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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03
1. 모란각 외경 (밤)
까르르르--, 웃어 제끼는 기녀들의 웃음소리.
2. 모란각 일실-매실 (밤)
잔뜩 겁에 질려 벽에 딱 붙어 있는 윤희. 도포 고름을 확 움켜쥔 채 쩔쩔 매고 있다.
그 앞에는 섬섬이와 앵앵이 열댓명이 잡아먹을 듯 달려들 기세다.
윤희 : 초초. 초선이를 불러 주시오.
섬섬 : 도련님, 섭섭합니다. 초선 형님만 계집이고 즈이년들은 다 바지 저고리로 보이십니까? (윤희 품에 쓰러지려하면)
윤희 : (고름 움켜쥔 채 옆으로 살짝 피하며) 왜..왜들 이러시오?
앵앵 : 용하 도련님께서 도련님 잘 뫼시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도련님 가슴팍에 입술자국을 내는 년에겐
순금 거북일 주신다구요.
윤희 : (이이런... 옷고름 팍 움켜쥐며) 난 초선이를 만나러 왔소 초선이.
앵앵 : 백날 열흘을 기다려 보십시오. 초선형님이 도련님 차지가 되나.
앵앵과 기녀들 윤희를 와락 끌어안고 저고리를 벗기려든다.
3. 모란각 일실-난실 (밤)
초선이의 저고리를 벗기는 병판의 손. 그 손을 막는 초선.
초선 : 대감- (서늘한 눈빛) 혹 제가 여기 있는 이유를-- (병판 쏘아보며) 잊으신 겝니까?
병판 : (비열한 웃음) 가솔들이 보고 싶지 않으냐? 네년이 금상은 거절해도 나를 거절해선 안 될 것이다.
병판을 바라보는 초선, 싸늘한 미소가 감돈다.
4. 모란각 매실 (밤)
이리저리 피하는 윤희와 기생들의 숨바꼭질은 계속된다.
섬섬 : 도련님, 그만 이년 품으로 오시어요. 제 속곳 한번 보시렵니까? (치마 풀썩 들어 올리고)
윤희 : (달아나는데)
앵앵 : (그 앞을 막아서며 치마 들어 올리는) 이년 속곳도 있습니다.
섬섬과 앵앵과 기녀들 윤희를 답싹 잡아 벽에 밀친다.
윤희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이제 막 도포는 벗겨지고 저고리 고름도 다 풀렸다.
윤희 보면 그 옆에 호롱불. 기생들이 옷을 벗기는데 골몰한 새 후-- 불을 불어 버리고
이내 깜깜해진 틈을 타 기생 하날 밀친 채 문을 향해 몸을 던진다.
5. 모란각 난실 (밤)
속치마 끈을 내리려는 병판, 그때 우당탕탕 문이 넘어지고 우르르 방안으로 쓰러져 들어오는 윤희와 기생들.
병판, 초선 깜짝 놀라고
윤희 기생을 피해 뛰어들다 장식장을 넘어뜨리고 그 장식장이 넘어지면서 다른 일실, 국실의 문도 넘어뜨린다.
국실 안에는 회식을 즐기던 십수명의 사내와 기녀들..
초선과 병판의 사이에 누운 윤희. 윤희 옷은 다 풀어 헤쳐진 난봉꾼이 따로 없다.
윤희와 병판의 눈이 딱 마주친다.
윤희 병판이 알아볼까봐 헉... 얼른 고개를 돌린다. 옷을 수습하며 일어서는 윤희.
병판 : (버럭)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초선 : (참담하다)
병판 : (윤희 살피듯 보며) 아니.. 네 놈은--?
섬섬 : 송구합니다. 대감.. 오늘이 성균관 신방례라--
앵앵 : (윤희 일으키며) 성균관 유생 나리십니다.
병판 : (괘씸한) 성균관 유생?
들키면 큰일인 윤희, 뒤돌아 서 옷을 수습한다.
병판 : (윤희를 주시하며) 네 이놈! 내 당장이라도 대사성을 불러 네놈에게 풍기문란으로 출재령을 내릴 것이다.
윤희 : 소..송구합니다. 대감- 소생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꾸벅 예를 갖추고 재빨리 돌아서 나오려던 윤희.
국실 사내들의 끈적한 시선 앞에 어깨를 드러낸 채 앉아있는 초선.
기녀가 초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채 그저 지나쳐 가려던 윤희.
수치심에 고개를 돌린 초선의 처연한 얼굴이 눈에 띈다.
멈칫, 망설이는 윤희. 막 도포의 고름을 묶던 손, 그러나 돌연 돌아서는 윤희. 입고 있던 도포자락을 벗어 초선을 휙 감싼다.
초선, 뜻 밖이다.
초선 보면 곱상한 얼굴의 사내 윤희다.
윤희는 초선 눈길 피한 채 결심한 듯 병판을 향해 무릎 꿇는다.
의외다 싶은 초선, 병판 저저.. 마뜩찮은 듯 윤희 보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푹 고개 숙이고 조아리는 윤희.
윤희 : 뉘신지 모르오나 초면에 결례가 많습니다. 어르신. 허나 이 아이, 제가 좀 데려가야겠습니다.
병판 : 뭐야!!
초선 : (의외다. 윤희 본다)
윤희 : 성균관 장의란 자가 병판의 아들이라는데 (병판 눙치듯 살피며) 어찌나 제 아비의 권력만 믿고 전횡을 일삼는지..
이 아일 데려오지 않으면 성균관 출재는 물론이거니와 멍석말이를 하겠다 협박을 하지 뭡니까..
병판 : ..흐음. (당황스럽다)
옆방에서 병판을 알아보는 사내들 웅성대고 킥킥 댄다. 난감하다.
윤희 : (병판과 옆방 의식하며) 이러나 저러나 쫓겨날껀 뻔한 이친데-- 멍석말이라도 피해야겠습니다.
몸이라도 보존해야 금상께 신방례의 폐습에 대한 연명상소라도 올릴 것이 아닙니까--
병판 : ..(옆방 사람들에게 무안한데).
초선 : (윤희 보는데)
윤희 : 허면.. 소생은 이만
윤희, 초선을 데리고 일어나 나간다. 얼굴엔 회심의 미소가..
병판 : (분한듯 벌떡 일어서며) 저..저저..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 같으니..
당장이라도 윤희를 따라나설 기센데
국실사내 : 참으세요~!! 병판. 성균관 신방례가 아니랍니까-
다른사내 : 아드님이 장의라는데 그 체면도 생각하셔야지요.
기녀 : 이리 와 술이나 한잔 하시지요. 대감.
국실 사내들과 기녀들 와하하하 웃는다.
병판, 끄응~, 무안하다.
6. 모란각 복도 (밤)
초선을 부축해 나오는 윤희,
앵앵 : (걱정스런) 형님~!!
섬섬 : (살피며) 괜찮수?
초선 : (윤희에게) 초면에... 큰 신세를 진듯 합니다. .. 존함이라도 (하는데)
윤희 : (분한듯) 나쁜 자식!!
초선 : (본다)
윤희 : (혼자 감정에 취해) 저런 파렴치한 인간들이 조정에 앉아 있으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지.
저런 놈들은 죄 쓸어다 한강물에 풍덩~!! (소매 걷어 부치고 주먹질까지 하는데)
하다가 보면 초선과 섬섬 앵앵 .. 다 윤희를 보고 있다..
윤희 : (머쓱해지는) 왜 내 말이 틀렸소?
초선, 그런 윤희가 귀엽고 신선한듯 설핏 웃는다.
섬섬 : (샐쭉해서) 헌데 그렇게 오매불망 찾던 초선 형님과 만나셨는데.. 여기서 밤을 다 보내실 생각입니까?
윤희 : (놀란) 에에? 초..초선이?
윤희 믿어지지 않는 듯 초선 보고, 초선도 그런 윤희를 바라본다.
7. 모란각 앞 (밤)
불쾌한 듯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나오는 병판. 기녀들의 배웅도 무시한 채 사인교로 오른다.
병판 : (곰곰이 생각하듯) 분명 낯이 익은 놈인데.. 어디서 봤더라?
분한 듯한 병판의 얼굴 위로.
선준E : 병판이 지키는 화중군자라.
8. 북촌 거리 일각 (밤)
밀지를 보며 북촌의 거리를 헤매는 선준..
선준 : 화중군자는... 연꽃이오, 그 중 가장 만개한 부용화를 꺾어라--? 부용화도 분명 연꽃을 이르는 말인데.. 연꽃 중에 연꽃!!
선준의 허리춤을 꽉 끌어안는 억센 손. 선준 놀라 돌아보면.
순돌 : 되련님~!!
선준 : 어..어쩐 일이냐--?
순돌 : (밀지를 지가 뺏어보며,, 혀 찬다. 답답한 듯) 내 이럴 줄 알고 되련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라.
이렇게 답답하게 굴다가 신방례에서 똑!! 떨어져 보시오. 나가 얼굴을 들고 다니겄소?
선준 : 흰소리할 시간이 없다질 않았느냐.
순돌 : 공맹의 도는 되련님이 깨쳤는지 몰라도 뭣이냐.. 음양의 이치는 이 순돌이가 꽉 잡고 있당께요~!!
선준 : (본다)
순돌 : 시방 때가 어느 땐디 연꽃이 펴라..그리고 병판댁은 연못이 없소!!
선준 : (그런가--)
순돌 : 그라고 연꽃이.. 만개혔다.. 이 말인즉슨... 혼기 꽉 찬 과년한 딸년이 있다는 건디...
흐미.. 사내가 꽃을 꺾는 다는 게 무슨 뜻이겄소.
선준 : (생각하는 표정인데)
9. 병판 집/마당 (밤)
이마가 매끈한 댕기머리의 효은, 버럭 화를 내고 있다.
효은 : 무엄하다. 규중 아녀자를 농락하고도 네 어찌 공맹의 도를 깨친 사대부라 하리요.
(싱긋 웃으며) 이렇게만 하면 된다는 말씀이시지요?
