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내에는 귀중한 유물이 많다. 장흥 보림사 남·북 삼층석탑과 석등(국보 44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117호), 동 승탑(보물 155호)과 서 승탑(보물 156호), 보조선사탑(보물 157호)과 보조선사탑비(보물 158호) 등이다. 남북으로 세워진 삼층석탑은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닮았다. 870년(경문왕 10)에 만든 전형적인 통일신라 시대 석탑으로, 기단석부터 상륜부까지 원형이 고스란히 남은
드문 사례다.
우리나라에 있는 철불 가운데 가장 오래된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대적광전에 모신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우리나라에 있는 철불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한국전쟁 때 피눈물을 흘렸다는데, 이는 비가 온 뒤 흘러내린 쇳물이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불상 왼팔 뒷면에 858년(헌안왕 2) 김수종이 왕의 허락을 받아 불상을 조성했다는 명문이 있다.
이 명문은 신라 시대에 지방 유지가 개인 재산으로 불상을 조성할 만큼 불교가 전국적으로 퍼졌음을 보여준다. 당시 쇠 2500근이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수령 300년이 넘은 비자나무 5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다.
이제 보림사 뒤쪽 울창한 비자나무 숲으로 가보자. 수령 300년이 넘은 비자나무 5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참나무와 단풍나무, 소나무도 많이 자란다. 이 숲은 1982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됐고, 2009년 산림청과 (사)생명의숲, 유한킴벌리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천년의숲’ 장려상을 받았다. 비자나무는 회색이 약간 도는 갈색 껍질을 두르고 있으며,
목재 질이 좋아 바둑판이나 가구로 쓰인다. 열매의 기름은 기침을 멎게 하고 배변에도 좋다.
울창한 보림사 비자나무 숲
비자나무 숲 사이로 시냇물처럼 산책로가 나 있다. 숲이 깊고 깊어 한여름 거센 햇빛 한 올도 침범하지 못한다. 다소곳한 길을 따라 걷노라면 몸도 마음도 초록으로 물드는 것 같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숲 내음이 가슴에 들어찬다. 숲 곳곳에는 의자와 삼림욕대도 마련됐다. 산책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누구나 걷기 쉽고,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충분하다. 기분 좋은 산책을 즐기기에 딱 좋은 길이다.
비자나무 숲에서 만난 야생 차밭
비자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나무 사이사이 잡풀이 무성한데, 자세히 보면 야생 차밭이다. 그래서
이 길을 ‘청태전 티로드’라고 부른다. 청태전(靑苔錢)은 ‘푸른 이끼가 낀 동전 모양 차’라는 뜻으로, 가운데 구멍을 뚫어 엽전을 닮았다.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발효차로,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장흥을 비롯한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야생 찻잎을 따서 가마솥에 덖고 절구에 빻은 뒤 엽전 모양으로 빚어 발효한다. 보통 발효 기간은 1년을 거치지만, 3년 정도 발효해야 제대로 된 차 맛을 즐길 수 있다.
엽전을 꿰듯 걸어놓은 청태전
맛이 순하고 부드러운 청태전
색은 파래와 비슷하고, 맛이 순하고 부드럽다. 우려먹기보다 끓여 먹는 것이 좋으며, 끓는 물 1ℓ에
8~10g짜리 차 한 덩이를 넣고 10분 정도 더 끓인다. 장흥 사람들은 배앓이를 하거나 고뿔(감기)에 걸리면 청태전을 달여 마셨다고 한다. 숙취 해소 효과도 뛰어나다. 장흥다원이나 평화다원에 가면 청태전을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보림사 약수
청태전 티로드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다시 보림사다. 땀도 흘렸으니 시원한 약수를 맛보자. 대웅
보전 앞에 오래된 약수가 있다. 약수터 샘 안에 물고기가 몇 마리 보인다. 마실 수 있는 물로 맛이
장동면 만년리에 있는 해동사는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국내 유일한 사당이다. 1955년 장흥에 살던 죽산 안씨 안홍천이 순흥 안씨인 안 의사의 후손이 국내에 없어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승만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지었다고 한다.
사당 안에 안중근 위패와 영정, 친필 유묵 복사본이 있다. 정남진전망대 앞에 안중근 의사 동상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의사의 손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중국 하얼빈(哈爾濱) 방향을 가리킨 것이라고 한다. 장흥군은 70억원을 들여 역사공원과 기념관, 체험 교육 시설 등을 갖춘
메모리얼 파크를 건립 중이다.
장흥의 여름 별미, 갯장어샤부샤부
장흥 대표 음식으로 키조개 관자와 표고버섯, 한우가 어우러진 장흥삼합을 꼽지만, 여름에는 갯장어샤부샤부가 맛있다. 장어 뼈와 대추, 엄나무 등을 넣고 된장을 살짝 풀어 끓인 육수에 칼집을 낸
갯장어 토막을 데쳐 샤부샤부로 즐긴다. 생양파에 싸 먹으면 장어의 기름진 맛과 양파의 알싸한 맛이 잘 어울리고, 씹는 맛도 좋다. 회진면 노력도 쪽에 갯장어를 잡는 배가 5척 있다고 한다.
된장을 푼 국물에 시원하게 말아 먹는 된장물회
된장물회도 여름철 별미다. 고추장 대신 된장을 풀어 만든 국물이 포인트. 깔따구(농어 새끼의 방언) 같은 잡어에 신 김치와 열무김치를 썰어 올리고, 된장을 푼 국물에 시원하게 말아 먹는다.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과 된장의 구수한 맛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