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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랑할거에요. 당신이 안 계셔도.
10여일 전.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밤늦은 시간 최사장이 잔뜩 취해서 카페아웃인에 혼자 들어섰다.
어렵게 눈 맞은 거, 시간 끌면 뭐하냐고. 월례회 전에 결혼식올리고 새내기 부부로 참석하겠다고 예식장 잡으러 간 최사장이 비에 흠뻑 젖어 카페아웃인에 들어서자 모두 놀란 눈빛이 되었다.
아직 최사장의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본적 없던 쁘리쌰 그리고 진회장과 오진희가 최사장의 눈치를 살피고, 조심스럽게 제비가 최사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전화도 안 받고?”
최사장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최사장의 머리에서 빗물이 흘러 콧잔등을 타고 내렸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압도된 오진희가 말했다.
“은숙씨는요?”
최사장이 눈을 감은 채 소파 등에 머리를 털썩 던지며 말했다.
“갔습니다.”
“아니? 예식장 예약하러 간다던 사람이 갔다는 말은 또 뭐야?”
제비의 말에 최사장이 거의 실신한 상태로 대답대신 작은 봉투 한 장을 내밀었다.
제비가 봉투를 낚아채듯 받아서 내용물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머리가 제비의 머리통을 감싸고 접근했다.
.
점기씨.
그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점기씨와의 지난 시간은 제 생애 다시는 오지 못할 행복이었고 쁘리쌰 언니, 제비님 그리고 오진희님, 진회장님 또 카페아웃인과 올인 모두 저의 기쁨이었습니다. 허지만 결혼 전에 하려던 고백을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닙니다. 어쩐 일인지 도저히 고백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용기를 내어도 도저히 할 수 없었습니다. 저의 비밀을 털어 놓지 않고 결혼하고도 싶었습니다.
허지만 허지만 말입니다.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며 제 행복을 붙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죄인으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숨이 막혀 살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오늘 이시간이 지나면 저는 감정을 꺼내 버린 한 여인으로 살아갈 결심입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죄인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진실한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올가미에 씌우는 그런 여자가 되지 않기로 그래서 맹세했습니다.
점기씨.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여자가 아닙니다.
저는 무당입니다.
타고난 저의 숙명입니다.
저의 숙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들고 초라하지만 이제 저는 저의 길로 되돌아 가야할 기로에 섰군요.
이후, 다시는 사랑 같은 사치에 빠지지 않으렵니다.
용서하세요. 절대로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허지만 허지만 말입니다.
제가 세상에 나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최점기 당신 한사람이었다는 것만은 죽어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영원히 당신의 기억을 가슴에 묻겠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흐른 후.
다음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면 무당으로 태어나지 않고 당신을 꼭 만나겠습니다.
사랑했습니다.
또 사랑할거에요. 당신이 안 계셔도.
.
편지는 끝을 맺지 못했다. 대신 눈물자국이 다음 글을 채우고 있었다.
모두 침묵에 잠겼다.
첫댓글 최사장의 심정을 이해 할것 같슴니다.
얼마나 사랑했는데 은숙씨
과연 사랑의 말로가 최사장을 처절하게 만들었네요.
다른 여자를 빨리 알고 은숙씨를 잊어야 할것 같슴니다.
주말과 주일 편하게 쉬셨나요?
젠틀맨님의 마음이 참 현실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그렇죠.
고 자신 없으면 얼른 죽는 것이 상책이죠....ㅎ
슬픈 사랑 이야기 네요.
무당이면 어떼서 그럴까
은숙씨 자격지심에서 최사장을 떠나버린것 같네요..
ㅎ
천일염님의 마음과 젠틀맨님의 마음은 너무 상반되네요.
그래서 이 아침에 몹시 혼란 스럽습니다.
어떤 분의 사랑이 더 진실할까? ...그래서요..ㅎ
즐거운 월요일 시작하세요
사랑은 항상 괴로움의 씨앗이라고 했나요..
아마도 주인공 두사람을두고 하는 말같아요..
다시만날수 있는 사랑 이기를 기원 해봅니다.
진희님의 어진 마음이 가슴에 남네요
가능한 만났으면 좋겠죠?
허지만 인간사 마음대로 되나요?
오늘도 좋은날 행복하세요
사랑이 무엇이길래 최사장의 가슴에 상처를 그토록 남겼는지
유행가의 한구절처럼 검은 상처의 부루스네요~
주인공들은 가슴이야 아프겠지만 소설을 읽는 저로서는 제미있슴니다.
작가선생님 곤한밤 되세요..
제가 참 좋아하던 노래입니다.
블록컨하트불루스.......옛추억이 소록소록....ㅎ
고운밤 김남주님도 편한 밤되세요
고맙습니다
만나면 해여진다는것이 인간의 철칙인걸
오늘 두주인공들의 해여짐이 말해주네요
최사장에게 파이팅을 왜처주고 싶네요.
소설 잘보았슴니다.
멋진 푸른바다님
최사장이 진짜 고맙다고 전해 달랍니다
오늘 밤도 편한 밤 고요한 꿈의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