임병춘 : (홀린 듯 보고 있다가.. 침 쓰윽 닦고 박수친다) 타고 나셨습니다~~ 연희판의 어떤 사당보다도 연기가 뛰어나 (하는데)
효은 : (당황하는) 어머나.. (슬픈 눈으로) 사당이요?
임병춘 : (얼른 제 입을 찰싹 때리며) 지체 높은 아가씨를 천것에 비하다니..
효은 : (그런 병춘의 손을 잡고 말리듯 눈으로 깜박깜박) 오라버니께서 참 재밌는 벗을 두셨습니다.
임병춘 : 버어엇-? (껄껄껄 뻑이 간다)
설고봉 : (달려와) 온다. 온다구. 이선준이 온다구~!!
고봉의 호들갑에 아랑곳없이 넋을 잃은 듯 바라보는 병춘.
어느 새 그 마루 위 한 폭의 그림처럼 앉아서 수를 놓고 있는 효은.
선준E : 병판의 여식일리 없다.
10. 병판 집 담벼락 밖 (밤)
선준과 순돌이 여전히 의견일치를 못보고.
순돌 : 병판의 딸내미 맞당께라..
선준 : 하인수, 그 자가 제 여동생과 연을 맺게 할 리가 없어. 이는 필시 내가 풀지 못한 뭔가가 있다.
담벼락 앞에 척 엎드리는 순돌. 밟고 담을 넘으라는 뜻.
선준 : 무슨 짓이냐.
순돌 : 이리 오너라하면..되련님이면 오겄쏘? 이 밤중에?
선준 : (말도 안된다..) 군자의 길이 아니다.
순돌 : 아따 날 새겄소~!!
선준 생각하는 얼굴이 되는데 그 위로.
효은E : 이 인간은 왜 안와!! 삼경이 코앞인데.
11. 병판 집/뒷채 (밤)
댓돌 위에 신발은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마루로 올라서는 효은.
버선도 한쪽씩 벗고 전과는 달리 요조숙녀는 간데없고 왈가닥이다.
효은 :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건지 오기만 해봐라, 지가 좌상댁 아들이면 다야? 아주 혼꾸녕을 내줄테니까.
버들이 : (쩔쩔매며) 그래도 애기씨, 저 밖에 도련님들 기다리시는데....
효은 : (매몰차게) 걔들은 벌 좀 서라구 해!!
버들이 : 예에?
12. 효은 방 (밤)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효은, 여기저기 벗어던진 저고리며 버선발 노리개 머리꽂이 슥슥 발로 밀고 들어오고
따라오는 버들이 종종 거리며 하나 둘 치운다.
효은은 갑갑한 듯 치마저고릴 훌떡훌떡 벗어던지기에 바쁘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속바지에 속적삼 차림의 효은, 방바닥에 높다랗게 쌓아놓은 패설책 하나를 집고
효은 : 사내들이라곤 죄 하나 같이 억울하게 생긴 인간들뿐인지.. 얘기책에 나오는 이런 인간들은 다 어디서 자빠져 자고 있는 거야?
상 위에 놓은 약과 하나 입에 물곤 보료 위로 뒹군다.
발가락으로 버들이의 엉덩이를 쿡쿡 찌른다.
효은 : (책만 보며) 가서 일각만 쉬다 나간다구 해..
버들이 : 애기씨.. (눈치 보며) 큰 도련님이 꼭 마루에 좌정해 계시라구--
효은 : (앙탈) 빨리~!!.. 그치들이 날 찾으러 오게 만들지 말구.. 어서!! 안 그럼 내가 이 꼴로 확 나가 버린다!!
13. 병판 집/후원 (밤)
선준 겸연쩍은 듯 주위를 살피며 후원으로 들어섰다.
각목과 멍석을 들고 선준을 기다리고 있는 병춘과 고봉, 유생들.
선준과 맞닥뜨리려는 일촉즉발의 상황.
그때 손짓하는 버들이. 그쪽으로 향하는 병춘과 고봉.
그 자리로 선준, 밀지 들고 들어선다.
14. 효은 방 앞 (밤)
밀지를 들고 여전히 찾고 있는 선준.
선준 : 부용화.. 부용화라..
하다가 시선이 멎는 곳.. 부용(芙蓉)이라는 당호가 보인다.
15. 효은 방 (밤)
효은이 읽는 책에 방문 앞 그림자가 어릿하자 버들이라 여긴 효은, 방문을 확 연다.
효은 : 버들이 너! 빨리 안 가고 뭐하는 게야.
그러나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버들이가 아닌 선준.
선준도 효은의 등장에 깜짝 놀란다.
얼굴을 마주한 두 청춘 남녀. 오가는 눈빛.
빠르게 문을 닫는 선준, 당황스러운데 다시 문이 열린다.
선준, 뭐라 기척을 내려하자 효은, 검지를 선준 입에 대며 쉿!! 효은의 눈빛이 반짝 거린다.
16. 명륜당 마당 (저녁)
선배유생들은 연회상에서 술과 음식을 먹고 있고 (2회 67씬 연결) 주안상 앞에 마주 앉은 하인수와 용하.
술잔에 술을 따르는 용하.
용하 : 초선이 때문이라면.. 너무 걱정 마시게.
하인수 : (어이없다는 듯) 내가 초선이 그 아일일 걱정한다--? (피식 웃는데)
용하 : 내내 1각이 지날 때마다 김윤식 소식을 물어대고 있쟎아. 모란각에서 행여 소식이 올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자네 모습!!
정인을 질투하는 사내 얼굴이거든~!
하인수 : (여유로운) 초선이 그 아이. 제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서야 (피식) 사내가 목숨을 내놓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독한 계집이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지.
용하 : 암~!! 그래서 내가 김윤식을 초선이에게 보낸 게 아닌가?
하인수 : (보면)
용하 : 신방례 벌칙!! 김윤식 그 녀석.. 오늘 밤..녀석의 웃통을 확실하게 벗겨 보고 싶었거든~!!
상상만으로도 즐거운지 싱긋이 웃는 용하.
17. 모란각/초선 침소 (밤)
주안상을 마주하고 앉은 윤희와 곱게 단장한 초선이.
윤희, 화려한 기녀의 방은 처음인지라 신기한 듯 둘러본다.
가야금, 검무에 쓸 검등 보이고 한켠에는 詩書畵에 쓰이는 붓, 벼루 등도 보인다.
초선 : 자, 이제 말씀해 보시지요. 이년이 뭘 도와 드려야할지..
윤희 : 아... 그것이.. 사실은.. (미안하고 조심스러워 차마 말하지 못하는데)
초선 : 제 비단 속곳에 정을 담아 오라... (윤희 보며) 아닙니까?
윤희 : (기어 들어가는 .. 목소리 인정하기.. 부끄러운) 맞소..
초선 : 허면 제게.. 청을 하시는 일이 남았군요.
초선, 그런 윤희를 향해 유혹하듯 다가앉고 윤희는 초선이를 피해 주춤주춤 물러서 간다,
그런 윤희가 귀여운 듯 초선 미소 지으며 윤희 얼굴 가까이 다가온다.
윤희 미치겠다.
그러나 초선, 고혹적으로 내민 입술론 입김을 후우-- 불어 윤희 얼굴과 눈썹, 입술에 묻은 분가루를 털어 내준다.
더는 안 되겠다는 듯 벌떡 일어나는 윤희. 초선 보면.
윤희 : (결심한듯) 오늘은... 이만 돌아가야겠소..
초선 : (의아한 듯 보면) 혹.. 제가 도련님께 무슨 잘못이라도..
윤희 : 그대의 잘못이 아니오. (부끄럽지만.. 인정한다) 나도.. 병판 그자와 별 다를 것이 없소. 자네의 하룻밤을 구걸하러 온 처지..
무엇이 다르겠소. 오늘은 이대로 돌아가겠소.. 결례를 범했다면 용서하시오.
윤희 일어나 나선다, 그 뒷모습을 보는 초선... 윤희가 의외다.
초선 : 제 속곳이 없다면 신방례를 통과 하지 못하실텐데.. (떠보듯) 괜찮으십니까.
윤희 : 그렇다 해도 그건 내 몫이오, 나를 위해 여인을 부끄럽게 하는건.. .. 사내 답지 못하니까...(여인인 윤희가 느끼는 진심이다)
윤희 문 나서려는데.. 초선... 살풋 미소 짓는다.
초선 : 정은 제게 맡겨 두신 걸로 하지요. 도련님께선-- 속곳만 가져가십시오.
윤희, 놀란 듯 초선 돌아본다.
초선 문갑에서 속곳 하나를 꺼내 그 앞에 내 놓는다.
윤희 그런 상황이 뜻 밖이다.
초선 : 마음을 둔 사내에게 이년이 정표로 드리는 것입니다.
윤희, 초선 보다가 바닥 한켠에 속곳을 쫙 펼친다.
초선 보면 윤희, 그 옆에 놓여 있는 벼루 위 붓을 들어 쓱쓱쓱 난초를 그리기 시작한다.
윤희 : 이는 여인의 부끄러운 속곳이 아니오.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겠소.
초선 : (흐뭇한 듯 보다가) 허면 이년은 화답시를 지어야겠지요?
서서히 환해지는 윤희.
18. 병판 집 일각 (밤)
바지춤을 올리며 오는 병춘. 그 앞에 서 있는 버들이.
임병춘 : 근데 이선준 이 자식은 어디서 놀구 있는 거야.. 고봉이 너, 확실해? 분명 이선준이었어?
설고봉 : 그럼 달댕이처럼 동네가 다 환해지는 그런 인물이 어디 흔해?
임병춘 : 근데 왜 안 와? 주구장창 이 자리만 지키고 (하다가 생각났다) 이러언~!! 젠장.
효은 방 쪽으로 달려가는 병춘, 고봉 영문도 모르지만 달려가기 시작한다.
버들이도 따라 달려 가고.
19. 효은 방 앞마루 (밤)
문을 빗겨선 선준, 효은에게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한다.
선준 : 초면에 결례가 많았습니다. 허면 이만 (하고 나서는데)
가려는 선준. 그 앞을 막아서는 효은, 선준 의아한데.
효은 : 이대로 보내 드릴 순 없습니다.
