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기도 (이해인)“
지금 감사하며 행복하게 삽시다”
*출처=셔터스톡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
해야 할 일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12월의 엽서 (이해인)
이해인(1945~), 대한민국의 수녀, 시인
12월의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는 시점에 서 있다. 눈발이 흩날리고, 추위가 몰려오지만 이 기도문을 읽으며 샘솟는 희망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한 해의 끝을 슬퍼하기 보다는 지난 시간들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다가올 2023년에는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할 수 있길 소망한다.
이해인은 천주교 수녀로, 많은 시와 수필 등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리스도교와 무관한 사람에게도 시인으로 유명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