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회원입니다. 맨날 훔쳐보기만 하다 오늘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짜내다 생각해 낸 테마가 '상해 유학 어떻게 하냐'입니다.
중국에 온지 한 2년 반이 되어가네요. 저는 상해의 화동사범대학교에서 국제무역 전공 과정 일년을 마쳤는데요, 상해 유학(본과나 대학원)에 관심을 가지신 젊은 회원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 혹시라도 조금 도움이 될까 글을 적어 봅니다.
1. 사비유학이라면 우선 중국어를 조금 해야 입학 가능합니다.
니하오만 알고 오셨다면 마음이야 급하시겠지만 한학기동안 대학교에 개설된 어학코스를 꼭 밟으셔야만 하겠습니다.
대외한어과만 HSK 3급 이상이면 되고, 나머지 학과는 모두 6급이 되어야 입학이 가능하거든요. (한학기 동안 죽어라고 해야 6급 딸 수 있습니다). 물론 상해 내 대학교의 경우입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복단대학은 8급이 되어야 안정권이라고 하네요.
2. 준비할 서류가 있습니다.(졸업증명서 성적 증명서 등은 기본이니 언급 안하겠습니다)
먼저 HSK 6급 이상의 점수가 필요합니다. 본과의 경우는 요것 하나면 됩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중국 대학 입학은 쉬운 편입니다. 문제는 졸업하기가 정말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인데요, 첫째, 열심히 공부하고 둘째, 교수님을 구워 삶고 세째, 반 내에서 절친한 중국친구를 한명 사귀는 것이 졸업의 필수조건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석사 이상의 경우라면 대학 학부 시절의 두분 교수님의 추천서가 필요합니다. 하나가 아니라 두개의 추천서입니다. 이것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전혀 복잡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교수님께서 영어로 써 주실테니까요. 교수님이 나 영어 칸부동이니 중국어로 번역해와 그러실리는 없잖아요(혹시 있으려나? 창피할텐데). 돈 써가며 중국어로 번역, 공증까지 받아오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본래 추천서는 밀봉해서 본인도 못 뜯어보게 되어 있는데 접수 받는 사람이 제 앞에서 봉투를 확 뜯어 내용물을 다른 것과 함께 철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얼른 뺏어다가 복사 한 부 해 두었습니다.(교수님께서 정말 잘 써 주셨더군요, 눈물을 흘릴 뻔 했습니다 ^^). 한국과 마찬가지로 추천서라는 것이 그다지 중시되지 않는 사회인 듯 합니다.
또 한가지, 석사 이상의 경우는 전공 시험을 보아야 합니다. 다행히 중국 학생들처럼 많은 과목을 시험보지는 않지만 두과목(저의 경우는 서양경제학과 국제무역) 내지 세과목을 보아야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어차피 중국어로 그것도 니하오가 아닌 전문지식을 써 내려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국 경쟁논리가 중시된다는 건데요, 같이 시험보는 외국인 학생이 많다면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이 상책이고, 옆을 아무리 둘러봐도 외국인이 없더라 하면 최소한 성의만 보여주면 됩니다. 각 과목 60점 이상이 되면 합격입니다.(참고로 저는 창피하지만 두 과목 모두 60점을 받았습니다. 어차피 대가인 교수님이 보는 저의 답안지는 웃기는 짜장일 테니까요)
3. 학교 선정때 고려하셨으면 합니다.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사회를 고려한다면 뭐니뭐니해도 복단대인데요, 문제는 첫째, 한국인 밀집 지역인 구베이신취에서 굉~장히 멀다는 점,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많은 불편이 따른다는 점입니다.
둘째, 한국 학생들이 상당히 많은데, 들리는 바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이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합니다. 아시는 분이 경제신문 기자이신데 복단대에 갔을 때 '한국인이라 했더니 엄청 푸대접하더라' 그러셨어요. 분위기를 알만 합니다.
최고 학교이고 그래서 한국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화동사대를 택했는데, 저희 반에 49명의 중국 학생이 있고 외국인은 저 혼자입니다. 중간고사는 영어로 써서 냈을 정도로 특혜를 누렸습니다.
제가 말하려고 하는 바는 꼭 명문대만을 고집하지 않으시는 분이시라면 최대한 경쟁을 피해 특혜를 누리시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중국 친구 만드는 것도 한층 쉬워지고요(스스로 접근해옵니다).