20. 효은 방 앞 일각 (밤)
달려오는 임병춘 설고봉 그리고 버들이와 왈짜패들.
효은 방 앞에 선다. 방문으로 비치는 갓 쓴 사내와 여인 두 사람의 실루엣...
선준이라 생각한 임병춘, 눈에 불꽃이 튄다.
임병춘 : (울컥) 저 새끼가!!.. 애기씨~~ 이 병춘이가 갑니다아~!!
후다탁 마루 위로 뛰어 올라가는 임병춘. 멀뚱멀뚱 보는 설고봉.
21. 효은 방 앞 마루 (밤)
임병춘, 각목든 손은 하늘 높이 치켜 든 채-- 드르륵 한 발론 문을 열어 버린다.
따라 와 임병춘 뒤에 서는 설고봉, 역시 각목을 치켜들었다 헉..
놀란 눈으로 문에서 주춤 물러서는 임병춘. 으허헉.. 놀라는 설고봉.
그 두 사람을 제치고 들어서는 버들이.
버들이 : 애기씨!!
22. 효은 방 (밤)
속적삼과 속바지 차림의 효은이 화들짝 놀라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 올린다.
놀란 듯 동그레진 눈으로 병춘을 향해 패설 책이며 내던지는 효은.
효은 : 이게 뭐하는 짓이랍니까??
임병춘 : 그게.. 혹 이쪽으로--
효은 : (베개 힘껏 던지며) 좋은 분인줄 알았는데.... 정말 실망입니다.
임병춘 : (얼굴에 맞았다. 사색이 되며, 한 손으로 얼굴 잡는) 오해십니다..
효은 : 버들이 넌 뭐 하는거야?
버들이 기겁하며 얼른 방문을 닫아준다.
23. 효은 방 앞 (밤)
버들이 : 아니 왜 애기씨 방 방문을 여셨답니까? 무슨 봉변을 당하시려구우!!
임병춘 : (울상..한손으로 얼굴 잡은 채) 아니 난 분명.. 그 자식이 방에.. (억울하고 기막힌) 거~ 참... 내가 봤단 말일세..
설고봉 : (유들거리며) 봤겠지. 애기씨.. 속살을--?
임병춘 : (억울해.. 가슴 팡팡 치며) 분명 사내 그림자를 봤다구우!!
버들이 : 사내요?
24. 효은 방 (밤)
효은, 치마저고리를 갈아입다가.. 그 소리에
효은 : (들리라고 더 크게) 오늘 일은 오라버니께 다아 말씀 드리겠습니다.
25. 효은 방 앞 (밤)
사색이 되는 임병춘. 얼른 태도 바꾸며
임병춘 : 애기씨. 그럼 즈인 장의께서 명하신대로-- 다시 나가 보겠습니다.
설고봉 : 전.. 애기씨 속살은 하나도 못봤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임병춘, 설고봉 휙 째려본다. 빨리들 가라고 손짓하는 버들이.
26. 효은 방 (밤)
병풍 뒤로 조심스레 가는 효은, 병풍 밖으로 살짝 나오려던 선준. 둘이 탁 마주친다.
선준... 머쓱하고 효은은 수줍다.
병풍을 밀어주는 효은, 선준은 효은을 채 돌아보지도 못하고---
효은/선준 : (동시에) 무례를 용서--
돌아보는 두 사람. 선준도 효은도 어색하고 수줍은 청춘남녀.
효은 :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도련님. 도련님께 어울리지 않는 봉변을 겪게 해 드렸습니다.
선준 : --
효은 : 허나 집에 오신 손님을 무도한 저들 손에 내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차림새는 예가 아니었으나...
마음만큼은 예를 다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선준 : --
효은 : 오늘의 저는 잊어 주십시오. 저 또한 오늘의 도련님 모습은--- 기억에 담지 않겠습니다.
선준, 천천히 효은을 돌아본다. 어질고 현숙한 여인으로 보인다.
27. 병판 집/마당 어느 일각 (밤)
얼얼한 뺨을 부여잡고 나오는 임병춘.
넋을 잃은 듯 제 정신이 아닌 듯 보이는 임병춘, 설고봉, 그런 임병춘이 안쓰럽다.
설고봉 임병춘의 뺨을 어루만지는데 그 손을 잡는 턱 임병춘
임병춘 : 이 자식이 어딜 함부로 만져.. 세수도 안 할 생각인데.
설고봉 손을 다시 제 얼굴에 문지르는 임병춘.
임병춘 : (황홀) 내 여자의 베개가 닿았던 얼굴을..(꼬놔보며) 아깝게시리.
28. 병판 집/후원 일각 (밤)
효은이 선준을 데리고 임병춘과 집사가 이끄는 사병들의 눈을 피해 퇴로를 열어 주고 있다.
효은 : 도성 제일 가는 왈짜패들입니다. 병조의 관원 보다 더 뛰어나지요. 초행길인 도련님 보다는 그래도 제가 나을 것입니다.
선준 : .. 초면에 결례가 많았습니다. 허나... 전--
효은 : --
선준 : 고마웠던 오늘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후원, 어둠 속, 선준의 그 말에 효은은 그만 발을 헛딛고 선준, 그런 효은의 허리를 받아 안는다.
얼굴과 얼굴이 맞닿을 듯 가까운 선준과 효은.
당황하는 선준, 볼이 발그레 해지는 효은.
수줍은 듯 얼른 효은을 놓아주는 선준.
효은 : (꿈꾸듯) 있군요.. 이런 일이... 이야기책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29. 북촌 어느 일각 (밤)
사인교 팔걸이에서 까딱까딱이는 병판의 손.
병판 : 그 녀석, 아무래도 낯이 익어.. (불현듯) 모란각으로 가자. 내 그 놈을 족쳐야지.. 이대론 도저히 안되겠다.
사인교를 돌려 세우는 인부들.. 거만하게 앉아 있는 병판.
인부 : 대감.. 저기 좀 보십시오.
병판 : 아..아니 저 저건..
병판 앞에 보면 허공에서 난분분 날리기 시작하는 벽서들.
30. 북촌 거리 일각 (밤)
어둠 속을 가르며 달려가는 검은 복면과 검은 복색의 홍벽서. 등에는 긴 활도 메고 몸은 바람처럼 빠르다.
빠르게 담벼락과 지붕위로 나르며 달려가는 홍벽서.
어느 솟을 대문 위에 선 홍벽서, 하늘을 향해 연달아 활을 쏘아 올리면
화살 끝에 불꽃이 붙은 꽃살이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타들어가고 화살 끝에 달려 있는 주머니가 툭 터지면서
붉은 종이에 검은 글씨의 대자보가 나부끼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행인들 하나둘 벽서를 주워 읽기 시작한다.
가게 문 닫던 황가, 화들짝 놀라 벽서를 주워 들고 읽기 시작한다.
속곳을 들고 달려가던 윤희, 벽서 한 장을 줍는다.
잡아라!!! 관군들 소리친다.
사라지는 홍벽서.
31. 북촌 길 일각 (밤)
병판의 집 대문을 바라보며 맞은편 지붕에 선 홍벽서. 벽서를 꽂은 화살을 겨누는 홍벽서.
그때 막 도착하는 병판, 탕 쏘는 홍벽서. 화살 날아가 병판의 귀 뒤 대문에 탕!! 꽂힌다.
납작 엎드리는 병판...분한 듯 벌떡 일어나
병판 : 저..저런 발칙한... 당장 저놈을 잡아 들여라.. 어서!!
32. 북촌/대로변 (밤)
홍벽서 도성의 기와와 담장을 마치 야마카시를 하듯 타 넘고 도주하고 있다.
관군들 창과 활을 들고 그 뒤를 따른다.
관군, 활을 겨누고 홍벽서를 스쳐가는 화살. 용케 잘 피하는 홍벽서.
33. 반촌 근처/상점가 (밤)
초선의 속곳을 가슴팍에 넣고 벽서를 읽기 시작하는 윤희.
윤희 : 금등지사--?
그때 담장 위에서 뛰어 내려 윤희 앞에 떨어지는 홍벽서.
소스라치게 놀라는 윤희, 손에서 떨어지는 벽서종이.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히는 찰나!! 그 순간 우르르 달려오는 관군들의 발소리..
홍벽서, 장승처럼 서 있는 윤희 위로 스치듯 지나 사라진다.
넋이 나간 듯 놀란 윤희 앞으로 관군들이 다급하게 달려온다.
관군 : 수상한 자를 보지 못했나?
윤희 : (머뭇하다) ..보지 못했소.
관군들, 갸웃하면서도 반대쪽으로 달려 나간다.
윤희, 천천히 위를 올려다보면 머리 위 천장에 붙어 있는 홍벽서.
그때 윤희, 앞으로 툭 뛰어 내리는 홍벽서. 윤희에게 고맙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곤 휘리릭 담장 위로 사라져 간다.
윤희 멍하니 그 뒷모습만 본다.
34. 반촌 입구 (밤)
달려가는 홍벽서, 그때 길을 돌아 나오던 관군들 홍벽서를 봤다.
관군 : 놈이 저기 있다. 저놈 잡아라.
홍벽서 사력을 질주해 가다가 반수교 다리 위를 넘어 선다.
관군, 홍벽서를 쫓아 그 앞으로 다가오는 찰나 그 앞에 쳐지는 나무 바리케이드.
성균관 서리 복색을 한 사내들 일렬로 그 앞에 나와 선다.
서리 : 여기는 성균관이 있는 반촌이오. 관군은 결코 발을 들일 수 없소!!
한쪽 건물 뒤에 숨을 고르고 있는 홍벽서.. 슬며시 미소 짓는 그 입매. 그 위로
병판E : 그놈을 놓쳤단 말이냐!!
35. 병판 집/마당 (밤)
관군들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는 병판.
병판 : 관군 수십명이 그 놈 한명을 못 잡는다는게 이게.. 이게 무슨 개망신이냐?
관군 : 그 그것이.. 그 자가 바로 반촌으로 넘어드는 바람에~~
병판 : (휙 돌아보며 의외다) 반촌--?
36. 궁궐 규장각 (밤)
서책들이 칸칸이 꽂혀 있고 창가 앞에 놓여 있는 큰 책상.
