 날씨 덕에 땀을 덜 흘려서 다행이다. 숙소는 양촌마을의 온천을 겸한 모텔, 여장을 풀자마자 피곤을 풀려고 모두들 온천물을 향하여 간다.
저녁식사는 한방오리백숙에 맥주와 동동주를 곁들였다. 강호갑씨가 가져온 매실주도 있고. 재일교포 이혜미자씨가 저녁메뉴를 별미라고 하는지 묻는다. 낮에 먹은 밀면은 별미, 저녁의 한방오리는 특미라고 말할 수 있다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통역을 담당할 만큼 우리말을 잘 해도 깊이 있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날 사촌을 만난 안정일 씨도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못하여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어제 서울에서 내려와 반나절 동안 함께 걸은 이은지 씨는 점심을 먹고 잠시 걷다가 진주로 돌아가 서울로 올라갔는데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서울에 당도하였다며 부산까지 힘차게 걷기를 당부하는 전화를 걸어왔다. 하루종일 걸어서 30 - 40km, 그래도 뚜벅뚜벅 힘차게 걷는 발검음들이 대견하다. 열심히 걸었으니 푹 쉬고 내일 또 잘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