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발견된 가장 오래된 고래(방의 구들장 밑으 로 나있는,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길)가 있 는 온돌은 3000년 전 알래스카 알류샨Aleutian 열 도의 아막낙섬에 있는 구들이며, 한반도 북부의 북 옥저 유적은 고래와 구들장이 있는 가장 오래된 유 적으로 B.C300년 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러나 두만강 하구의 서포항 집터의 고래 없이 돌과 진흙으로 된 구들유적은 신석기시대인 B.C3000년 경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가장 오래된, 바닥을 따뜻 하게 데우는 초기온돌이다.
온돌은 방에 연기가 나지 않는 세계최초의 난방법 으로 ‘누운 불’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선 불’을 사용 하는 서양의 벽난로와는 다르다.불은 윗부분이 가 장 뜨거우므로, 불 옆을 사용하는 것은 불 윗부분의 열기를 굴뚝을 통해 내보내고 열기의 일부만을 이 용하는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구들을 놓아 불과 연기를 눕혀 바닥으로 기어 다니게 하고 그 위 에 사람이 불을 깔고 앉아 불을 베고 잠을자는, 불 을 호령하는 민족이다. 지금까지의 온돌에 관한 정의를 보면, ‘방바닥에 불을 때서 구들장을 뜨겁게 난방을 하는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온돌과 구들 이 많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 사 람들도 온돌방에서 산다고 얘기하고, 숙박시설에 묵을 때도 ‘온돌방을 드릴까요? 침대방을 드릴까 요?' 하고 구분하여 부른다. 이처럼 온돌은 현재 생 활에서 쓰는 단어와 사전적인 용어가 서로 다른 의 미로 표현되고 있다. ‘구들’이라는 순우리말이 언제 부터 사용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구들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를 추측해본다면 신석기시대 두만강 하구 서포항 집터 초기 구들 유적의 생성연도인 50 00년 전보다 더 오래 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조선시대에 비로소 ‘구들’이 ‘온돌溫突’이 란 한자어로 표기되기 시작하였다.
구조와 원리
온돌은 불을 잘 들어가게 하는 기술과 그 들어온 불기운을 잘 보존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구들개자 리는 열을 빨아들이고 식은연기는 다시 내보내며 굴뚝개자리가 외부의 찬 기운이 방바닥으로 역류하 여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또한 굴뚝을 최대한 낮춰 식은 연기를 배출한다. 구례 운조루의 굴뚝 중에는 위로 세워진 굴뚝이 없다. 기단부분에 식은 연기를 내보내는 작은 구멍이 있을 뿐이다. 불은 인류가 추 운 지방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가는 데 있어 결정적 인 도구였다. 불의 이용과 함께 음식과 요리가 발달 했으며 추운 지방에서 겨울을 나게 되었다. 그러나 불은 항상 연기와 함께 오기에 연기의 퇴치가 항상 숙제로 남았다. 연기를 내보내면 연기와 함께 열기 도 사라지므로 불이 꺼지면 다시 추워졌다. 우리의 온돌은 불이 꺼진 후에도 열기를 간직한 인류 최초 의 축열난방설비였다. 또한 구들의 굴뚝은 개자리 가 있어 최고의 집진설비가 된다. 그래서 굴뚝에서 나온 연기는 불완전 연소로 생겨난 검은 그을음이 아니라 하얀색의 수분(목초액)이 대부분이다. 불은 땅속의 개미와 쥐들을 쫓았고, 연기가 땅바닥으로 빠져나오니 너무 뜨겁지 않으면서 마당의 나무와 흙집을 소독하고 모기 등 각종 벌레들을 퇴치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았다. 툇마루나 정자에 앉아 구들에서 불을 때서 굴뚝으로 나온하얀 연기가 마 당에 깔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선이 구름 위 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 된다. 온돌의 연료는 좋은 나무가 아니었다. 쌀겨나 콩대, 옥수수대 등 식량부 산물이나 나뭇잎이나 짚, 마른 소똥 등으로 연료를 대신하였다. 불을 처음 땔 때는 마른 솔가지가 화력 도 좋고 불붙이기 수월했고 한쪽에 세워둔 짚단에 서 서너 개를 뽑아 두세 번 꺾어 첫 불을때면 금방 불이 살아났다.