궐련에 연초를 마는 정조. 그 옆에 상선과 채제공.
정조 : (혼잣말) 반촌1)이라면 홍벽서가 성균관과 관련이 있는 자란 말인가.
채제공 :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정조 : (보면)
채제공 : 반촌은 관군들이 함부로 통제할 수 없는 치외법권 지역입니다. 어쩌면 홍벽서는 관군들을 피해
정조 : (끄덕이며) 그저 은신처로 삼았을 수도 있겠군요.
채제공 : --
정조 : (복잡한 웃음) 점점 일이 재미있어 집니다. 영상. (홍벽서를 펴 보며) 금등지사를 찾는 홍벽서라~!!
궐련을 입에 무는 정조...
이정무E : (버럭) 금등지사라니!!
37. 병판 집무실 (밤)
군기와 창검들이 걸려 있는 병판 집무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는 이정무.
이정무 : 대체 일을 어찌 처리한 겐가. 이제 와.. 금등지사라니.
병판 : 금등지사는 없소이다!! 그는 대감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정무 : 홍벽서를 잡게. 금상이 나서기 전에 반드시!! 우리 쪽에서 먼저 홍벽서를 손에 넣어야 하네.
이 일이 잘못되는 날엔.. 우리 노론.. 백년 역사가 수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38. 반촌 거리 일각 (밤)
여전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듯 후들거리는 다리로 주위를 살피며 한발 한발 걸어가는 윤희.
그때다. 홍벽서가 사라졌던 그 길에서 쓱- 나오는 검은 물체.
사색이 되는 윤희, 스르르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는데 그림자, 선준이다.
털썩 엉덩방아 찧는 윤희.
윤희 : (놀라 하마터면 계집애처럼 소릴 지를 뻔 하지만) ..허.허.. 헉
선준 : (의아한 듯 보다가)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오.
윤희 : (가슴을 잡고 진정하고 쏘아보며) 내 눈엔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오!!
선준, 윤희에게 일어나라는 듯 손을 내민다.
그 손을 보는 윤희. 차마 사내의 손을 덥석 잡을 수 없어 망설이는데.
선준 : (윤희 보다가 대수롭지 않게) 삼경이 코앞인데 그렇게 여유자적인걸 보면 제 발로 걸어 나갈 생각인가보군.
윤희 선준 손 잡는다. 일으켜 세워 주는 선준.
괜히 머쓱해진 윤희.
윤희 : 부.북촌에 다녀오는 길인가 보오.. 밀명을 풀긴 .. 푼 모양입니다..
선준 : (그저 앞서 걸으며) 서두르시오. 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그 애지중지 구해온 밀명도--- 아무 소용이 없을테니..
윤희 보면 제 가슴팍에 비죽이 나와 있는 초선의 속곳.
소중한듯.. 손으로 탁탁 두드리고 선준의 뒤를 따라 종종 걸음을 걸어가는 윤희.
용하E : 신래들은 모두 명을 수행했는가-?
39. 명륜당 마당 (밤)
단상, 유생들에게 청금단령을 내리는 착복식을 하고 있는 하인수.
그 앞에 일렬로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선준, 윤희, 신진유생들.
용하 앞에 사발에 담긴 우물물을 들어 바치는 우탁.
우탁 : 새 귀신, 김우탁 어정수를 구해오라 명받았기에 선진께 바치옵니다.
용하 : 정말 임금께서 드시는 물을 구해온게냐? 이 밤 중에? 궁에서?
우탁 : (씩 웃으며) 뒷산에서 구했습니다. 석채때 전하께 진상하는 물, 아닙니까? 이것이 어정수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용하 : 장하다. 기지를 발휘한 너를 성균관 유생에 명한다.
하인수 : (우탁에게 청금단령을 내린다)
용하 : 다음,
윤희 : 신래 김윤식---- (하다가 말 대신 속곳을 올린다)
하인수 : (뜻 밖이다. 본다)
용하 : (믿기지 않는) 이..이것이... 초선이의 속곳인가.
용하, 초선의 속곳을 뒤적인다.
굳어지는 하인수.. 병춘과 설고봉과 유생들 믿을 수 없다는 듯 웅성댄다.
용하 : (모란이 수놓아진 초선의 징표) 모란 다섯 개. 초선이 것이 맞네!!!
임병춘 : (초선의 속곳을 휙 빼앗는데... 시문이 보인다) (시문 읽기 시작한다) 뉘라서 짧은 밤이 긴 밤보다 부족하다 하리까
황홀했던 오늘의 짧은 밤. 기나긴 어느 밤과도 바꾸지 않으리.
하인수 : (굳은 표정이다) 다시 묻겠다. 김윤식. (윤희 응시하며) 진정이냐. 초선이를 만나-- 초선이가 네게 직접 ...준것이냐.
윤희 : (하인수 마음도 모른 채, 활기에 찬) 그렇습니다. 장의!!
용하 : (윤희 보며 너털웃음을 짓는) 오늘 궐희의 최고상은.. 더 볼 것도 없으이..
(하인수 살피며) 난공불락 초선이와 만리장성을 쌓은 이 녀석이 아니면 누굴 주겠는가..그렇지 않은가?
선배유생들 : (박수 치며 환호) 옳소..
하인수 : (웃는 얼굴.. 그러나 주먹을 ..꽉 쥔다)
용하 : 김윤식을 성균관 유생으로 명한다.
하인수, 윤희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윤희에게 청금단령을 내린다.
받는 윤희, 이렇게 성균관 유생이 되는구나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 찬찬히 청금단령을 쓸어보는 손길.
용하 : 다음!!
선준 : 신래 이선준...
하인수 : ---
병춘/고봉 : (선준.. 주시한다)
선준 : 밀명을... 풀지 못했습니다.
윤희 : ???
용하 : 풀지 못한 것인가...수행치 않은 것인가. 화중군자가 연꽃을 가르킴을 모르지는 않을 터. 북촌, 병판대감댁에도 가지 않았나.
선준 : 그렇..습니다.
임병춘 : (고봉 머리통 때리며) 봤다며!! 이선준이었다면서!!
설고봉 : (눈을 부비적 대며) ... 도깨비한테 홀렸나?
윤희 : (선준에게 작게) 분명 북촌에서 오는 길이었쟎소?
선준 : --
용하 : (그런 선준과 윤희를 놓치지 않는다)
하인수 : (선준 쏘아보며) 어떤 벌칙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40. 반수교 (밤)
열 살 정도 돼 보이는 천동, 복동 외 재직 아이들. 한 줄로 주욱 서서 반천 아래로 오줌발을 날리고 있다.
유생들 휘파람을 불고... 박수치고 난리다.
윤희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면 선준 굳은 얼굴이다.
하인수 : (비웃듯) 금상이 인정한 이선준이.. 오줌발 세례를 받는다-? 그 대단한 자존심으로 어디 한번 즐겨 보시게--
(시작하란 듯 눈짓)
강무 : 얘들아~!!
유생들 : (씩 웃으며 선준에게 다가선다)
윤희 : (걱정스런 눈길로 선준 보면)
선준 : (담대하다)
대사성E : 이 망할 놈의 자식 같으니라구!!
41. 반수교 아래 어느 일각 (밤)
대사성, 고장복과 함께 반수교 아래서 애 닳아 하고 있다.
죽부인처럼 생긴, 긴 줄로 이어진 구명용품을 던지려는-- 대사성.
고장복 : 누구.. 말씀이십니까요?
대사성 : 누구긴 누구야.. 이선준이지. 귀하게 큰 놈들은 이래서 안돼. 그거 하나 지손으로 해결을 못해서
이 늙은이를 달밤에 체조를 시키나.. 응?
42. 반수교 (밤)
강무 손을 들어 올리며
강무 : 시작해라!!
유생들, 피식피식 웃으며 선준을 향해 다가선다. 곧 선준을 잡아 던질 기세..
선준은 각오한듯 한 표정으로 갓끈을 막 푸는데 윤희, 긴장한듯 선준 바라본다.
43. 반수교 아래 (밤)
다리 위를 보면서 있는 힘껏 구명용품을 휘리릭 던지려는 대사성.
대사성 : (구명용품 탕탕 두드리며) 니가 구하는 건.. 저 융통성 없는 이선준이 아니라 이 최신묵이다..
그러니 잘 해야 한다... 있는 힘껏..
던지려는 그 순간에!!
윤희E : 잠깐!!
발이 삐끗 하는 대사성. 반수에 풍덩!! 빠져 버리는 대사성.
44. 반수교 (밤)
손을 번쩍 들고 나서는 윤희.
하인수 용하 선준의 시선이 모두 윤희를 집중해 있다.
윤희 : (손을 번쩍 들며) 소원!! 들어 주십시오..
하인수 : (보면)
윤희 : 신방례 장원에겐 그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성균관의 전통이다 하셨습니다.
용하 : --
윤희 : 제 소원을.. 상유 이선준을 위해 쓰겠습니다.
선준 : --?
윤희 : 상유 이선준에게.. 오늘 일의 그 어떠한 책임도 묻지 말아 주십시오.
하인수 : (의아한) 신방례 장원의 소원을 이선준에게 쓰겠다? 나에게 관직 천거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나?
윤희 : 네..에? (마치 알았던 것처럼) 네..에..
하인수 : 니가 소원이라 한다면-- 내 너에게 관직도 내릴 수 있다.
윤희 : --
하인수 : 그래도... 이선준을 위해 소원을 쓸텐가.
윤희 : (보다가..) 그리..하겠습니다.
선준 : ---
윤희를 쏘아보던 하인수, 그만 두라는 듯 손을 내린다.
선준 윤희를 바라본다.
윤희, 선준의 시선을 피해 딴청이다.
45. 성균관 일각 (밤)
앞서 걷는 윤희에게 다가와 어깨를 돌려 세우는 선준.
윤희 : (선수 치듯) 고맙다는 말이면 필요 없소.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선준 흉내 내듯) 내 원칙을 지키고자 했을 뿐이오.
빚지고는 못사는 성미라서 말이오.
