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를 하면서
- 권영하
악착같이 붙어있는 낡은 벽을 뜯어내고
벽지를 살살 풀어 재단해 붙여보면
꽃들은 뿌리내리며
벽에서 피어난다
때 묻고 해진 곳에 꽃밭을 만들려고
온몸에 풀을 발라 애면글면 오른다
흉터를 몰래 감싸고
생채기를 보듬으며
직벽도 척추 없이 단번에 기어올라
천장에 땀 흘리며 거꾸로 매달려도
서로를 응원하면서
깍지 끼고 버틴다
보일러를 높이거나 햇빛살 들이거나
실바람 끌어다가 방 안에 풀지 않아도
팽팽히 힘줄을 당겨
꽃동산을 만든다
-- 『 서울신문 』 (2023)
--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늦은 봄날 봉화 봉성면 솔향촌 용마루 팬션은 꽃잔디 와 영산홍이 활짝 피어 반겼습니다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도배지 풀먹은 향기가 그윽했습니다
다른 곳돠 달리 입구에서 거실로 올라가는 계단과 거실과 방안을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안반과사랑방 모두가 천정이 통창이라 하늘이 환하게 우러러보였고요
창을 열면 숲 냄새와 아일락 꽃향기가 물씬 풍겨서 모처럼 몸과 마음이 상쾌해졌습니다
지인들은 모두 최근 다녀본 곳 중에서 가장 힐링이 되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