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의 결혼~ 오페라인가, 뮤지컬인가?
오늘 후기는 비판적인 후기이므로 감동이 크셨던 분들은 지나가시기 바랍니다
일단 기대를 크게 갖고 간 탓 10%
연이은 과로에 아침일찍 음감회 하고 간 탓 10 %
라는 것은 인정하고 들어가도
1막내내 지루함을 참기 어려웠는데 1막은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떡밥을 심는 부분인데
연기도 산만하고 오케스트라와 가수들의 합도 찰떡이 아닌데
문제는 처음부터 이성이 자꾸 이야기 합니다
백작이야? 사장이야? 아니 또 백작인가? ....... 정말 자막의 어수선함으로 집중이 더 떨어지고 게다가 중앙부 자막에는 한글자막 밑에 영어자막이 같이 나오는데 이 한글 자막을 이탈리아 원어를 번역한 것인지 영어자막을 번역한 것인지 알 수 없을만큼 곳곳에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집중이 자꾸 그쪽으로 쏠리니 극에는 더 집중이 안되었습니다 급기야 사장으로 일관하는 듯 하다가 케루비노를 사장의 부대에 장교로 보낸다는 자막이 뜹니다 대체 사장은 부대을 왜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이런 류의 자막 오류는 거의 마지막까지 잊을 만 하면 계속 나옵니다
현대극의 설정이라는 것은 첫 무대부터 보고 바로 알 수 있었고 이런 현대적 연출로 전달하려는 메세지를 기대하며 보고 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세트만 현대로 꾸민 것이지 초야권의 개념도 그대로 배경적 상황도 그대로인데 왜 현대식 연출을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미션 후 3막부터는 아예 느낌이 뮤지컬에 가까와지는 듯 레시타티보만 대사였다면 영락없는 뮤지컬입니다
뮤지컬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보러 온 관객의 기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4막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는데 등장인물들이 모두 가면을 쓰고 나오는데 이러한 연출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애써봅니다 뭔가 찐이 누구고 무엇인지를 우리가 구별하고 살자 라는 메세지같기도 하고 뒤바뀐 애인의 상황을 강조하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연출을 위한 연출이라는 느낌 정도였습니다
오늘 B 캐스트의 가수 분들은 대체로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셨습니다
다만 타이틀 롤인 피가로 역할이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이스 박재성님의 동굴같은 음성이 무척 좋은 보이스인 것은 맞지만
피가로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았고 1막에서 수산나와 피가로의 씬이 많았는데
현저히 수산나에게 밀리는 형국으로 소리의 피치도 맞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서 집중이 떨어졌습니다
오늘 공연은 여자 배역들이 살려 낸 공연으로
최고의 가수는 케루비노역의 김세린 소프라노였습니다 그녀는 독창에서 뿐 아니라 중창에서도 군계일학이었고
목소리 톤이 너무 명료하면서도 풍성한 소리로 마치 아그네스 발차의 케루비노를 보는 것 같았어요
기대를 많이 하고 들은 백작부인 최지은 소프라노는 소리가 전형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기량이 충만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2막 첫 씬에서 Porgi amor 를 부를 때 그녀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었고 3막의 Dove sono 에서도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보이스의 진가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리아도 훌륭했지만 레시타티보의 톤이나 연기가 무척 뛰어났어요 다만 아쉬운 것은 하이 노트에서 매끄럽게 뽑아주는 소리가 아니고 조금 탁한 톤이라는 것과 약간씩 음정이 빠지는 면이었습니다
수산나 역의 손나래 소프라노는 정말 연기가 어찌나 자연스럽고 잔망스러운 씬도 척척 해내는지 그녀가 없었다면 이 공연이 좌초되지 않았을까 싶고 4막에서 수산나의 아리아는 너무 아름다운 소프라노의 결 고운 소리를 들려주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백작역할의 이동환 바리톤은 목소리가 무척 좋은 가수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연기와 노래가 흡인력을 일으킬 만하지는 않았고 피가로역의 박재성 베이스는 피가로이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은 옷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시도와 오페라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겠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니까요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연출시도로 오페라만이 주는 감동이 반감되는 것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오페라이다 보니 역시 가수들의 노래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점점 좋은 기량의 가수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가수들이 오페라 무대에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현대적 무대를 구상하면서 색채감이 깊고 세련된 무대 디자인과 의상이
젊은 감각을 느끼게 해주어 시각적으로는 보기좋았습니다
그래서 젊은 관객에게 어필할 만한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남은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을 기대하면서도 걱정합니다
피가로의 결혼에서와 같은 자막실수는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에피소드 1) 오늘 오전 10시~1시까지 음감회를 하고 오페라 극장으로 갔는데
길이 좀 막혀서 빠듯하게 도착하고 아침도 못 먹은 상태여서 파스타를 먹고 갔는데
그곳 파스타는 여전히 짭니다 지난 번에도 한번 지적해드려서 다시 만들어주셨는데
오늘은 더 짭니다 그 바람에 제 감상평이 더 짜진 것도 같습니다
에피소드 2) 오페라극장 B구역 가운데 쪽에 앉았는데 제 옆에 나이지긋한 할머님이 혼자 오셨는데 리액션이 좀 좋은 편이셔서 본인 왼쪽에 앉은 젊은 여자 관객에게도 말을 거시다가 오른쪽에 앉은 제게는 제 프 로그램북을 보시고는 본인은 다 떨어져서 못 샀다고 프로그램북이 동난 것은 처음 본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제 프로그램북을 드릴까요? 저는 대본파일도 있고해서 없어도 된다 했더니
처음에는 그러면 자기가 너무 미안하다고 하시더니 공연이 다 끝나고 본인 명함을 주시더니 프로그 램북을 주면 다음에 종로에 나오면 본인 사무실로 꼭 연락달라고 하십니다 제 속마음은 거의 80이 다 되신 프로그램북을 너무 갖고싶어하시는 소녀같은 할머님에게 프로그램북 양보 쯤이야 였는데 그 할머님은 종로에서 NGO 사무실을 운영하시는 분이시네요
또 연락드릴 것 같지는 않지만 공연장에서 옆 좌석 분과 따뜻한 정을 나누어도 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