선준 : (못마땅한 듯 보며) 차라리 나서지 않는 편이 좋았소!! 무리한 신방례는 다음부터 바로 잡는 것이 좋다할 생각이었으니까.
윤희 : (어처구니없는데)
선준 : (윤희 똑바로 보며) 나 역시 빚지고는 못 사는 성미오.
윤희 : (보면)
선준 : 소원이 있거든- 언제든 말하시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소. (겸연쩍은 듯 ...간다)
윤희 : (기막혀, 어이없다) 뭐.. 그러시던가.
46. 성균관 다른 일각 (밤)
걸어가는 선준 앞에 벽에 기대서 선 용하가.. 몸을 일으킨다.
용하 : 그래서였나? 이렇게 쓸데없고 무모한 신방례 규칙 같은 건 지킬 필요가 없다. 그래서.. 병판 대감 댁엘 다녀오고도
가지 않았다 한겐가.
선준 : --
용하 : 차라리.. 오줌물에 빠질망정.. 너희들의 이 유치한 놀음엔 놀아나지 않겠다? 뭐 그런 자존심 아니면 오기? 아니면 반항?
선준 : (본다)
용하 : (싸늘하고 진지한) 너 같은 놈들 때문이다. 이 신방례. 너처럼 귀한 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그 누구에게도 고개 숙여 본 적 없는 뻣뻣하기 그지없는 녀석들..
선준 : (본다)
용하 : 그런 놈들 기 좀 꺾어 놀 요량으로 생긴 거거든...
선준 : (보면)
용하 : 왜냐.. 여긴.. 성균관이니까. 애비가 누구든 집이 몇 칸이든.. 여기선 다 똑같이 신출내기일 뿐이다.
콧바람 그만 내뿜고 잘난 척 그만 거들먹대라는.. 선진들의 하해와 같은 가르침이야.
선준 : --
용하 : (그제야 싱긋 웃으며) 그러니.. 너무 고깝게 생각지 말라구. (선준 어깨 툭툭 치며 가려는 용하)
선준 : 허면 선진께선... 신방례를 거치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용하 : (보면)
선준 : 유생들 그 누구도 선진처럼 화려한 복색으로 다니는 이가 없거늘 유독 비단 옷차림으로
부친의 재력을 과시하고 계시질 않습니까--
용하 : (그건.. 그렇다, 여유롭게, 인정한다) 똑똑해. 똑똑해.. 역시 금상께서 사람 보실 줄 안다니까..
선준 : 부용화,-- 정숙한 여인이었습니다. 사내들 앞에 한낱 우스개로 만드는 것은 예가 아니라 여겼습니다.
선진들이 우스워서가 아니니 노여워 마십시오.
용하 : (선준 보다가 싱긋 웃는다) 입학을 축하한다. 이선준.
마주 선 선준과 용하.
47. 청재 마당 (밤)
피곤한 듯 하품을 하며 방으로 들어서는 도현과 우탁 해원 등
그러나 윤희, 중이방 방문 앞에서 망설인다.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선준의 신발을 바라보는 윤희.
댓돌에 올라서려다 내려서고 한숨 쉬는 윤희.
그러다 결심한듯 씩씩하게 댓돌로 올라선다. 그 긴장한 윤희 얼굴 위로
임병춘E : 김윤식.. 이 시건방진 놈.
48. 장의 방 (밤)
임병춘과 설고봉 강무의 시중을 받으며 옷을 벗고 있는 하인수.
임병춘 : 그 자식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이선준은 오줌통에서 갤갤대고 있을텐데--- 지가 왜 나서.. 지가!!
하인수 : --
설고봉 : 둘이 죽고 못 사는 사이든데-- 이선준이랑.. 김윤식.
하인수 : (의아한듯 보면)
설고봉 : 이선준 말입니다. 김윤식이랑 붙어 살겠다고.. 동재방으로 갔지 뭡니까요?
임병춘 : 뭐라구?,.. 그..그게 사실이야?
설고봉 : (끄덕끄덕)
하인수 : 이선준이 동재에서 머문다? (비웃음이 새어 나오는 입매)
49. 소론 방 (밤)
쾅 서탁을 치는 손, 남명식과 소론 유생.
소론유생 : 말도 안돼!! 노론은 서재에... 소론과 남인은 동재에 머문다. 지금껏 우리 성균관유생들은 모두 이렇게 살아왔다구.....
남명식 : 이선준이 우리 소론을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감히.. 소론이 머무는 동재에 함부로 들어와.. 우리 허락도 없이?
50. 정록청 (밤)
이불을 뒤집어 쓴 대사성, 차를 마시며 유창익과 정약용에게 지시하고 있다.
대사성 : 허락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난!! 날이 밝는대로 이선준을 불러 서재로 보내야 겠어요. 에에취~
정약용 : ---
대사성 : 이러다 패싸움이라도 나보세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정약용 : (긁적이며) 아마... 잘은... 안 되실겁니다. 영감.
유창익 : 무슨 뜻인가--
정약용 : 이선준.. 그 녀석, 한창 때 아닙니까--,
대사성 : (보면)
정약용 : 옳다고 믿는 신념 하나만으로... 거칠게 없는 나이죠. 영감께서도.. 잘 아시질 않습니까..
그런가? 갸웃, 꿈벅꿈벅하는 대사성 얼굴 위로..
용하E : 걱정 말게나!! 얼마 못 버틸테니까.
51. 용하 방 (밤)
차를 마시는 용하. 그 앞에서 의아한듯 보고 있는 설고봉 임병춘.
용하 : 이선준이든 김윤식이든--- 그 방에서 지내는 건 어차피 길어야 하루 아니면... 이틀? 내 장담하지!!
임병춘 : (의심스런 보며) 용하 자네 영 약발 떨어졌어. 요즘 들어.. 뭐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용하 : (갸웃하며) 그러게.. 이번엔 내가 하는 게 아니니까 믿어도 돼!!
설고봉 : 그럼 누구?
용하 : (싱긋 웃으며) 우리에겐.. 비밀 병기가 있잖아.
52. 청재 마당 (밤)
성균관 전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검은 그림자 점점 커진다.
청재 마당을 거닐던 유생들. 그 그림자를 보고 헉!! 겁에 질려 사색이 되기 시작한다.
남명식. 소론유생들 노론 유생들 ..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신발을 벗어 내던지고 청재 방 안으로 사사삭 사라지는 유생들
검은 그림자 점점 다가오더니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사내의 발이 동재 쪽을 향해 멈춰 선다.
53. 용하 방 (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드는 용하.
용하 : 반궁의 미친 말... 걸오!
병춘 : (반색) 걸오가 이선준을 정리할 수 있을까?
용하 : 걸오가 단 한번이라도 동방생들을 내쫓지 않은 걸 본 적 있나?
병춘/고봉 : (아니.. 도리도리)
용하 : 걸오가-- 그것도 노론 유생과 정겹게 지내는 걸 본 적 있나? 그런가?
임병춘 설고봉 마주 보고 킥킥 웃는다.
용하 : 오늘이 첫날밤이자 마지막 밤이 될걸세. 김윤식과 이선준이 한 이불을 덮고 자는--
54. 중이방 (밤)
한 켠에 이불이 깔려 있고 그 옆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선준.
헉!! 윤희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부동자세로 행담, 만지작거린다.
자리에 눕는 선준, 윤희 저만치 물러나 앉는다.
선준 : 옷 벗으시오.
윤희 : (화들짝 놀라며) 뭐요? (하다가 과했나? 싶어 얼른 표정 수습하며) 음...내가 옷을 벗건 말건 그쪽이 무슨 상관이요?
선준 : (...그런 윤희 반응 어이없다는 듯)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워야 내 불을 끌게 아니오?
윤희 : 난 내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 끄고.. 자면 되겠소.
선준 : 불을 끄지 않고 어찌 잠을 잔단 말이오!
윤희 선준을 가지가지 한다는 듯 보다가 행담 턱 놓고 이불 위로 성큼성큼 걸어가 선준 보란 듯이 확 눕는다.
베개 위 머리를 탕탕 누이고 요 위를 풀썩이는 윤희. 다분히 시위하는 듯..
실은 스스로도 어색함을 감추기 위함인데 청결한 이불 위, 윤희 옷에 묻은 얼룩이 유난히 돋보인다.
윤희 : 자.. 됐소?
선준 : (벌떡 일어나며) 대체 반가의 자식이 맞소?
윤희 : (왜 저래? 휙 돌아보면)
선준 : 단정한 옷차림이 예의 첫걸음이다. 소학의 가르침은 잊었소?
윤희 : (헉.. 기막힌데)
선준 : 청재는 예의 기본을 배우고 실천하는 곳이오. 유생들에게 거관수학을 명하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외다. 그러니---
윤희 : 됐소!! 알았소!! 그만 하시오!!
윤희 한켠에 있던 옷가지를 챙겨 막 방문으로 나가려는데 그때 벌컥 열리는 문.
윤희 놀라서 뒤로 물러서는데 문 열고 들어서는 한 사람. 머리는 봉두난발에 옷은 누더기차림의 한 사내 들어선다.
사내, 기분 나쁜 듯 윤희를 스윽 본다.
선준과 윤희를 바라보는 재신 눈빛 불량한 눈길이다!!
윤희 당혹스럽고.. 선준은 흔들림 없는 눈빛이다.
임병춘E : 이선준은 오늘 밤 짐을 싼다!!
55. 중이방 앞 (밤)
툇마루 위 방문 앞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용하 병춘 고봉과 유생.
고장복 청홍 주머니를 대면 용하, 병춘, 고봉 그 외 유생들 엽전 몇냥 씩을 청색 주머니에 툭툭툭 던져 넣는다.
임병춘 : (웃으며) 내 한 냥 걸지.
고장복 : (돈 세고 세필론 기록하면서) 임병춘 상유 한냥, 가만가만~~ (불룩한 청색 주머닐 보며) 다들 ‘나간다’에 거시는 겁니까요?
용하 : (짐짓 엄하게) 어허!! 성급하긴 이선준은 근성이 있는 놈일세. (싱긋 웃으며 홍주머니에 돈 넣으며) 내일 아침까진 버텨줄걸~
56. 중이방 (밤)
긴장한 윤희, 동작 그만 상태.
