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지갑 속의 사진
까무잡잡한 피부에 깡마른 몸매를 가진 아버지는 나에게 늘 부끄러운 존재였습니다.
초등학교 중퇴라는 학력에 번듯한 직장 하나 없으셨던 아버지는 남의 집 수리를 하시면서 돈을 버셨는데 일거리가 없는 날은 하루 종일 집에 계셨고, 그런 아버지가 난 너무 싫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간암 선고를 받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입원으로 생계를 떠맡고 간호까지 하시느라 처녀 때부터 있으셨던 허리 디스크가 더 심해졌습니다. 싫은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고생하신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라리 아버지가 안 계시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몹쓸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치료 때문에 예민해지신 아버지는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셨고 그런 아버지가 미워 치료를 받으셨던 5년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와 언니에게 간호를 떠넘겼지요.
퇴원하신 아버지는 평소처럼 일하셨고 나는 아버지의 병이 그리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가 있던 날, 후배가 생긴다는 설렘에 학교에서 동기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빨리 와! 아버지께서….”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간 나는 싸늘히 굳어 버린 아버지를 붙들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낡은 지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지갑 속에는 나의 초등학교 증명사진과 언니의 증명사진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며 딸과 대화를 나누고 싶으셨을 아버지.
뒤늦게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은 내가 너무나도 밉습니다.
영화 <홍반장>을 보며 이집 저집 다니면서 수리를 해 주는 모습이 꼭 아버지 같다며 영화 보는 내내 한참을 울었다는 언니가 얼마 전 결혼을 했습니다. 그날 어머니와 나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좋은 날,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다는 슬픔과 착한 형부를 선물로 주신 감사함 때문이었죠.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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