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내로라하는 산들에 기죽어오던 제석봉과 발암산이 갑자기 껑충 모듬발을 하며 예쁜 척한다.
키큰 넘은 개핥은 죽사발처럼 말쑥하게 생겼으니 잠자코 표정관리나 하겠지만 어차피 키작은 운명으로 타고 났으니 화장빨이나마 곱게 치장을 해야만 했을 것.
여기엔 통영시 광도면과 뜻있는 주민들이 힘을 합쳐 등산로를 정비한 덕택이다.
제석봉(帝釋峰. 279.1m)은 통영향교 뒷산으로 죽림마을의 주산인 셈이다.
죽림(竹林)마을은 대나무가 무성했던 것에서 유래했으며, 통영 전래마을 가운데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이다.
불교에서는 제석(帝釋)을 사천왕(四天王)과 주위의 32천왕(天王)을 통솔하며 불법을 수호하는 수미산 꼭대기의 도리천(忉利天)을 다스리는 임금인
제석천(帝釋天)을 말하고, 민속신앙에서는 각 가정을 지키는 신 가운데 하나인 제석신(帝釋神)을 일컫는다고 한다.
도산면과 광도면의 경계를 이루는 발암산(鉢岩山. 277.5m)은 산정의 거대한 바위가 마치 스님의 공양그릇인 바리때의 형상을 닮은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토박이지명 ‘바리바구산’의 한자지명인 셈이다.
용봉사 누운 키 12m의 천연 취옥석 와불(臥佛)은 주지스님이 선몽을 꾼 뒤 7년간 공사를 하여 2008년 와불전을 조성했다고 한다.
하산길에서 만나는 폐광은 일제강점기 때의 금광이고, 주변의 돌탑은 어느 열성가가 상사화를 심으면서 함께 쌓았다고 한다.
통영지맥(統營枝脈)은 낙남정맥의 대곡산(大谷山 545m)에서 남쪽으로 분기하여 고성읍내를 관통 벽방산(碧芳山.651m)을 넘어 통영시를 감싸고 서쪽으로
돌아 통영시 갈목마을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40.1 km인 산줄기를 말한다.
코스: 농업기술센터~용봉사~산길 진입~제석봉~암수바위~발암산~큰바위~노산재(한마음선원)~폐광~통영신애원 입구~죽림마을버스정류장(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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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km의 거리를 4시간쯤 걸렸다.
고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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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지맥
네비엔 '통영시 농업기술센터'를 입력하여 '통영시 여성회관'과...
통영시 농업기술센터 앞에 차를 댄다.
횡단보도 도로 건너엔 '통영관광안내소'가 보인다.
농업기술센터를 좌측 옆구리에 끼고 아스팔트를 쭈욱 따라가면 '통영향교'. 아스팔트를 따라 솟은 봉우리는 죽림마을의 진산 제석봉.
들머리인 용봉사는 이 길을 따라야만 한다.
뒤돌아보면 보이는 아파트는 '통영 코아루아파트'.
팔보살집 천왕장군을 지나...
100m 조금 넘는 지점에 '용봉사'와 '화진주사우나' 안내판을 따라 좌측으로 올라가도 되지만...
우리는 50m 앞 포장길로 올랐다.
이곳에도 용봉사 안내판이 붙어있다.
찜질사우나 앞 'ㅓ'자 갈림길은 아까 첫번째 안내판에서 꺾어 올라오는 길.
지붕위 금불상을 보고 오르면...
조금 비탈진 곳에 자리를 잡은 용봉사에 이른다.
우리는 와불전을 가기 위하여 우측으로 들어가...
가사를 걸치고 모로 누운 와불과 친견한다.
돌아나오며 거북등에 올라탄 용왕도 카메라에 담는다. 용왕이 산으로 올라온 까닭은?
돌아나와 포장길을 조금 더 오르면 끄트머리에 본격 산길입구가 나온다.
제석봉 0.9km.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이어지는 솔숲길.
용호갈림길 이정표.
향교마을 갈림길 이정표.
제석봉 직전의 전망바위에 올라서...
발아래 용호리의 용호산을 내려다 본다. 용호산이 막아선 옴팍한 곳은 흡사 호수를 닮아 용호(龍湖)라 부르는 모양.