재신 쓰윽 윤희 얼굴 바짝 들이댄다. 사내의 눈길에 헉... 숨이 막히고 몸둘 바를 모르겠는 윤희.
이번엔 선준을 킁킁 냄새라도 맡는 듯 꼬놔보는 재신.
선준 : 뉘신지요..
재신 : (퉁명스러운) 내말이!!
선준/윤희 : (재신 본다)
재신 : 뭐야, 이 물건들은---- (험상궂은) 다-- 안 꺼져?
겁에 질린 윤희, 선준도 불쾌한듯 마뜩치 않은 표정인데
재신의 고약스런 얼굴.
57. 중이방 앞 (밤)
문가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재신 고함 소리에 놀란 듯 후다다닥 떨어져 나오는 고장복 임병춘 설고봉 그리고 유생들.
용하 : 역시!! 걸오는 날 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지.
58. 중이방 (밤)
쿵..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짐 보퉁이.
벽장에서 선준의 짐을 꺼내 내던지는 재신.
윤희와 선준이 어떻게 해볼 틈도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이것저것 내던진다.
발로 쓰윽 밀더니 벌러덩 눕는 재신
선준 : 초면에 이렇듯 결례를 서슴지 않는 걸 보니-- 걸오 사형이십니까?
윤희 FLASH BACK >2회 54씬. 용하.. 걸오에 대한 협박.
윤희, 기함할 듯 재신 보는데
선준 : 인사 드리지요.
재신 : (눈 감은 채) 일 없다~ 앞으로 그 낯짝 볼일 없으니까.
선준 : (재신 말 무시한 채 정중히) 중이방에 배속 받은 이선준입니다.
재신은 못들은 듯 여전히 눈감은 채 발만 까딱까딱인다.
그때 윤희, 사내의 시선이 어딘가 낯이 익은듯 갸웃하는데.
INST >1부 51씬. 윤희를 안고 피하던 재신.
윤희 헉!! 놀라는 표정. 그 전날의 사내임을 기억해낸다.
윤희, 재신이 저를 알아볼까 얼른 시선을 피해 짐을 정리하는데 그 위로 들리는 소리.
재신E : 어이, 거기 너!!
윤희 : (쿵--.. 올 것이 왔나?)
재신 : (낮은, 기분 나쁜) 니가 왜--, 여기 있냐--?
윤희 : (쿵.. 짐 떨어트린다. 맙소사!!)
재신 : (일어나 앉으며) 이게 미쳤나? 여기가 어디라구.. 감히!!
윤희 : (다다다 떨리는 입술) 저..저 그게
재신, 벌떡 일어나 윤희 앞으로 온다. 침을 꼴깍 삼키는 윤희.
휙 윤희를 지나 선준을 돌려 세우는 재신.
윤희 의외다 싶다.
재신 : 어이, 노론!! 니가 왜 여기 있는거냐??
선준, 재신을 보다가 다시 짐을 정리하는데,
와락 그 손에서 짐을 냅다 바닥으로 던져 버리는 재신,
윤희, 무섭다. 이 분위기.
재신 : 묻쟎아. 노론새끼가 이 방에 왜 기어 들어 왔냐구! 냄새 나게시리!!!
선준 : (지지 않는 눈빛) 진사는 동재에 거하는 것이 규정, 중이방에 배속된 것 또한 규정. 당색이 아닌--. 원칙을 따랐을 뿐입니다.
윤희 : (선준 한번 보고 재신 한번 보고)
재신 : (쏜다) 그러니까!! 성균관.. 아니 이 조선 팔도를 당색으로 갈기갈기 찢어 놓은게----
(선준 쏘아보며) 바로 늬 노론 놈들..아냐?
선준 : (단호하게) 지금-, 이 방을 당색으로 나누고 계신분은... 사형이십니다. 허면, 사형께서도-- 노론이십니까?
재신 : (버럭) 뭐야!!
선준 : 허면 전 원칙대로!! 취침하겠습니다. (자리에 반듯하게 눕는)
윤희 : (기막히다. 선준 보며 왜 저러니 싶은 눈빛)
재신, 이글이글 분노의 눈빛으로 선준을 쏘아보며 휙~ 윗옷을 벗어 던진다.
곧 한판 뜰 기세다!! 일났다!!
윤희 얼른 문 밖으로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는다.
59. 중이방 앞 (밤)
달그락 거리는 중이방 문고리, 회심의 미소를 짓는 용하.
용하 : (병춘 보며) 하나
임병춘 : (고봉 보며) 둘
고봉/장복/유생들 : (합창하며) 셋!~
용하 : (좋아 죽겠다, 손가락 동그랗게 튕기며) 나온다!!
60. 중이방 (밤)
벌러덩 자리에 눕는 재신, 어라? 문고리는 잡은 채 재신 보는 윤희.
큭큭큭큭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하는 재신. 그 모습이 더 섬뜩하다.
선준 눈을 감고 있다.
재신 : 뭐? 노오론? 날 보구 노론이라구? 미치인 놈!! 내 평생.. 그렇게 재수 없는 욕은 첨이다.
선준 : --
윤희 : (뭐야. 저 인간)
재신 : 불 꺼라. 이 몸 피곤하시다.
윤희 : (의외라 놀라서) 예에? (조심스레) .. 안..나가십니까---
재신 : (휙 치켜 뜨는 눈, 위협적이다)
윤희 : (겁에 질려) 제..제가 나가겠습니다. 저..저는.. 옷을 좀 갈아 입으러 (나가려는데)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재신, 발로 윤희 무릎 안쪽을 툭 차서 주저앉힌다.
놀란 윤희의 목덜미를 잡아 챈 재신, 그대로 옆에 뉘어 버린다.
재신 : (꼬놔보며) 나보구... 노론 새끼랑 붙어 자란거냐? 지금.
윤희 : (너무 놀라 눈만 멀뚱멀뚱)
재신 : 앞으로.. 니 자린 여기다. 영.원.히!!
선준과 재신의 가운데 폭 끼인 윤희. 죽고 싶다!!
그런 윤희완 아랑곳없이 눈을 감은 재신과 선준.
61. 중이방 앞 (밤)
불 꺼진 중이방 앞, 임병춘 설고봉 울상이 된 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고장복에게서 청홍 주머니를 여유롭게 받아드는 용하, 씨익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용하 : 앞으로 이 성균관이 더 흥미진진해지겠군.
62. 장의 방 (밤)
다른 방보다 훨씬 크고 화려한 방.
목검과 혼천의 청나라제 장식용 총기 등등. 서양식 단검을 닦는 하인수.
하인수 : 소론의 아들 걸오 그리고 노론의 아들 이선준이 한 이불을 덮는다--? (피식 어이 없는 듯 웃는다)
임병춘 : 거기에 그 기집애 같은 놈까지..그 방은 지옥이 따로 없을 걸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고개 절래절래)
설고봉 : (한술 더) 똥은 똥끼리. 오줌은 오줌끼리..
고봉, 저 혼자 신나 키득대는데,
휘리릭 검을 돌려 세워 고봉에게 겨누는 하인수. 헉.. 식겁하는 고봉.
하인수 : (한심하다) 노론인 이선준이 동재에 거한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병춘/고봉 : (순하게도 끄덕끄덕)
강무 : (병춘과 고봉을 한심하게 보는데)
하인수 :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겠다는 거다. 이 하인수의 성균관을 향해.. 정면도전을 하겠다.. 이런 말이다..
분한듯.. 검을 던지는 하인수. 피릭 꼬리를 흔들며 책상에 꽂히는 단검..
어이쿠, 놀라는 병춘과 고봉.
하인수 눈빛은 매섭게 빛난다.
63. 중이방 (밤)
재신과 선준 사이 누워있는 윤희, 곤혹스럽다.
팔을 척 윤희에게 걸치는 재신, 낑낑대며 슬쩍 빠져 나오는 윤희. 휴~ 간신히 나왔다.
고개를 돌리는 윤희. 헉~!! 이번엔 선준이다. 속적삼 아래 비치는 뿌연 속살.
으악~~다시 돌아 눕는 윤희. 재신의 가슴팍! 멍들고 칼 자욱 흉터가 자글자글 재신의 벗은 몸.
선준과 재신 사이 진퇴양난 울상이 된 윤희, 저고리 속으로 슬몃 보이는 은장도.
그 위에 손을 올려 놓고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긴장한 표정의 윤희다.
그때 윤희 배 위로 발을 턱허니 올려 놓는 재신. 컥!! 윤희 얼굴 일그러지는데.. 그 위로.
64. 윤희 집/마당 (밤)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는 조씨의 복잡한 표정.
마음을 모으듯 두 손을 모은 조씨.
천천히 그 옆에 다가와 서는 윤식. 어머니의 어깨를 따뜻이 안아 준다.
윤식 : 너무 걱정마셔요 어머니. 누인 잘 하고 있을 겝니다.
65. 청재 마당 (밤)
달이 휘영청 비추고 있는 모두가 잠든 동서재의 방 적막하다.
66. 중이방 (밤)
단정히 자고 있는 선준과 여전히 몸부림치고 자는 재신.
여전히 부동자세의 윤희 서서히 까무룩 눈이 감긴다. F.O.
67. 성균관 곳곳 (아침)
- 이슬을 머금은 나뭇잎들마다 햇살이 싱그러운 성균관.
푸른 잎사귀 위로 또르륵 굴러 내리는 이슬. 그 소리에 이어
- 작은 짚신 발 둘, 다다다 앞서거니 달려가고 있다.
- 문턱을 턱턱 넘어서는 발, 예닐곱 사내아이들.
재직 복색을 한 소년들, 똘똘하게 생긴 복동이와 순진하게 생긴 천동.
68. 청재 마당 (아침)
동재 맨 앞, 앞방까지 달려온 천동과 복동.
능숙하게 엎드리는 천동. 복동, 천동의 등을 밟고 올라가 북을 둥-둥-둥 치기 시작한다. (기상 재고 1회씩)
복동 : (큰 소리) 기침 기침.. 일어나십시오.
69. 중이방 (아침)
자리옷 차림으로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선준. 선준의 짐은 모두 말끔히 정리된 상태.
