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강호정
충전 중입니다 외
방전된 핸드폰이나 전자담배처럼
발뒤꿈치 어디쯤 콘센트 꽂고
충전 당하고 싶다
덜 여문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서
아직 녹지 않은 눈을 보며
죽은 바위 밑에서
틔우는 싹을 생각한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라는 말은
일이 일어난 다음에 하는 말
수시로 변하는 풍경을 보며
아직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한다.
지금은 충전 중
이제부터는 내가 나를 짝으로 삼아야 한다*
내 삶에 필요한 것이
변호인지 변화인지 생각해야 한다
*조정권 시인의 시 <봉함된 가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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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랑
최소한의 사람만 알고 싶었네
평생토록 최소한의 사람과
최소한의 만남
최소한의 찬바람과
최소한의 햇볕
최소한의 시와 노래
아주 작은 정원과
최소한의 과일나무
그리고
최소한의 자존심과
최소한의
말
비에 젖은 채 내민
말이 없는 그 손
최소한의 사랑만 알고 싶었네
너무 많은 사람과
사물들 속에서 당신이라는
딱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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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 2007년 《서정시학》 여름호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슬픔이 움직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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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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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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