더 우측 섬 두 개는 상도 형제도이고, 뒷펀 높은 산은 이름이 더 큰 '큰산'이다.
저 산은 1년 전 봉화산 산행 때 들머리인 '진주핵시술장'에서 오르다 만났던 봉우리.
발아래 마을인 용호리의 방파제 구실을 하는 누에를 닮은 125m봉. 봉우리 뒤로 대망자도가 고개를 내밀고, 더 뒤론 목섬과 장도.
목섬 좌측으로 내려앉은 그 산줄기가 천암산(258m)에서 남해바다로 서서히 고도를 낮춘 통영지맥의 끝자락 갈목마을.
당겨본 통영지맥의 끝자락 갈목마을. 뒤는 희미한 미륵도.
벤치가 있는 제석봉 직전 삼거리에선...
죽림방향 100m 전방에...
사각정자와...
삼각점과...
그네와 평상이 있는 제석봉이다.
정자에선 조망이 좋아 뽈록뽈록뽈록 삼봉산과 옆 'S'자를 그리는 거제방면 도로는...
'통영 IC'에서 끝이나는 '통영 대전 고속도로'.
남쪽 방향 멀리...
미륵산인 듯해서 당겨 보았다.
통영지맥 제석봉 표지판.
홀리마을과 좌진포마을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면...
암수바위 이정표.
좌진 방향에 바위들이 있어 가까이 가보니...
낙타를 닮은 듯, 거북이를 닮은 듯해서...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바위는 둘로 갈라져...
간 작은 한덤 님이 기어코 암봉에 올라섰는데, 이는 바위에 뚫린 구멍과 암바위의 연관성을 짚어보려 함일 것.
고래등을 닮은 암릉을 지나...
곳곳의 전망대는...
눈호강을 시켜주고 있다. 형제같은 두 섬은 형제도 웃동섬.
그 뒤로 뽈록 솟은 봉우리는 아까 보았던 큰산((250.8m)이고, 그 뒤 숨은 곳에 지난 봉화산 산행 때 들머리를 잡은 '진주핵시술장'이 있으리라.
당겨본 형제도와 큰산.
그리고 다시 좌측으로 대망자도와 소망자도와 목섬. 목섬으로 길게 목을 드리운 통영지맥의 끝자락인 천암산과 갈목마을.
지나온 제석봉을 돌아보니 멀리 미륵산이 희미하게 고개를 내밀었다.
돌탑 좌측으로 쑤욱 돌출된 용호산과 형제도와 큰산과 대/소망자도와 목섬과 갈목마을.
홀리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좌진포쪽 전망 가까이 틈새에 뽈록 솟은 봉은 법송리 182.6봉, 그 뒤엔 오늘 내내 보아왔던 큰산.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발암산에 올라...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옆 도드라진 바위 봉우리에 올라...
뒤돌아 본다. 산꼭대기라 바람이 매섭고 추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발암산 정상은 천하의 명당.
바위 꼭대기에선 좌진포마을과 바다건너 아까부터 보아왔던 182.6봉과 큰산이 나란히 줄서 있다.
절집 밥그릇(鉢)을 닮아 이름 지어진 발암산의 위용은 200m대의 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하다.
<photo by 한덤>
서쪽 77번 국도와 코앞 가까이에 용바위가 있는 169.8봉. 그 봉 뒤론 1년 전 봉화산 산행 때 지났던 탄막산((259.9m).
더 뒤론 그날 이어 걸었던 매봉산과 봉화산이 겹겹이 포개져 있다.
북쪽 멀리 벽방산 방향으로 동공을 확대시켜 보면 좌측 가까이 통영지맥의 도덕산(341.8)과 한퇴재 뒤에 솟은 봉우리는 시루봉(370.4m).
지맥은 다시 우로 꺾어 대덕산과 천개산으로 서서히 일어나다 불끈 벽방산을 솟구친다.
그런 벽방산을 당겨 보았다. 벽방산은 통영지맥의 최고봉.
이 암봉이 멀리서 보면 스님의 밥그릇인 바리때 또는 발우(鉢盂)를 엎어 놓은 것처럼 보였을까?
발암산은 사방이 뻥 뚫린 천하의 조망대.