밖에서 들려오는 복동 기침 소리에 책을 덮는 선준,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려는데
그 문 앞을 가로 막은 채 큰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윤희. 전날의 더러운 청금원령 그대로 입까지 헤 벌린 채 자고 있다.
마뜩치 않은 표정을 짓는 선준. 그러나 윤희를 넘지 않고선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선준, 발을 들어 넘어갈까 하다가 차마 넘지 못한다.
선준 하는 수 없이 허리를 숙여 윤희 어깨를 들어 한쪽으로 치우려는데
그때!! 눈을 번쩍 뜨는 윤희. 윤희와 선준 두 눈이 딱 마주친다.
화들짝 놀란 윤희, 그대로 일어나다 선준과 박치기 하듯 부딪힌다.
헉..찡그리며 이마를 감싸 쥐는 윤희. 선준도 이마를 감싸 쥐며 뒤로 물러서는데 그만 베개를 밟고 만다.
그 순간 중심을 잃고 발을 헛딛는 선준.. 어어어.. 휘청이며 벌러덩 큰대자로 뻗는다.
재신의 배를 깔고 눕는 선준.
재신을 올려다보는 선준의 시선과 내려다보는 재신의 시선. 쨍!!
벌떡 몸을 일으키는 재신, 선준도 얼른 몸을 일으킨다.
재신 : 이것들이..미쳤나? (이.. 앙 다문 낮은 소리) 다... 안 꺼져?
재신, 옆에 이불을 휙 던진다. 선준과 윤희를 덮어버리는 이불.
그 위로 들리는 북소리. 동동, 동동.
70. 청재 마당 몽타쥬 (아침)
- 북을 치는 복동이.
그 소리에 동재와 서재의 방문이 차르르 차르르 도미노처럼 열려가기 시작한다.
방문이 열리고 나와 서는 유생들. 선준도 윤희도 우탁도 해원도
- 그 유생들 앞에 일렬로 놓여진 세숫대야. 그 위로 고장복과 함춘호, 물을 부어준다.
일제히 어푸어푸 세수하는 유생들, 윤희도 선준을 힐끗 따라하며 세수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유독 화려하게 튀는 도자기 대야.
그 앞에 선 용하, 꽤나 정성스레 세수한다.
- 장의방, 세수하는 하인수, 수건을 건네는 임병춘, 의관을 입혀주는 설고봉, 태사혜의 먼지를 털어내는 강무. 환상의 팀웍.
- 발을 씻으려는 듯 다리를 걷어 올리는 유생들.
윤희 선준을 보며 바지를 걷어 올린다. 모두가 건장한 사내들의 다리 속에서 뽀얗고 미끈한 윤희 다리 누가 봐도 튄다.
얼른 바짓단을 내리는 윤희. 혹시 싶어 주위를 살핀다.
- 수군거리는 동재와 서재의 유생들 윤희 긴장하는데
윤희 보면 유생들 모두 저마다 선준을 보며 수군거리고 있다.
“노론이 동재라니” 등등의 소리 들린다.
윤희 선준 돌아본다.
도현E : 복장 불량 5점 감점.
71. 성균관 일각 (아침)
윤희의 꼬질꼬질한 청금단령을 톡톡 꼬집는 도현.
윤희 무안한 표정이다.
해원의 삐뚜름한 유건을 바로 잡는 도현. 유생들과는 달리 청금단령 차림이 아닌, 사십대 후반의 중년.
도현이 이끄는 두줄의 유생들 성균관 마당에서 식당으로 가고 있다.
도현 : (걸어가며) 단정한 용모는 또한 수련의 일환, 모든 유생들은 각별히 신경 써주기 바란다. 다음!!
선준 : (윤희 아래 위 훑으며, 소곤) 내 뭐라 했소.
윤희 : (소곤소곤) 네네. 어련하시겠소?
72. 식당 앞마당 (아침)
도현이 이끄는 유생들이 식당 앞마당으로 들어선다.
도현 : 집에 다녀 올 수 있는 날은 매월 8일과 23일 딱 두 번. 시험은 매달 1일엔 구술 시험이--
월말에는 전하께서 직접 하문하시는 강독시험이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다.
유생들 : (웅성 웅성)
도현 : 성균관 내에서 말을 타는 유생에게는 감점 15점, 통금을 어기는 유생은 감점 10점.
이유 없이 무단 결석하는 이는 감점 5점에 처한다.
우탁 : (세필로 꼼꼼히 외워가며 적는다. 점수벌레 같은 이미지) 감점..5점..
도현 : 무엇보다 삼강, 오륜에 위배되는 범죄를 저지를 시에는 무조건!! 성균관 출재와 청금록2) 영삭이다.
윤희 : (마른 침을 삼키는데)
유창익E : 교관 행세를 한 유생의 감점은 몇점인가?
도현 : (돌아보며 유생들 의식하며 반갑다는 듯) 어이, 창익이 (아직은 마치 교관인듯)
유창익 : (유생들 의식하며 불쾌한듯) 상유 안도현, 제 자리로 가지 못할까? 교관행세로 유생들을 현혹한 자넨 10점 감점일세.
도현 : 이보게 사부학당 동기생끼리 무에 그리 깐깐하게 구시나.
유생들 동기생? 웅성웅성 대는데, 윤희도 의아하다.
유창익 : (도현에게) 여긴 성균관이다. 넌 제자고 난 스승이야.
유생들 : (웅성웅성, 유생이야?)
도현, 멋쩍은 듯 얼른 대열로 들어와 윤희 옆에 선다.
주머니에서 유건을 꺼내 머리에 쓰는 도현이, 이제 유생의 한 무리로 보인다.
윤희 : 유생이셨소?
도현 : (윤희에게) 내.. 그간 학문을 좀 깊~~이 닦느라..좀 늦었네.
윤희 : (쿡-- 웃는)
73. 식당 안 (아침)
입이 떡 벌어지는 윤희. 크고 넓은 식당, 길게 늘어선 식탁들.
하얀 전포가 깔려진 식탁 위로 하나씩 일렬로 올라오는 목각쟁반.
쟁반 위에는 팔각 찬합과 수저, 물과 국대접, 흰쌀밥이 올라온다.
찬합에는 정갈하게 담긴 김치, 나물, 자반, 너비아니, 생채, 젓갈 등. 화려하고도 깔끔한 밥상들이다.
윤희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정갈한 차림으로 음식 수발을 돕는 장복, 춘호 그리고 찬모들.
JUMP> 모두 착석한 가운데 상차림이 마무리 돼 있다.
다른 유생들과는 달리 더 푸짐하고 화려한 반첩상을 받은 하인수.
하인수 : 권반 (수저 들면)
장복/춘호 : (큰 소리) 권반!!
윤희, 어느 반찬에 손이 먼저 가야할지 머뭇 대는데,
용하 : (바로 윤희 앞에 와 앉는) 짬밥이 살로 안 가긴 한다지만.. 밥이 아니라 원점 아닌가--
윤희 : (의아한듯) 원점이라니요?
용하 : 대과를 보기 위한 내신점수 말일세. 아침 저녁 다 먹으면 1점. 300점이면 대과를 볼 자격이 되네.
윤희 :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 그렇군요.. 대과.. 자격...(밥을 넣는데)
용하 : 암, 대괄 봐야지. (윤희 보며) 자네가 어디 보통 사람인가?
윤희 : (--)
용하 : 금상께서 인정하신 인재에다 (다들 들으라는 듯 크게) 초선이가 인정한 양물을 지닌 사내,
(힘주어) 대물 김윤식 선생이 아닌가--?
밥을 확 뿜는 윤희. 용하 얼굴을 뒤엎는 밥풀 세례. 찡그리는 용하.
불결한듯 바라보는 선준.
우하하하 웃는 유생들, 윤희 당혹스럽다.
74. 식당 일각 (아침)
누룽지를 먹으며 키득거리며 나오는 해원과 우탁, 도현.
윤희와 선준도 그 대열에 있다.
해원 : 같이 좀 아세나. 대체 초선일 사로 잡은 그 비법 좀 배워 보자구. (윤희 보며, 힘주어) 대물.
우탁 : 암, 배워야지. (힘 주어) 대물,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야(學而時習知, 不易悅乎),
배우고 또 배우면(하는데)
도현 : (물고 있던 누룽지 우탁 입에 밀어 넣고) 어허.. 서로 아끼고 위해야할 동기생끼리 희롱을 일삼다니!
쯔쯔쯔쯔.. 에이 고얀 놈들.
윤희 : (반갑다 끄덕이는데)
해원/우탁 : (뭐라고? 싶어 마주 보는데)
도현 : 그렇지 않나? (힘주어) 대물? (고개 휙 돌리고)
도현, 우탁과 해원 낄낄 대며 멀어져 간다.
윤희 : (헉.. 정말 기막히다)
선준 : 참으로 대단한 별호를 얻었습니다!!
윤희 : 별호라 하지 마시오. 난 인정할 수 없으니. (돌아서 가는데)
용하E : (뒤에서 부르는) 이보게 대물!! ~
윤희 : (저도 모르게 냉큼 뒤돌아 서며) 네. 사형
선준 : (어이 없어 윤희 본다)
윤희 : (헉!! 내가 왜 이럴까 선준 의식하고)
용하 : (씨익 웃으며 다가와) 내 뭐랬나, 곧 익숙해질꺼라 하지 않았나. (윤희 콧잔등 톡 건드리며) 대물. (유유히 나가 버린다)
선준 : 내가 보기엔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걸로 보입니다. (윤희 똑바로 보며) 대물!!
윤희 : (미치겠다)
75. 식당 다른 일각 (아침)
도기를 적는 하인수와 그 앞에서 명부첩을 넘겨주는 강무.
원점에 표시하는 하인수.
명부첩에 수결하는 선준. 그 옆에 서 있는 임병춘과 설고봉.
하인수 : (선준 보며 여유롭게 가획하며) 재미 있었나?
선준 : (수결하려다 하인수 본다)
하인수 : 난.. 재밌더군. (선준 보며) 자네 가면놀이.
