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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에 도착했다.
대도시에 들어오면 다시 긴장의 수위가 높아진다.
엊그제까지는 웬만한건 다 가능했던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것,하면 안되는 것' 구별 없이 대충 지내다가, 허락된 것만 해야 하는 나라로 순간이동을 한 느낌이다.
이 상황이 나에게 무척 괴로운 이유는....이 나라에서 '하면 안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잘 모르면 변수가 많아진다.
로테르담성당 정도는 봐야 하겠지만....변수가 생기기 전에 그냥 통과다.
자전거끼리의 추월도 세번쯤 고민하다가 "아이 엠 쏘리"를 하고 나서야 겨우 한다.
그리고 이런 교차로에선 이 사람들의 공통적인 행동을 잘 보고 따라서 한다.
중국 여행 3개월동안 들었던 클락션 소리의 횟수는 체감상 중국 인구수를 넘었던것 같다.
이 나라는 법으로 자동차에 클락션을 달지 못하게 한 것 같다.
좀처럼 듣기 힘들다.
그러나 솔직히 이때까진 중국의 클락션 소리가 차라리 그리웠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우리의 가방에 붙어 있는 태극기를 알아본 외국인은 거의 없었지만,혹시나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한국인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까봐 우린 조용히 질서를 지켜나가는 이 나라 사람들과 비슷하게 행동하려고 신경을 집중했다.
비가 자주 온다.
비 올땐 잠시 이런 곳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자주 내리는 비 때문에 오로지 직진만 하다 보니 저녁이 되도록 캠핑장을 찾지 못했다.
결국 강변 마을에 텐트를 치고 유럽에서의 첫 '불법 야영'을 했다.
한국에 있을때 유럽의 식단을 보고 '저 사람들은 저런 빵조각을 먹고 어떻게 힘을 낼까..' 했는데...내가 직접 그 비밀을 밝히게 됐다.
다음날 아침, 작은 휴지조각 하나 남기지 않으려고 꼼꼼하게 뒷정리를 했다.
지난 밤 우리에게 자신의 집 앞에 텐트를 치게 허락해 주고 상수도까지 사용하게 해 준 현지인 집이다.
사진에 보이듯이 거실에서 우리가 가는걸 보고 손을 흔들어 준다.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모습이니 혹시 안보이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보시길...)
아직은 낮은 온도에 일교차까지 심한 유럽의 봄날씨로 인해 몸은 찌뿌둥하지만 부지런히 남쪽으로 이동한다.
주로 빵에 치즈를 먹고 다니다 보니 이젠 이런 광경을 보면 중국의 양꼬치가 생각난다.
이 나라를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또 하나 힘든 부분은 화장실 이용이다.
그나마 패스트푸드점들이 보이면 500원정도 돈 내고 해결하면 되지만, 작은 마을에선 손님들에게만 개방하는 일반 레스토랑밖에 없기 때문에 화장실 가려고 비싼 음식들을 시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맥도날드가 나올때까지 참고 달린 적도 여러번 있었다.
(나중엔 한적한 풀 숲에서 요령껏 해결하였다.)
이 기계가 참 '계륵'이다.
일일이 구글맵을 가동시켜 경로를 찍어서 입력해 줘야만 얇은 선으로나마 네비게이션 역할을 해 주는데, 중국에선 구글맵과 실제 도로의 위치가 틀린적이 많아서 잘 안쓰다가, 여기선 비교적 정확하길래 쓰고 있지만 역시 불편한게 한두가지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아서 요긴하게는 쓰고 있다.
길을 전혀 모르니 캠핑장에서 구글맵을 이용해 입력했던 로그 경로로만 이동하는데, 온갖 다양한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덕분에 유럽의 낭만을 제대로 만끽하면서 달린다.
(나중엔 이 '다양한 길' 때문에 고생도 만만찮게 했다..)
국경이 희미해진 유럽연합이라서, 달리다 보니 어느새 벨기에로 들어 왔다.
중국에서 미리 이메일을 통해 만나기로 약속한 웜샤워 호스트의 집에 도착했다.
