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가을 여자(秋女) ㅡ
못 생긴 여자를 가을 여자,
추녀라 하지요.
추녀 얘기끝에
으례 나오는 얘기가
제갈공명의 부인입니다.
제갈공명의 부인 황 씨가 박색이었다는 데서
그런 말이 나왔지요.
안에 신경 쓸 일이 없도록
그렇게
부인의 외모에 관심을
안 두었답니다.
도미나 처용같이
처 때문에 난처해지면 안되겠지요‥
그러나 학자의 여식인
제갈공명의 부인은
학문이 뛰어나고
부덕이 훌륭했다고 전해집니다.
삼국지를 읽을 때에
유비가 공명을 삼고초려하는 장면에서
공명의 도원같은 마을과
학처럼 맑은 풍채가
참 선연하고 좋게 느껴졌습니다.
남자로선 드물게 미남인 공명과
여자로선 대단히 못 생긴 부인의 조화,
그러나 이들이 삼국지 최고의
부부일 수도 있겠습니다.
세월이 가면
참으로 철저하게 계산되는
사회의 룰을 알게 되고
미처 자기 거취를 결정 못 하는 사이 나이가 들어
적령의 가임기를 놓치게 됩니다.
어느 경우엔
너무 아름다운 여자도
이런 케이스에 속하게 됩니다.
미인이라 센 임자가 있을 거라고
미리 짐작되는 바람에
그런가보죠.
아뭏든 때를 놓치면
가을날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라
마냥 '빠뜨리게' 됩니다.
용모가 가을이라 가을 날
기가 죽는 가을 여자,
참 불쌍하지요?
그런데 秋波라는
매력적인 단어가 있으니
이성에게 넌지시 보내는
사랑의 사인이 추파인지라,
그만큼 가을은 애정의 통로가 나타나는 계절인 지도 모릅니다.
그 통로가 갈대밭에 있든
푸른 하늘에 있든,
선들한 이야기에 있든,
가을비와 우수에 찬 낙엽에 있든지‥‥
여러 분은 올 가을에
진정한 사랑의 여로에
오르시기 바랍니다.
자기만 볼 수 있는 기차표를
손 안에 움켜쥐고
플랫폼에 서서 기다리세요.
단풍색깔의 열차가
긴 몸을 끌고
곧 나타날 것 같지 않나요?
가을비 타닥타닥 내리는
시월의 멋진 어느 날ᆢ
굿~ 모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