선준 : 무슨---
하인수 : 초시에선 이름을 알리고 복시에선 금상의 눈길을 받고 그리고 입학 첫날밤엔-- 유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
선준 : (본다)
하인수 : 노론 영수의 아들이나-- 당색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 --썩 괜찮은 놈이다!!
어느새 하인수와 선준 주위에 웅성 웅성 몰려든 유생들.
윤희도 나오다 하인수와 선준을 본다. 용하도 그 옆에 서고.
하인수 : 동재생들-- 소론과 남인 유생들의 마음을 얻었다 싶은가-
선준 : ---
하인수 : 허나 이선준 넌-- 나와 여기... 서재 노론 유생들의 신망을 잃었다.
유생들 속에 있던 노론파 유생들 소곤소곤 속닥거린다. “노론이 왜 동재야?” “잘났다 이거지?”
그 반대편에는 남명식과 소론 유생들- 선준을 바라보며 코웃음 친다.
윤희/용하 : (선준 본다)
선준 : 누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벌인 일이 아닙니다.
하인수 : (보다가..웃으며) 그래 이왕 시작한 잘난척.. 끝까지 해야겠지.. 허나 얼마 못 가 후회하고 제 발로 기어 들어오게 될꺼다.
노론파 : 하하하하하
선준 : (하인수 쏘아 본다)
윤희 : (선준과 하인수 살핀다)
하인수 : 언제든-- 대환영일세...복종하는 놈에게 난-- 너그러운 편이거든.
선준 : 헛된 기대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장의.
선준, 차갑게 돌아서 간다. 하인수 굳어진다.
임병춘 설고봉 어휴 저걸 확 ~!! 나서려는데 제지하는 하인수.
싸늘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하는 하인수.
성큼성큼 걸어가는 선준, 선준이 가는 곳마다 유생들, 홍해가 갈라지듯 쫘악 갈라진다.
선준을 백안시 하며 수군거리는 유생들.
윤희 그런 선준을 바라본다.
임병춘E : 이게 다 김윤식 때문이다.
76. 성균관/어느 후미진 일각 (아침)
빙 둘러 선 임병춘 설고봉 그리고 노론파 유생들 서너명.
임병춘 : 이선준... 감히 장의한테 겁도 없이 들이대? 어젯밤에.. 반수교 오줌물로 그 건방끼를 깨끗이 씼어놨어야 됐는데 아..놔..
김윤식 그 자식 때문에----
설고봉 : 지금이라도 애들 풀어서.. 빠뜨릴까? 이선준?
임병춘 : 아니 이선준을 지금 건드리면.. 우리가 다쳐.
설고봉 : 그럼.. 그럼..??
임병춘, 모이라는 듯 손짓한다. 머리를 모으는 임병춘 설고봉.
77. 중이방 앞 (아침)
방에서 나오는 재신, 느릿느릿 나른한듯 혹은 기분 나쁜듯 고개를 꺾으며 나온다.
툇마루에 나와 앉는 재신.
한켠에서 그런 재신을 보는 소론 유생들과 남명식.
소론유생1 : 그래두 우리가 믿을 건 걸오 뿐일세. 소론 아닌가.
소론유생2 : 걸오라면 이선준을 서재로 내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지. (남명식에게) 앞장서게.. 자네가 우리 동재 색장3)이니.
남명식 : (끄응~)
호기롭게 재신 앞으로 가는 남명식과 소론유생들.
소론유생1 : 이보게 걸오!!
소론유생2 : 할 말이 있네!!
소론 유생들을 휙~~ 꼬놔보는 재신, 매서운 눈빛....카리스마 작렬.
흐윽!! 움찔하는 소론 유생1,2 남명식을 얼른 앞으로 밀쳐낸다.
남명식을 힐끗 보는 재신.
헉.. 남명식 역시 재신의 기에 질린다.
남명식 : 오..오랜 만일세.... (쭈뼛쭈뼛.. 말을 못 꺼내는--)
쓰윽 보는 재신.. 얼어붙는 남명식과 소론 유생--
못마땅한듯 소론들을 보던 재신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걸어간다.
아무 말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소론 유생들. 남명식 본다.
남명식 : 내.. 다음엔.. 꼭 말하지.
78. 존경각 (아침)
서가에 꽂혀진 책들을 손끝으로 또르르 되짚어 가며 살피는 윤희. 설레는 얼굴.
드디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다. 환한 얼굴로 책을 빼들자 그 빈 공간에 나타나는 선준의 얼굴.
두 눈빛이 마주치는 선준과 윤희.
윤희 조금 당혹스러운 듯 고개 돌려 책만 떠들어 보는데 선준, 돌아나와 윤희 옆에서 책을 고른다.
윤희 : (선준 보지 않고 책만 만지작거리며)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시오? 다들 바라는대로 서재로 가면.. 속 편할텐데.
선준 : (보지 않고 딴소리다) 생각보다 성실한 편이군. 첫 강학이 있기 전에 존경각엘 다 오구....
윤희 : -- (음..나 그런 애다)
선준 : 아닌가? 첫 강의는 분명 논어재라 했는데 이쪽 서가엔 온통 시부 문학뿐인걸 보면 ---
윤희 : (OL 뾰로퉁) 논어라면 지금껏 필사만 100번도 더 했소. ‘학이’ 편부터 ‘요왈’ 편까지 얼마나 지긋지긋-- (하는데)
선준 : (윤희 본다) 이젠 그 시간에 원하는 책을 읽으면 되겠군. 동생 약값 걱정은 한 결 덜할테니--
윤희 : (책장을 넘기던 손이 멈칫한다..) 그렇게 불쌍하게 볼 필욘 없소.. 덕분에 세책방에서 요즘 인기있는 책들은 다 읽었으니까.
선준 : --
윤희 : 아마 그런 책들은 내가 더 많이 봤을게요. (부러 더 씩씩하게) 심양장계며 해유록도 읽었소. 사변록에 연암집, 북학의까지.
또 최근엔 금병매며 옥단춘전도 읽었 (하는데-- 이건 아니다)
당황한 윤희 변명이라도 할 생각에 획 돌아보면 그 앞엔 선준의 희고 고운 목선 --
윤희 머리 위 서가에서 막 책을 꺼내려던 선준. 예상치 못한 순간 선준의 가슴팍 안에 들어와 있는 모양새.
윤희 : 그..러니까..그게
선준 : (고개 내려 천천히 윤희와 시선을 맞춘다) 그건 음란소설 아니오?
윤희 : (얼굴.. 빨개질듯.. 어쩌지 싶은데)
선준 : (윤희 얼굴 뚫어지게 보며) 대물이란.. 별호. 정말 잘.. 어울리오.
부끄럽고 창피한 윤희, 머쓱한 듯 책을 책장에 던지듯 꽂고 선준 가슴팍에서 빠져나와 후다다닥 달려 나간다.
79. 존경각 앞 (아침)
뺨을 어루만지며 긴장한 얼굴로 나서는 윤희.
윤희 : 미쳤어.. 미쳤어..
얼굴 화끈거린다. 존경각 쪽 돌아보며 걷는 윤희. 쿵 윤희 머리 부딪힌다.
윤희 앞을 막아서는 임병춘 설고봉. 다른 노론 유생들.
임병춘 : 어이 김윤식, 생긴것 답지 않게 영악한 구석이 있어.
윤희 : (의아한듯 임병춘 본다)
임병춘 : 너 이선준한테 빌붙어 관직 끄트머리에나 앉아볼 생각이지. 그래서 오줌물에 빠질 뻔한 그 자식 구해준거, 아냐?
윤희 : 아닙니다. 전 그저!!
임병춘 : 성균관에서 내쫓기는 것도.. 그나마 관직에 천거해주는것도 (엄지 치켜세우며) 장의 끝발인거나 알고
잔머리 굴리라고 이 선배님들이.. 충고해주는거다..
윤희 : (억울한데)
설고봉 : 줄을 잡으려면 제대로 잡어야지. 나 처~럼--..
윤희 : 줄 같은건.. 필요 없습니다.
임병춘 : (고까운듯 보다가) 그래? 넌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뭐가 그렇게 잘나고 자신있는데..
윤희 :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임병춘 : 아, 초선이가 인정한... 대물?
설고봉 : (윤희 뒤로 가 서며) 어이~ 대물 김윤식..
설고봉 윤희를 몰아가고 임병춘 느물거리며 윤희 앞으로 다가오는데.
윤희 : (물러서며) 왜,,왜들 이러십니까-- 이.. 이러지 마십시오.
설고봉 : 에이.. 이럴라구 왔는데??
와하하하 웃는 노론파 유생들.
80. 존경각 (아침)
윤희가 두고 간 책 보는 선준.
그때 들려오는 소란스런 와하하 웃음소리.
윤희E : 이..이러지 마십시오.. 사형들..
의아한듯 문 쪽을 돌아보는 선준.
81. 존경각 앞 (아침)
사색이 되는 윤희 점점 다가오는 임병춘, 그리고 노론파 유생들.
뒤에서 윤희를 답싹 안는 설고봉.
임병춘, 윤희 바지춤으로 손이 다가오는데 흙빛이 된 얼굴로 발버둥치는 윤희.
노론 유생들 희희낙락한 얼굴들.
윤희 : (겁에 질려) 안돼!!!
임병춘 : 안돼긴.. 초선인 되구 우린 왜 안돼?
설고봉 : 본다구.. 닳냐?
임병춘, 막 윤희 바지춤을 잡으려는 찰나.
재신E : 뭐 하냐-- 니들.
윤희 보면 그 앞에 서 있는 재신.. 심드렁한 표정.
놀란 표정의 임병춘과 설고봉 노론 유생들.
그 앞으로 는적하게 다가와 서는 재신. 긴장하는 노론들.
재신 : (꼬놔 보는 매서운 눈매) 묻쟎아--. 대답... 안 해?
사색이 되는 임병춘, 설고봉. 주춤주춤 물러서는 노론 유생들.
그들을 쭈욱 훑어보던 재신, 재신의 싸늘한 시선이 윤희에게 가 꽂힌다.
백지장처럼 파리한 윤희, 그 굳어 있는 윤희 얼굴에서.
-3회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