중국에서 고마운 사람들을 만난 후 또 다시 그렇게 고맙고 호감 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불과 며칠만에 이 먼 나라에서,그것도 외국인으로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
이제 앞으로 나오게 될 그 주인공이자 이 집 주인의 이름은 Tom 이다.
우리의 도착시간에 맞춰 준비해 둔 맛있는 저녁식사로 우리를 환영해 주더니..
종류별로 준비해 둔 맥주를 꺼내고..
식사후 세탁물 여부를 묻고는 친절하게 세탁기 사용을 도와준다.
Tom은 작년에 그의 친구들(Ward, Sam)과 함께 터키까지 자전거 여행을 했었고 그 기록을 앨범으로 만들어 놓았다.
우리가, 호스트의 숫자도 많고 또 그만큼 만남의 성공률이 높은 카우치서핑보다 웜샤워를 선호하는 이유는, 호스트와의 문화 교류에서 자전거라는 공통분모의 비중을 가장 높게 두고 있기 때문이다.
톰과 그의 친구들은 참 건전하고 nice한 사람들이다.
여행에 대한 얘기를 하는동안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고 그 행복한 기운은 우리에게도 젖어들었다.
톰은 웜샤워 게스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메뉴얼화 해서 능숙하게 제공하는 산타클로즈 같은 사람이었다.
여행에 대한 얘기가 끝나자 그가 살고 있는 이 도시(Antwerpen) 관광에 필요한 정보와 지도를 우리에게 주었다.
다음 날 아침, 톰이 준비한 맛있는 조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시차에 맞춰 사진기 시각설정을 하지 않아서 표기된 날짜가 약간씩 틀리다.)
톰의 자전거다.
그 유명한 KOGA 바이크.
내가 아는 완제품 -개조 되지 않은- 여행용 자전거중에서 가장 비싸고 퀄리티가 높은 브랜드이다.
체인덮개가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다.
저 체인덮개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탐내는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아이템인데 저게 없는 한국의 엠티비들은 앞바퀴에서 튀어 오르는 각종 오염물질들 때문에 체인 청소를 자주 해줘야 한다.
뒷바퀴에서 떨어지는 흙이나 모래도 어느정도 막아주니 체인의 성능 유지에 요긴한 파트이다.
각도 조절 스템은 여행자들의 체형에 맞게 피팅을 도와준다.
구동계열은 대부분 Simano Deore LX 급.
여러가지 그립 포지션을 도와주는 멀티 핸들바에 나침반이 귀엽게 달려 있다.
명불허전인 부룩스 안장.
한국의 완제품 자전거들은 눈에 잘 보이는 부품들만 레벨을 높여높고, 잘 안보이는 파트는 낮은 등급의 부품들을 끼워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전거는 허브까지 LX로 통일해 놓았다.
난 이런 브랜드들이 정직해 보여서 좋다.
정밀도가 중요한 파트인 프런트 다이나모 허브는, 오히려 윗등급인 XT를 썼다.
브랜드의 전문성과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정비가 쉬운 림브레이크 시스템과 견고하게 장착된 휀더(흙,물받이), 그리고 발전된 전력으로 가동되는 전조등까지 잘 세팅 되어 있다.
'플레쳐' 브랜드의 킥스텐드도 튼튼해 보인다.
무겁지만(한 짝당 약 1kg) 내구성과 펑크방지 기능이 탁월한 슈발베 마라톤플러스 타이어가 기본 장착되어 있다.
프런트랙에도 킥스텐드가 설치되어 있다.
앞 뒤로 패니어를 장착하고 세울시 앞바퀴가 휙휙 돌아가는 것을 방지해 준다.
Tom이다.
함께 지내는 2박 3일동안 그 인성에 감탄을 하게 한 고마운 친구이다.
둘째날 아침 우리에게 키를 맡기고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톰..
집안 곳곳에 톰의 낭만적인 인테리어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Tom과 그의 친구 Sam, Ward 이다.
톰은 우리가 네덜란드에서 구입한 보다폰 심카드를 유럽방식(GSM)의 셀룰러폰이 없어서 사용을 못한다고 하자, 자신이 사용했었던 옛날 단말기 세트를 하나 주었다.
