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불경기로 인해 일자리가 없는 “할 일 없는 유럽 젊은이들(The idle young European)”은 전세계 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가지 예다. 그런데 미국 청년들의 일자리 상황 또한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에서 노동시장이 경색되고 불경기로 인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가 없는 미국 청년층의 비율이 유럽을 크게 뛰어넘었다. 물론 유럽만 뛰어넘은 것이 아니다. 25~34세 청년층이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았으나 지난 12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는 이들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경제학자 로버트 모핏이 “역사적 변환점”이라고 부른 이 우울한 변화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의 두 가지 측면에 기인한다. 첫째, 경기 침체의 영향이 청년층에 가장 가혹하게 나타났다.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50~60대에게보다도 그 영향이 더 치명적이었다. 둘째, 생산 등 지표를 볼 때 전 세계 다른 라이벌 국가들에 비해 미국의 경기가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회복되었고, 또한 지난달 실업률이 예상치보다 낮게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기 회복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는 그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수석 경제학자를 지냈던 하버드대학의 로렌스 캇츠 교수는 회복되는 경기에 비해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원인이 여전히 의문이며, 미국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가질 문제라고 말한다. 사용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를 꺼리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특히 지난 12년간 더욱 두드러졌다. 2007년 경제위기 동안 최악의 몇 달을 제외하고는 임시해고는 줄어들었으나,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감소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청년층에게 사실상 대공황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직장과 저축 자산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경기가 벼락경기는 아니더라도 결국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평균임금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을 앞서고 있고, 주가는 2009년 바닥을 친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집값 역시 다시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기 회복이 이제 막 경제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청년층에게는 전혀 도움되고 있지 않다. 연방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가장이 44세 이하인 가정의 순 자산은 지난 10년간 하락했는데, 그것은 중년이나 노년 가장 가정의 경우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25~34세 근로자들은 2013년 초반의 평균임금이 2000년 평균임금보다 더 낮아진 유일한 세대이다. 이런 문제는 기본적으로 일자리 부족에서 기인한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가장 최근 데이터가 있는 2011년 기준으로, 미국 25~34세 인구 가운데 26.2%가 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에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육아로 인해 자발적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 공식적으로 실업상태에 있거나 노동시장을 이탈하여 더 이상 직장을 구하지 않는 비자발적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 인구가 캐나다에서는 20.2%, 독일 20.5%, 일본 21%, 영국 21.6%, 프랑스에서는 22%에 불과했다. 로렌스 카츠, 로버트 모핏, 그리고 다른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일자리 창출이 지체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몇몇 분명한 원인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한때 가장 높았던 미국의 대졸자 비율이 지금은 많이 하락했다. 그러나 현재의 글로벌 기술집약적 경제체제하에서 교육은 여전히 취업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미국 내에서도 보스턴, 미네아폴리스, 워싱턴, 텍사스 오스틴 등 교육수준이 높은 도시에서는 고용률이 높은데 반해, 남부와 캘리포니아 내륙지방 등 교육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는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25~34세 대졸자의 공식 실업률은 3.3%로 아주 낮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실업자와 구직자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상담 및 재훈련 프로그램에 있어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소극적이었다. 한 예를 들어, MIT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에스더 듀플로와 네 명의 동료가 최근 프랑스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실업자들의 재취업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들이 실업자와 구직자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을 받은 구직자들이 취업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그들은 단순히 다른 구직자들로부터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취업상담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지역에서 고용은 더 빨리 증가하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육아 휴가와 파트타임 일자리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게 증가했으며, 아마도 이 때문에 미국의 여성고용률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어떠한 역할을 하던지 간에, 이들 원인들로만 고용률 감소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고용 축소가 너무 큰 규모로 확대되어 있다. 현존 기업들은 예전만큼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지 않으며, 새로운 기업들이 그다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고용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종종 민간부문에서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물리적 인프라와 기초 단계 과학 연구에 대해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많은 기업 간부들과 경제학자들이 이민정책을 지적한다. 만일 제대로만 된다면, 전면적 이민정책 개혁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고숙련 이민자들의 이민을 더욱 확대하고, 현재 미국 내에 있는 이민자들이 살기에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비교적 많은 기업들이 이민자들에 의해 새롭게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가장 괄목할 만한 점은 20~30대 미국 청년들이 일자리 부족으로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미래가 과거보다 밝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장년층이나 노년층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청년층이 겪었던 고통을 고려해볼 때, 이들의 생기와 복원력은 놀라울 정도이며 또한 꼭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일자리 슬럼프는 막대한 낙관주의 없이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출처: New York Times, 2013년 5월 3일자, ‘The Idled Young Americ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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