한옥을 한옥답게 하는 온돌
온돌은 단순한 난방설비가 아니라 집의 중심이고 핵심이다. 우리 한옥은 여름용 마루와 겨울용 온돌 이 함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자연 친화적이며 지 속가능한 저탄소 주거이다. 그리고 한옥의 지붕은 기와나 초가, 너와 등 다양하지만 그 뼈대는 항상 나무와 흙이다. 돌로 짓지 않는 이유는 돌은 비록 타지도 썩지도 않으며 튼튼하지만 사람에게는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돌은 죽은 재료로 집 밖이나 무덤 등에 주로 사용되었다.
나무나 흙은 사람에게 좋지만 벌레에게도 좋기에 그냥 두면 쥐나온갖 벌레들이 집안을 점령하게 된 다. 빈집으로 두면 금방 거미줄이 치고 오래지 않아 무너지게 되는데 이는 사람이 살지 않으면 불을 때 지 않게 되고, 이때문에 기둥을 개미들이 훼손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옥 붐이 일면서 나무를 주 구조로 지은 집들이 많은데, 서양의 목조주택처럼 방부처 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벌레 퇴치방법을 찾느라 골 머리를 앓고 있는데 구들을 만들어 불을 때면 일거 에 해결될 문제다.
아랫목과 윗목
온돌은 아랫목과 윗목의 온도차로 인한 대류현상 을 발생시켜 방의 쾌적도를 높인다. 침대가 없으므 로 방을 여러 가지 기능으로 이용하는 문화가 정착 됐고 이러한 좌식생활은 여유 있는 생활을 유지하 면서 끈기 있는 문화를 탄생시키게 된다. 또한 따뜻 한 아랫목이 윗사람의 자리가 됨으로써 생활 속에 서 위아래를 아는 예의바른 문화를 창출했다. 또 아 랫목은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집안의 화목을 다지는 필수공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한옥은 온돌로 실 내외를 구분하고 방안에서는 아랫목과 윗목을 다시 구분하여 청결함과 건강함 그리고 편안함을 만들었 다.
추운 겨울에는 온 가족이 아랫목에 모여앉아 군밤 과 군고구마를 먹으며 가족애를 키웠다.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체온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 난방의 주목적이다. 예부터 일본은 온천으로, 핀란드는 사우나로, 우리는 온돌로 겨울을났다. 겨울잠을 자는 곰은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는 방법으로 겨울을 난다.
우리의 한옥에도 추운 겨울에 아랫목에 모여 적은 공간을 난방하며 겨울을 나는 지혜가 있다. 현 재 우리의 주거환경은 윗목 아랫목 구분이 없고 방 바닥과 실내공간의 온도가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는 입식생활문화로 바뀌어 있다. 아랫목에 발을 묻고 오손도순 지내던 가족문화의 흔적은 사라지게 된 실정이다. 항상 이불을 깔아놓는 침대문화는 진드 기 등 해충의 서식처를 제공하여 각종 질병을 유발 하고, 아래보다 위가 더 따뜻하고 건조한 실내공기 는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온돌방의 효능
온돌방은 신체를 최대한 바닥에 밀착시켜 열을 얻 는 접촉난방으로, 방안에 벽난로 같은 난방시설을 두지 않기 때문에 산소가 충분하여 방안이 쾌적하 다. 또한 앉았을 때 둔부, 허벅다리 등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하체부위가 직접적인 전도열을 받아 혈액순환이 촉진되며 누워있을 때는 배면(등)이 구 들에 밀착되어 직접적인 전도열로 따뜻해진다. 바 닥에 까는 요보다 덮는 이불이 크기 때문에 온돌에 서 방열된 열이 이불 속에 가두어지며, 이불 속은 마치 열주머니와 같게 되어 온몸이 따뜻해진다. 또 한 모세혈관이 팽창되므로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땀 까지 배출시키므로 매일 자면서 목욕하는 효과가 있게 된다. 또한 저장된 열 이 방안에 넓게 퍼지도 록하며, 온돌바닥이 땅의 습기를 적당히 흡수하면 서 열을 방출하므로 방실내온도와 습도가 적당히 유지된다. 한 번 불을 때면 석 달 열흘간이나 온기 를 지속했다는 경남 하동의 칠불사 아자방구들은 신라시대 담공선사가 놓은 구들로 전해지는데 우리 전통구들의 꽃이라 할 수 있다.
나무를 때는 불편함이 수반되는 온돌은 편리함보 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난방법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구들에서 태어나서 구들에서 자라고 구들 에서 죽는다. 죽은 후에 제사상도 구들에서 받게되 기에 실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구들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온돌은 의식주생활 에 깊숙이 뿌리내린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아궁이에 불을 때며 산후조리를 넉넉히 대신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모태는 온돌 이고 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