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일 주일 대림 제1주일
오늘은 전례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입니다. 거룩하신 아버지께서는 대대로 약속을 잊지 않으시어 온갖 죄악에 짓눌린 인류가 얼굴을 들게 하십니다. 우리 모두 희망으로 가득 차 영광스럽게 다시 오실 우리 주님, 심판자이시며 구원자이신 그리스도를 기다립시다.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25-28.34-3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5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26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27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28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34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35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36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깨어 있음의 의미
사람이 잠을 잘 잔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아이는 하루에 스무 시간은 잔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태 안에서 그렇게 편안하게 쉬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잠자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깊은 잠에 드는 시간도 점점 달라집니다. 비교적 젊었을 때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운이 있을 때는 잠을 설쳤어도 문제가 심각하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지고 잠을 못자면 그 다음 날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합니다. 나는 한 20년 가까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매일 잠을 이루지 못해서 아주 고통스럽습니다. 어느 때는 밤을 꼬박 새우고 그냥 일어나는 때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을 보면 아주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의사와 상의하고 정말로 잠이 오지 않으면 처방해 준 약에 의해서 겨우 잠을 잡니다. 내 불면증은 우울증에서 온 것도 있고, 암 치료를 할 때 너무 고통스러워서 잠을 못자면서 버릇이 되어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오랜 동안 혈압과 심장 약을 먹으면서 잠을 못 자게 되었고, 많은 걱정과 불안으로 불면증이 생겼는데 점차적으로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은 담배를 끊는 것보다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면제를 점점 끊고 있습니다.
흔히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아주 고되게 일을 한 사람은 저녁에 베게에 머리만 닿으면 곧 잠에 떨어지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또한 쓸데없는 걱정거리가 없는 사람은 아주 단순하게 세상을 생각하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고 아주 쉽게 잠드는 어린 아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욕심이 없는 사람은 잠을 잘 자고 술을 먹거나 잠이 잘 오는 수면제와 같은 음식을 먹으면 잠이 잘 이룰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운동이나 많은 일도 해보고, 기도하며 마음을 주님께 의탁한다고 마음먹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형식적이고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렵고 술을 먹으면 머리가 아파서 더 잠이 안 오니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깨어있는 사람인가 생각하면 깨어있는 사람과 다른 그냥 불면증으로 잠을 못이루고 있다는 것임을 잘 압니다.
오늘 주님께서 깨어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상징합니다.
첫째, 보초를 서거나 경계근무를 서는 사람들은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잠에서 깨어 있어야 합니다. 적이 쳐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도 한눈을 팔 수 없고,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것을 깨어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파수꾼으로 열심히 보초를 서야합니다. 악마가 언제 숨어 들어와 주님의 왕국을 파괴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둘째, 술이나 약에 취해 있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술에 취하면 고주망태가 되어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내 친구 중의 하나는 술만 취하면 친구의 등을 소변기로 착각하고 오줌을 누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술에 취하면 아무도 방심하는 사람이 없는데 언제 오줌벼락을 맞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는 허리가 많이 아파서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을 먹었더니 약에 취해서 정신이 몽롱하였습니다. 마약이나 이와 비슷한 약들은 사람을 깨어있지 못하게 합니다. 이 같은 것에 취해서 자신의 역할과 분수도 잊어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잊고 세상의 손자삼요에 빠져서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셋째, 어두움에서 깨어남을 말하고 우둔함에서 깨어남을 말합니다. 우리는 학문을 연마한다고 합니다.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우리나라가 암흑 속에 있을 때 우리의 순교 선열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선각자(先覺者)로서 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후손들과 후배들을 진리의 길로 인도하였습니다.
넷째, 깨어남은 호두껍질이나 은행껍질과 같은 단단한 것을 깨버리고 알곡을 취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호두나 은행과 같이 단단한 견과류같이 모든 장벽을 쌓고 담을 치고 허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살았습니다. 이제 그것들의 담을 헐고, 우리의 속살을 드러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모든 것을 샅샅이 드러내셨는데 그것도 하느님이 비천한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모두 드러내셨습니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주제가 ‘장벽을 허물자!’였습니다. 낡은 사고방식과 진리에서 벗어난 것을 우리의 방패로 삼았던 것에서 진실의 속살을 드러내면서 새롭게 깨어나야 합니다.
다섯째, 누에가 허물을 벗듯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 닭이 되듯 지금의 모습에서 다른 모습으로 환골탈퇴(換骨脫退)하기 위하여 깨어나야 합니다. 허물을 벗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고 잘살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인간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은 완벽할 수 없지만 잘못된 허물을 벗어버리고 새롭고 신선한 옷으로 갈아입고 주님의 뜻을 따라서 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