많은 학교들을 다 소개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몇개만 보면요...공대가 유명한 학교는 상해교통대학입니다. 장쩌민이 이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굉장히 유명합니다. 그 외에 중의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상해중의대(이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특성상 굉장히 오래 더 다니셔야만 합니다). 동제대학 건축학과는 청화대보다 더 알아준다고 하네요. 중국내 서열 1위라는데요, 와이탄의 동방명주도 이 학교 건축과에서 설계했습니다.
4.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중국대학내 생활입니다. 참고로 하세요.
(1) 한국 학생들과 매일 어울려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어서는 안됩니다. 가끔씩만 고향 생각날 때, 중국말만 하니 스트레스가 한없이 쌓여 한국어로 한번 확 풀어내고 싶을때만 고래사냥 노래가 유효합니다.
(2) 수업 시간에 앞에 앉는 것이 좋습니다. 교수님 눈에 자주 들어와야 나중에 낭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양인들처럼 머리가 노랗다면 뒤에 앉아도 눈에 들어오지만 한국인은 티가 안나니까요.
(3) 학교에 많은 특별강좌가 있습니다. 대부분 큰 강당에서 하는데요 들어가서 조용히 앉아만 있어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자신의 관심분야라면 놓치지 말아야겠죠.
(4) 후다오(개인교습)를 구해 친구가 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참고로 학교 내에서 한다면 시간당 15원 집이 가깝다면 20원, 조금 멀다면 25원 정도입니다.(꼭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음, 나중에 누가 트집 잡을까 걱정^^).
(4-1) 후다오는 여학생이 좋습니다.
결코 성차별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학생들 여학생 꼬시라고 하는 얘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요번 학기 한 강좌에서 40여명의 중국학생들이 각각 최소한 10분 이상씩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을 다 지켜보았습니다.
결론은, 여학생의 보통화가 진짜 보통화다. 깐수에서 왔든, 내몽고에서 왔든, 우루무치에서 왔든 여대생들의 보통화는 아주아주 표준입니다(외국인이 판단하는 것이니까 문제가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듣기에는 정말 표준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반면 남학생은 백이면 백...우물우물식이거나 꾸루꾸루식, 혹은 제가 듣기에도 아주 확실한 방언 딸린 보통화식입니다.
(4-2) 왜 꼭, 반드시 한국 대학생은 후다오를 구해야 하는가..
저는 얘전에 외국권 국가에서 영어 공부를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하지만 감은 팍팍 오는) 무시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후다오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돈이 아주아주 많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유학생들도 저와 처지는 비슷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태국에 가도 후다오 구할 수 있고, 베트남 가도 아주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별로 중시되지 않는 언어들이잖아요? 정말 유용하면서도 싸게 개인교습 받을 수 있는 언어는 중국어뿐이라고 단언합니다. 매일매일 두시간씩 하는 것이 힘드시다면 최소한 일주일에 이삼일이라도 하세요.
(5) 여행을 자주 다니자.
교실 안에 있는 중국학생들 성분 파악을 해 보세요. 아마 중국 각 지역 이름이 다 있을 거에요. 활용합시도..그것도 아주 잘..
(6) 중국어가 좀 되면 대학교 안의 영어강좌를 신청하세요.
힘은 배로 들겠지만 아주 쌉니다..외국 학생은 단언컨데 교실 안에 자기 혼자뿐일 겁니다. 영어 공부해서 손해 봤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중국 학생들보다 한번 이라도 더 발언 기회가 돌아옵니다. 선생님이 "아, 이런건 한국은 상황이 어때요? 한국도 이런 문화가 있나요?' 등등 자주 물어보거든요.
주저리주저리 적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쓸 것이 아주 많지만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첫댓글 good. 잘살자구요 안뇽
정말 좋은 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글 앞으로도 자주 부탁합니다 ㅎㅎㅎ무역에 있어서 언어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도 없죠. 단기연수과정 같은 것 있으면 소개 좀 해주실레요 ㅎㅎㅎㅎ
단동에서 사범대에 단기공부하던 생각이 나네요. 그넘의 사스땜에 공부도 못하고... 지금생각하면 참으로 아쉽습니다.
말잘하면 석사과정 있는애들로 한시간에 15원도 할수있어요. 내 경험상..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