이 노키아폰은 지금도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톰이 출근하고 우린 계획했던 일정을 진행했다.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에 도착했을때 씨티은행이 없어서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300유로만 인출 했었는데 벨기에엔 다행히 씨티은행이 있었다.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돼서 좀 놀랐다.
중국에서의 두 달치 경비를 인출했다.
이 돈으로 보름을 버틸지 두 달을 지낼지는 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나 역시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톰이 알려준 캠핑장비 스토어도 들렀다.
자전거여행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오르트립 코너.
다 사고 싶지만 그 가격들을 생각하면 참을만큼 참아야 한다.
이때까지 쓰고 있던 프런트 패니어는 오래 사용한 중고를 만이천원 주고 산 골동품인데, 손상된 부위도 많고 용량도 작아서 이번 기회에 용량이 큰(40L) 리어패니어로 교체하기로 했다.
버너와 코펠도 샀다.
벨기에도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고, 시민들도 대부분 그 용도의 구분을 정확히 지키며 생활한다.
까르푸에 들러서 식료품도 구입했다.
이 동네 사람들은 키도 크지만 통도 큰가보다.
시식으로 나눠주는 아이스크림이 판매용만큼 크다.
톰의 냉장고도 좀 채워줄겸 이것저것 사보았다.
이 재료들로 벨기에에서 두번째로(벨기에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어제 톰이 만들어 준 저녁 식사였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박대리의 어께가 무겁다.
다른 사람들의 자전거여행기에서 이런 쇼핑 스토리가 나오면 나 역시도 항상 그 가격이 궁금했었다.
가격은 이렇다.
다른건 비싼지 싼지 모르겠고, 오르트립 패니어는 한국보다 10% 이상 싼 것 같다.
톰의 집으로 돌아와서 쇼핑한 것들 모두 키핑해 놓고 관광을 하러 다시 나갔다.
여행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의 자전거여행은 내 성격 탓에 좀 바쁘다.
이 때에도 무척 피곤했지만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싶은 내 욕심에 강행군이다.
트램을 타고 시내 중심으로 향했다.
트램의 탑승료는 3천~4천원.
톰의 설명을 잘못 알아들어서 강 건너편으로 갔다.
덕분에 강 밑으로 뚫려 있는 이런 터널도 구경했다.
자전거이용자를 위한 빅사이즈 엘레베이터와 고풍스런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신기한건 이 에스컬레이터가 거의 대부분 나무로 제작됐다는 것이다.
원래는 트램을 타고 이 역(Groenplaats)에 내려야 안트베르펜의 관광 중심지로 바로 나올 수 있다.
비가 오락가락 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웬만한 비엔 우산을 쓰지 않는다.
톰이 알려준 맛집이다.
메뉴는 감자튀김인데 인기가 좋다.
저 뒤에 수북히 쌓여 있는 감자튀김이 대부분 메뉴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메인재료이고 소스에 따라 종류와 가격이 나눠지는것 같았다.
난 별로였는데 박대리는 아주 맛있단다.
한국인의 절반은 이 감자튀김을 좋아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허용오차는 99%다.
벨기에 5월 날씨는 한국보다 춥다.
비가 자주 내리는데다가 바람까지 많이 불어 체감 온도는 더 낮다.
톰이 설명해 준 저 성당 스토리가 재밌다.
원래는 왼쪽 탑의 높이만큼 오른쪽도 올리기로 했는데 짓다가 돈이 떨어졌단다.
벨기에는 쵸코렛이 유명하다고 한다.
박대리의 힘찬 패달질을 격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식을 사주는 것이다.
이 날의 일정은 톰이 알려준 코스 그대로를 착실하게 따랐다.
건축학도들의 눈길을 잡을만한 빌딩이지 않을까 싶다.
옥상의 전망대까지는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데, 무료라서 많은 관광객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보기 드물게 도시의 모습을 갖춘 안트베르펜.
카톨릭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던 과거의 모습들이, 곳곳에 우뚝 서 있는 성당들을 통해 남아 있다.
톰의 집에 돌아와서 그동안 부족했던 육류 섭취를 해주었다.
벨기에에서 두번째로 맛있었던 스테이크.
