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유성룡 선생은 승려 탄홍(誕弘)의 도움을 받아 옥연정사를 지었다. 그는 이곳에서 임진왜란을 회고하며 <징비록>(국보 제132호)을 집필했다.
정사는 일각문을 지나 대문채, 안채, 별당채, 사랑채 순으로 자리한다. 보통 대문채와 사랑채가 가까운데 옥연정사는 떨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마당 한가운데는 450년 된 소나무 한 그루가 섰다.
옥연정사가 1586년에 지어졌으니 그보다 나이가 많다. 가지 한쪽이 심하게 꺾여 두 갈래로 자랐다. 서로 다른 나무가 하나의 몸을 이룬다는 연리지를 닮았다.
옥연정사는 배용준, 전도연 주연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숙부인(전도연)이 조원(배용준)의 구애를 피해 머물던 극중 우화당이다. 이재용 감독은 너무 낡지 않으면서 아담한 한옥을 찾아 옥연정상에 이르렀다 했다. 촬영은 주로 사랑채에서 했다.
숙부인이 나비의 날갯짓에 길흉을 점치던 장소다. 조원의 편지에 가슴이 설레 두 번 머리를 쓰다듬던 장면도 아련하다. 사랑채 곁의 뒷문으로 나간다. 숙부인의 설렘이 묻은 산책길이다. 뒷문 밖에도 운치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섰다. 발아래 화천이 펼쳐진다.
강 건너 하회마을에는 나룻배 한척이 떠 있다. 그 옛날 서애 선생은 나룻배를 타고 옥연정사와 하회마을을 오갔다. 지금도 봄볕이 깃들면 뱃삯(왕복 2000원)을 받고 관광객을 싣는다. 오른쪽 산비탈은 옥연정사 전체를 굽어보기에 제격이다.
절벽을 따라서는 샛길 하나가 있다. 어른 한 사람 겨우 지날 만큼 좁아 토끼길이라 부른다. 조금은 위태하다. 길은 서애 선생의 맏형인 겸암 유운용 선생의 겸암정사에 가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