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풀어본 월드컵 축구 -2022 카타르 월드컵대회 남은 이야기 2022.12.29
한 달 동안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던 월드컵 축구대회가 지난 19일 막을 내렸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은 그야말로 극적이었습니다. 결승전 시작 시각이 우리 시간 자정이라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남의 나라 경기잖아. 결승전이니 녹화 재방송도 며칠 동안은 보여 줄 거고.’ ‘아니야, 그래도 경기 시작은 보고 자야지.’ 그렇게 혼자 실랑이하다 그만 새벽 네 시가 다 되도록 하얗게 밤을 새우고 말았습니다.
“여태 안 자요?” TV 볼륨을 한껏 낮췄는데도 중계 소리가 새어 나갔던지 먼저 잠자리에 들었던 아내가 소리 질렀습니다. “아이고, 뭐 이런 경기가 다 있어. 도저히 잘 수가 없네.”
아니, 세상에 저 정도 실력 차에 2-0이면 기권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게 2-2가 되고, 또 3-3이 되고, 기어이 승부차기까지... 120분 연장 경기에 승부차기 4-2로 승패를 가린 결승전은 유례없는 격전이었습니다. 1978년에는 마리오 켐페스, 1986년에는 디에고 마라도나, 2022년에는 리오넬 메시, 그런 걸출한 스타들이 나타나 아르헨티나는 마침내 세 번째 FIFA 월드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 광장(플라자 데 라 레푸블리카)을 뒤덮은 우승팀 환영 인파
결승 이전에도 매 라운드 예상을 뒤엎는 파란과 이변이 속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1라운드 조별리그부터 심상치 않았지요. 언제나 열세에 몰리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들이 한바탕 회오리를 일으켰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팀이 된 아르헨티나를, 일본이 우승후보 독일과 스페인을, 우리나라가 포르투갈의 콧대를 꺾었습니다.
아프리카 돌풍은 더욱 매서웠습니다. 튀니지가 우승후보 프랑스를, 카메룬이 세계 랭킹 1위 브라질을, 모로코가 세계 2위 벨기에를 무너뜨렸습니다. 모로코는 16강전에서 스페인,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연파하고 4강까지 진출해 아프리카는 물론 중동에 이르는 전 아랍권에 축하의 춤판이 벌어졌지요. 아랍 여러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기쁨을 함께한 경우도 별로 없었을 겁니다.
이번 대회는 중동 사막에서 처음 치른 겨울 월드컵이라는 진기록도 남겼습니다. 개최국 카타르는 경기장에 다른 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냉방시설을 설치하는 등 대회 개최 준비에 전례 없이 큰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세계적인 프로 스포츠 스타들의 경연장인 월드컵 축구에서 돈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겠지요. 좀 늦긴 했지만 그래서 월드컵 돈 보따리를 한번 풀어보려 합니다.
-월드컵 우승 상금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32개 팀에 걸린 총상금은 4억4,000만 달러(한화 약 5,720억 원; 대회 당시의 1달러=1,300원 기준)였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대회 때보다 10% 인상된 액수라는군요.
우승팀 아르헨티나는 그 가운데 1할 가까운 4,200만 달러(546억 원)를 차지했습니다. 준우승팀 프랑스는 3,000만 달러(390억 원)를 받았습니다. 4강까지 올랐다가 3-4위전으로 밀려 3위에 머문 크로아티아는 2,700만 달러(351억 원), 4위에 그친 모로코는 2,500만 달러(325억 원)를 받았습니다. 8강에 올랐던 나머지 4개 팀은 1,700만 달러(221억 원), 16강전에서 고배를 든 우리나라 포함 8개 팀은 1,300만 달러(169억 원)를 받았습니다. 1라운드 조별리그만 치르고 보따리를 싼 16개 팀은 각각 900만 달러(약 117억 원)를 받았습니다.
-FIFA 월드컵(우승 트로피)의 가치는?
△우승팀 아르헨티나가 품에 안은 우승 트로피의 가격은 대략 2,000만 달러(260억 원)라고 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한 것인지 아리송하지만 월드컵을 향한 전 세계 축구 선수들과 팬들의 염원으로 본다면 ‘무한대(priceless)’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다만 실제 트로피에 들어간 금값으로 따진다면 25만 달러(3억2,500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1930년 처음 만들어진 우승 트로피 줄리메컵은 당시의 규정에 따라 1970년에 세 번째 우승을 달성한 브라질이 영구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FIFA 월드컵은 이탈리아인 실비오 가자니가(Silvio Gazzaniga)의 디자인에 공작석과 18캐럿 금을 넣어 6.175kg의 무게, 36cm 높이로 만들어진 대회 상징물입니다.
-출전 선수에 대한 보상은?
△대표팀을 구성해서 훈련시키고 대회에 출전시키는 각국 협회 사정에 따라 다르다는군요. 우리나라는 대회 출전에 앞서 이미 포상금 기준을 정해 놓아 대략 16강 상금의 55% 정도를 나누어 받게 된다고 합니다.
월드컵 출전 대표로 확정된 선수 26명은 기본 포상금으로 2,000만 원, 조별리그에서 승리할 때마다 3,000만 원, 무승부 때는 1,000만 원, 16강에 진출하면 1억 원씩을 추가로 받게 되어 있었다네요. 그 밖에 가족들의 대회 참관을 위해 500만 원씩이 지원되었답니다.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다투는 지역 예선에서도 팀 기여도에 따라 4,000만 원에서 1억 원의 포상금이 지급되었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개인이 사재로 20억 원을 내놓아 선수들의 사기를 크게 북돋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금보다 값진 보너스
△활약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고 활동하는 프로 세계이긴 하지만 세계 최고의 잔치인 월드컵 무대에 초대받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겐 크나큰 영광이겠지요. 더구나 엄동의 추위를 이기고 길거리 응원에 나선 팬들의 뜨거운 응원, 밤을 지새운 국민의 성원을 생각한다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자랑거리가 될 것입니다.