다음날 아침, 톰이 자신의 차로 시내 관광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톰이 가장 좋아한다는 올드스트리트이다.
멋지다..
항상 웃으며 '노 프러블럼'으로 대답하던 톰의 자상한 저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유람선을 타기 위해 선착장에 도착해서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이런 훌륭한 가이드에게 햄버거로 점심을 사기가 미안했지만 톰은 아주 맛있게 먹어주었다.
벨기에 발음으로 '듀발'이란 맥주인데 알콜 도수가 좀 높다.
약 9도.
톰의 설명으로는 이 맥주가 벨기에의 'best of best' 맥주란다.
맥주를 사가지고 오자 언제 준비했는지 톰이 와플을 꺼냈다.
만난지 이틀만에 손발이 착착 맞는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유람선 관광을 마쳤다.
길거리 중년 악단도 낭만적이다.
길을 가다가 내가 한 상점을 좀 오래 쳐다보면 톰이 어김없이 들어가보겠냐고 한다.
서점인줄 알았다면 그렇게 오래 쳐다보지 않을았텐데..
이 날부터 비가 참 많이 내렸다.
결국 한 달이 안돼서 유럽의 홍수 피해가 났다.
독일의 어느 지역은 510년만의 대홍수란다.
톰이 전날 친구들과 쥬라기공원 3D 영화를 아주 재밌게 봤다고 해서 우리도 보고싶다고 했더니 극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톰이 아주 편한 호스트라는 이유중 또 하나는, 우리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에게 자신의 시간을 적당히 쓴다는 것이다.
자신의 스케줄도 빠짐 없이 챙기는 톰은, 이 날도 여기까지만 우리를 에스코트 해주고 친구들과의 파티 장소로 떠났다.
과연 3D
영화다웠다.
자리 불편하고,자막 어렵고,안경
무겁고..
영화를 보고 톰의 집으로 돌아오자 톰이 파티에 가기전 만들어서 남겨놓은 그의 정성이 식탁 위에 있었다.
전 날 우리의 경로에 대해 같이 고민했었는데 벨기에를 벗어나는 가장 좋은 길을 GPS 파일로 만들어놨다.
감동이다..
다음날 아침 새로 산 오르트립 패니어를 장착하고 톰의 집을 나섰다.
그동안 사용했던 프런트 패니어는 톰의 집 쓰레기통에...버릴려다가 너무 아까워서 결국 하나만 버리고 하나는 챙겼다.
톰의 집을 떠나는 날 아침에 비가 적지 않게 내렸는데 이 때 톰이 했던 말이 지금 생각해도 참 감동적이다.
" 가다가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언제라도 돌아와라.너희가 다시 와도 난 언제나 '노 프러블럼'이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비도 피할겸 편의점과 레스토랑의 중간형태인 식당에 들어갔다.
한국음식이 그리워서 밥도 사보았지만...뭔가 부족하다.
한국에서 갖고 온 고추장을 조금 짜서 비벼먹었다.
벨기에에서의 두번째 웜샤워 호스트 집을 향해 열심히 달린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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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첫댓글 읽고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여행한듯 흥분되네요~~진짜 부럽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대륙을 누빈다는것은 인생살이중 가장 멋진 일로 기룩될듯합니다.. 도전도 쉽지않고 실행도 어려웁지만 체력과 마음 그리고 서로의지하는맘... 대단히 부럽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멋지십니다. 부럽습니다.
보고또봐도
마냥 즐겁고 두분이 신통합니다!^^
덕분에 자전거에 관심도 생기고
벨기에 맥주 마셔야겠어요~ㅎ
흐뭇한 여유 갖게해주셔서 감사해요
두 분은 지금 최고의 인생을 누리고 계십니다. 부라보!!
드디어 여기서 김기사님 용안을 뵙는군요. 이런 용기있는 여행을 하시는 분이
궁금했습니다.ㅎㅎㅎ
덕분에 즐거운 눈 여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맥주를 먹고자야겠네요~~
궁금한 얼굴이였어요~
참으로 부럽습니다. 체력도 대단들 하시구요
지도책을 펴놓고 읽습니다.
잘 보고 가요
환장하게 만들어주네요~ 계속보다간 뛰쳐나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