정상부위 양지바른 곳에서 식사를 하려다가 포기하고, 커다란 바위를 우회하여...
한퇴 갈림길 이정표가 나오는 지점이 통영지맥 갈림길. 한퇴방향 봉우리를 살짝 올라 내려가면 솔고개와 도덕산(342)을 지나면 한퇴재가 나온다.
각도를 달리하는 이정표. 이정표엔 한퇴를 0.5km라고 씌어져 있는데, 이는 5km를 잘못쓴 것. 그렇지 않다면 솔고개를 한퇴라고 하남?
돌탑을 쌓은 사람이 심었다는 꽃무릇(상사화). 춘란을 닮기도 하고, 맥문동을 닮기도 했는데, 필자는 처음 본 상사화의 잎이다.
상사화(相思花)는 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 없어 그리워 한다고 이름 지어진 식물. 꽃이 지고난 뒤에 잎이 나는 식물이니 잎은 처음 볼 수밖에...
안부에 내려서니 널따란 분지가 나와 처음엔 골프카트가 있는 골프장인 줄 알았네.
편백숲과 힐링 쉼터.
울타리 넘어 염소들이 보이고, 카트로 보였던 목장용 작은 트럭.
이 영소농장 안부는 상노산마을 갈림길. 죽림마을 방향으로...
비스듬히 편백숲을 이어가면...
작은 돌탑들을 지나면...
삼각점을 만나고...
둘레길을 걷듯...
봉분 낮은 무덤이 있는 179.8봉에 이른다.
무덤을 지나...
현대식 건축물이 있는 커다란 고개에 이르니 노산재다.
노산재엔 지금 한창 불사가 진행되는 듯.
살짝 당겨보니 기와지붕 위로 탑의 황금 보주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펜스를 따라...
차들이 주차된 지점에...
한마음선원 표석이 세워져 있어...
대한불교조계종 한마음선원은 생활속의 참선 도량.
노산재 한마음선원을 지나면 등로는 거의 임도급 수준.
헬기장을 지나고...
훼손된 묘지를 지나며...
석화(石花)가 핀 비석을 살핀다. 합장묘인 듯 유인동래김씨.
풍수 박치용 고문 님은 무덤에서 돌아서 앞산부터 살핀다. 맞은편 제석봉이다. 햐~ 그럴사하네.
비석의 뒷면.
숭정(崇禎)OO갑신시월(甲申十月). 1644년도(?)인가?
숭정(崇禎)은 중국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 의종(毅宗)의 연호(1628~1644). 명나라가 망한 뒤에도 조선은 청나라 연호를 쓰지 않고 이 연호를 사용하였다.
잘 쌓은 돌탑은...
돌의 색깔이 광석이 썪인 듯 울긋불긋...
폐광(금광)이 있는 곳이다.
뒤돌아 보며...
내려가는 길.
석축이 있는 곳은 사람의 흔적.
폐광인 듯하여...
들여다 보지만 알 수 없어...
울타리를 따라...
내려서면...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죽림 신도시. 죽림은 이제 예전의 죽림이 아니다.
내려서서 돌아보니 신애그린빌이 보이고...
우측으로 작은 다리인 즉림2교를 건너...
고층아파트를 바라보며 통영대전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큰 길에 나와...
고층 아파트를 올려다보니 '더 팰리스'
우리 버스는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아...
고속도로 밑 노견에 차를 대놓았다.
그날 일찍 귀부한 덕천동에서 무식하게 퍼마신 술은 기어코 블랙아웃이 되고 말았다.
-바람부는 세상 -
♬ 아이야 인생을 알려거든
무심히 흘러가는 강을 보라
사랑이 무어냐고 철없이 묻지말고
피어난 한 떨기 꽃을 보라
저 떠오르는 아침해와도 같은 아이야
저 바람부는 세상을 어찌 네가 알까
슬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거든
아이야 네 가슴 열어주렴
- - - -
저 떠오르는 아침해와도 같은 아이야
저 바람부는 세상을 어찌 네가 알까
슬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거든
아이야 네 가슴 열어주렴 ♪
<조운파 작사, 성민호 노래>
첫댓글 사진 잘 보고 갑니다~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