또 한편 자신의 기량을 전 세계 팬들과 프로팀에 펼쳐 보이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보다 큰 프로 리그에 진출하는 발판이 되는 셈이지요. 가나 전에서 두 차례나 멋진 헤딩 골을 넣은 조규성(24, 전북 현대)에게는 벌써 해외 프로팀 진출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심판 대우도 월드컵에 걸맞게.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 여성 심판이 남자 월드컵 경기장을 누벼 주목받았습니다. 1라운드 C조 독일-코스타리카 전에서 프랑스인 여성 주심 스테파니 프라파르를 비롯해 브라질의 네우사 백, 멕시코의 카렌 메디나, 두 여성 부심이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깔끔한 경기 진행을 보여주었지요.
세계 최고의 기량을 겨루는 월드컵 경기의 심판들도 여느 국제대회와는 다른 대접을 받았습니다. 1라운드 조별리그에서는 주심이 5,000유로(690만 원; 1유로=1,380원 기준), 부심과 대기심이 2,500유로(345만 원), VAR(Video Assistant Referee) 심판이 3,000유로(414만 원)를 받았습니다. 16강전부터는 단계적으로 더 높게 책정되어 최종 결승전 주심은 1만 유로(1,380만 원), 보조심판은 5,000유로(690만 원)를 받았습니다. 일반 국제대회의 750유로(약 100만 원) 수준에 비하면 파격적인 대우입니다.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의 수입은?
△FIFA의 수지 계산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개최 주기로 이루어진답니다. 2015년부터 러시아 월드컵이 열린 2018년 사이의 FIFA 수입은 64억 달러(8조3,2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2019년부터 카타르 월드컵이 열린 올해 2022년 사이의 수입은 무려 75억 달러(9조7,500억 원)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FIFA는 무엇으로 그렇게 큰돈을 벌까요?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경기 중계권료입니다. 2015~2018년 주기의 수입 64억 달러 가운데 72% 가까운 46억 달러(5조9,800억 원)가 중계권료 수입이었습니다. 우리가 안방에서, 팝에서 치맥을 즐기며 들여다보는 월드컵 중계가 가장 큰 수입원이 되는 것이지요.
기업의 마케팅 권리, 라이선스 판매 등이 그다음 수입 항목입니다. 기업이 FIFA 파트너임을 광고한다든지,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유명 브랜드를 광고한다든지, FIFA 공인 상품임을 광고하는 등의 권리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일반 팬들로서는 100달러(13만 원)에서 1,100달러(143만 원)까지 하는 경기 입장권을 사는 일이 설 명절 기차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지만 2018년 러시아 대회의 경우 입장료 수입은 7억1,200만 달러(9,256억 원)로 전체 수입의 11%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FIFA의 지출은?
△FIFA가 월드컵 대회와 관련해 직접 지출하는 항목은 개최국 대회조직위원회 지원, 대회 스태프의 인건비 등 대회 운영비와 참가팀의 상금, 숙박·교통비, 그리고 개최국 축구 발전에 대한 후원입니다. 그러나 대회 개최 준비에서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경기장, 교통, 숙박 관련 시설의 건설이나 정비는 온전히 개최국 몫이기 때문에 사실 FIFA가 개최국에 지원하는 돈은 파리 눈곱 정도에 불과하지요.
나머지 FIFA가 벌어들인 엄청난 수입은 세계 축구 발전을 위한 FIFA의 여러 사업에 쓰이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돈과 권력이 모이는 곳에 의혹도 쌓이는 법, 막강한 권한을 가진 FIFA의 회장 선출이나 월드컵 개최국 선정 등을 둘러싸고 많은 의혹들이 가시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얼마를 쓰고 얼마를 벌었을까요?
△카타르는 이번 대회 준비에 2,000억 달러(260조 원) 이상이 소요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한 스포츠 컨설팅업체는 대략 2,200억 달러(286조 원)로 추산, 사상 최고로 많은 돈이 들어간 대회라고 했습니다. 내년도 우리나라 예산 638조7,000억 원의 45%에 육박하는 돈입니다. 냉방장치를 갖춘 8개의 경기장 건설이나 정비에도 큰돈이 들었겠지만 그보다는 해외 관람객을 위한 호텔과 공항 등 교통·숙박시설의 확충에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 개최를 단순히 수지 문제로 따질 일은 아닌 듯합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우리의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 교역의 발판을 만들고, 국민적 자부심을 갖게 하고, 문화와 의식 수준을 높여 국가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지요. 물론 한바탕 잔치로만 날려버리는 나라들도 없지 않겠지만.
그렇게 엄청난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유치 경쟁은 언제나 뜨겁기만 합니다. 2026년에는 캐나다, 미국, 멕시코, 북미 3개국이 대회를 공동 개최하게 됩니다. 경기 지역이 대륙 전체로 펼쳐지고, 참가팀도 48개 팀으로 늘어납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이는 열기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잠 못 이루는 밤도 더욱 길어지겠지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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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 경영기획실장,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 역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국제경기 현장 취재. 스포츠와 미디어, 체육청소년 문제가 주관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