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6월5일
제수 준비하기
저녁을 일찍 먹고 제수 준비에 돌입했다. 이제는 숙련된 조교처럼 그다지 힘들지 않게 척척 해낸다. 일을 잘하는 사람하고는 비교도 안 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1년에 5번은 제사 준비로 전을 부쳤으니, 손에 익을 만도 하지 않는가?
이번 현충일에는 시어머님과 시누이 한 분만 오셔서 마음에 부담이 크지 않았다. 음식은 사람이 적으나 많으나 할 것은 해야 한다. 제사 음식이 그렇다. 상에 올리는 것이 정해져 있다. 배추전과 호박전 버섯전 당근전 동그랑땡 명태전 새우전을 부쳤다. 새우는 작은아들이 좋아해서 일부러 만든다. 초저녁부터 시작했는데 열한 시가 넘어서 일이 끝났다. 남편이나 아들이 도와주면 편하지 않으냐고 여동생이 언니 힘들게 혼자서 하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도와준다고 밀가루도 묻혀주고 튀김옷도 입혀주고 했는데 더 정신이 없고 일의 두서가 없어서 마음은 고마운데 혼자 하겠다고 했다. 슬슬 혼자 하다 보면 재미도 있고 채반에 차곡차곡 쌓이는 전을 바라보면 흐뭇하다. 이제는 배추전도 경상도 남편이 인정하는 수준이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수육만 삶으면 준비 끝이다. 제사 지낼 준비물을 미리 다 챙겨서 커다란 쇼핑 가방에 넣었다. 점심을 집에서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반찬도 접시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어머님이 요양원에서 시간 맞춰서 식사하니 행사를 마치고. 집에 오면 시장하실 것 같아서다. 미리 준비해 두면 바로 상을 차릴 수 있다. 세월이 가르쳐준 지혜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하니까 쓸데없는 생각 접어두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마음이 뿌듯하고 대전에 부모님도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