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산 채로 파묻힌 사람들이기에 굴을 파면서 살아
간다. 당신이 파는 굴은 내게 묘하게 방향을 잃은, 뿌리가
드러난 uprooted 서양란* 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향기는 불
멸한다. 에밀리 디킨슨은 1883년의 한 편지에 다음과 같
이 썼다, 한 소년이 며칠 전 애머스트에서 도망쳤는데, 어
디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머몬트 아니면 아시
아라고 대답했대요**
* 대부분의 서양란은 뿌리를 밖으로 드러낸 채 흙이 아닌 공중에서 자란다.
'uproot'에는 ' 오래 살던 곳을 떠나다'라는 뜻도 있다.
** 에밀리 디킨슨이 엘리자베스 홀랜드에게 쓴 편지의 일부를 거의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1883년이 아니라 1881년의 편지가 맞지만, 1883년이 에밀리 디킨슨의 조카
가 세상을 뜬 해이므로 이렇게 쓴 것이다. 앤 카슨의 오빠 또한 마약 거래 혐의로 인
한 체포를 피해 캐나다를 떠나 22년 동안 해외를 떠돌다 객사한 바 있다.
[짧은 이야기들],난다, 2025.(황유원 옮김)
첫댓글 [낙서] 한 문장(그의 말투에 전염되어)
앤 카슨의 노밸상 수상이
어쩌면 평생에 몇 번 오지 못할 희소한 기회일게 분명한
작은 인지도를 가진 시인의 시집이
커다란 호숫가에 살랑이는 낙엽처럼 가을을 사랑할 때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의 Fat Man과 같은 충격량으로
그 호수를 직격한 듯
조선의 출판계가 출렁이고 있다는
조금은 서글픈 소식을 들은 듯도 한데
언제나 가볍고 슬프게 나풀거리는 작은 것들에게
큰 것들의 폭력같은 존재를 견디기 위한
작고 갸냘프고 서러운 기도를
당신의 이름으로 드립니다.
제가 요즘 상태가 매롱해서 술을 먹어도 오래 잠을 못 잡니다
평상시 같은 균형감각이 없습니다
혹시나 오해 하실 까봐 말씀드립니다
플로우님의 양질의 시선의 따순 은혜를 자주 입는 거렁뱅이로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비바람이 거칠게 일요일 낮을 흔드는 날에도
평안하시길 빕니다.